이유미 조작된 제보,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던 '달콤한 유혹'
  • 박혁진 기자 (phj@sisajournal.com)
  • 승인 2017.06.30 16:41
  • 호수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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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용 채용 비리 의혹 조작 사건’ 국민의당 창당 이래 최대 위기

 

40명의 현역 국회의원이 속한 공당(公黨)이 대선 과정에서 한 평당원이 제보한 허위자료를 가지고 다른 당 대선후보를 공격한 일이 벌어졌다. 언론에 ‘평당원’으로 소개되고 있는 이유미씨와 그가 속한 정당인 ‘국민의당’에 대한 이야기다. 6월29일 구속된 이씨는 지난 대선 기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아들 준용씨와 관련된 내용을 조작해 당에 제보했다. 국민의당은 이를 근거로 문 후보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이씨는 자신의 단독범행이 아닌 국민의당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지시로 이뤄진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것은 검찰수사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지도부에서 이씨가 제보한 자료가 허위였다는 사실을 알았든 몰랐든 국민의당은 공당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시스템이 부재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알고도 이 같은 일을 했다면 국민의당은 정당 해체 수준까지 논의해야 할 정도로 도덕성이 부재하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반대로 이씨의 제보가 허위인 줄 몰랐다면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당 선거운동이 얼마나 졸속으로 이뤄졌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인지(認知) 여부와 별개로 국민의당은 허위제보를 걸러낼 시스템도 부재했다. 대선을 며칠 앞둔 국민의당은 대선 승리라는 지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네거티브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을 정도로 조급했던 셈이다. 실제로 이씨가 제공한 녹취파일 전체를 들어보면 상당히 엉성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지만, 국민의당에선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국민의당 당원인 이유미씨가 6월29일 문재인 대통령 아들을 대상으로 한 ‘취업 특혜 의혹 조작’ 사건과 관련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19·20대 총선 때 여수에 공천 신청

 

이번 사건에서 대중이 갖는 가장 기본적 질문은 이유미란 인물이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대담한 범행을 저질렀냐는 것이다. 현재까지 언론에 보도되거나 국민의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이씨의 과거는 이렇다.

 

이씨는 여수여고와 고려대, 카이스트 기술경영대학원 출신으로 여수산단 삼성제일모직에서 근무했다. 그는 카이스트 기술경영대학원에 다니면서 기업가정신 수업을 들었고, 이때 교수였던 안철수 전 대표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는 2012년 안 전 대표가 대선에 출마했을 때 대선캠프였던 ‘진심캠프’에 몸담았다. 이보다 앞서 안철수 전 대표의 ‘청춘콘서트’에서도 활동했다. 그는 대선이 끝나고 진심캠프에서의 경험을 담은 책 《66일-안철수와 함께한 희망의 기록》을 발간했다. 이후 벤처사업을 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났던 사실이 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에도 올라와 있다. 여수 출신 이씨는 2012년 19대 총선에선 민주당으로, 2016년 20대 총선에선 국민의당 여수 갑 예비후보로 공천을 신청했지만 모두 탈락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카이스트 수업을 통해서 안 전 대표가 이씨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까지가 현재까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이씨의 과거 행적이 설명되진 않는다. 이씨와 가까운 지인들에 따르면 이씨가 안 전 대표의 수업을 들으면서 특별하게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은 안 전 대표의 부인 김미경 교수와의 인연을 언급하면서 접근했기 때문이다. 이씨의 한 지인은 “이씨가 평소 자신의 집이 안 전 대표의 처가, 즉 김미경 교수의 여수 고향집 바로 옆집이라고 떠들고 다녔다”며 “실제로 두 집이 붙어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카이스트에 다닐 때 이런 인연을 내세우며 안 전 대표와 가까워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남편과 삼성제일모직에서 처음 만났는데 이후 카이스트 대학원에 함께 입학했다. 남편은 현재 카이스트 소속 한 재단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2012년 대학원 석사 2년 차 시절 갑자기 민주당 예비후보로 전남 여수에 공천을 신청했다. 그는 지인들에게 “안철수 교수가 전직 민주당 의원을 소개시켜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씨는 공천 심사에서 탈락했고 얼마 후 진심캠프에 합류했다. 그런데 캠프 관계자들과 불협화음이 적지 않았다. 이씨가 일했던 곳은 상황실로, 당시 상황실장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금태섭 변호사였다. 금 의원은 이런 이씨의 돌발행동을 눈여겨보고 상황실 기자 출신 한 인사에게 “이씨가 독자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게끔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금 의원의 이런 조치와 비교해 보면, 이번 대선에서 이씨의 돌발행동을 걸러내지 못한 책임이 국민의당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캠프에서 일할 때 자기 스스로 일을 더 키우는 스타일이어서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고 한다. 평소에도 청와대에 들어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또한 외부에 자신을 진심캠프 핵심 멤버라고 소개하고 다녔으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캠프에서 이렇다 할 영향력은 없었다는 것이 당시 캠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19대 대통령선거 당시 안철수 후보 캠프 공명선거단장을 맡았던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이 6월28일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채용 특혜 의혹과 관련한 증거 조작혐의로 구속된 이유미 당원과 이준서 전 최고위원 간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이씨가 안철수 측 관계자들과 결정적으로 멀어진 것은 이씨가 출간한 책 《66일-안철수와 함께한 희망의 기록》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은 6명이 함께 기획하고 출간 작업을 하고 있었으나, 실제로 출간될 때는 이씨가 혼자 낸 책으로 둔갑돼 있었다. 이 때문에 당시 책을 함께 썼던 사람과 마찰이 생겼고, 이로 인해 안 전 대표 측 사람들과 멀어졌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씨는 안철수 캠프에 들어가려고 이런저런 사람들을 통해 의사를 전달했으나, 이때 났던 소문들이 원인이 돼 결국 캠프에 들어가지 못했다. 국민의당이나 안 전 대표 측이 이씨를 ‘평당원’에 국한하는 것도 캠프 소속이 아니었음을 강조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2012년 진심캠프에서 나온 후 벤처기업을 창업하며 박 전 대통령과도 만났다. 공교롭게도 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첫 화면에 이씨가 박 전 대통령과 손잡고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다. 이씨는 이 사진이 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에 처음 업로드됐을 때 이것을 캡처해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다녔다. 그래서 지인들 사이에선 “이씨가 안 전 대표에게는 눈길도 못 받더니 박 전 대통령 쪽으로 말을 갈아탔다”는 소문도 났다.

 

이씨는 2016년에도 전남 여수에 국민의당 예비후보로 공천을 신청했으나 탈락했다. 이씨는 이때도 주변 지인들에게 “안철수의 비토세력이 자신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고 말하고 다녔다. 이씨의 한 지인은 “이씨가 진심캠프에서 일할 때도 안 전 대표가 변호사, 교수, 기자 등 전문직 얘기나 듣고, 자기 얘기는 듣지 않는다고 푸념을 여러 차례 했다”며 “이번 사건도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더 극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지인은 “안철수 입장에선 이씨가 최측근이나 비선이 아닌 제자 중 한 사람이었을 것”이라며 “매년 스승의 날 행사 때 안철수 교수가 제자들을 자신의 동그라미 재단에 불러 행사를 하는데 이씨는 온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씨는 사실상 허언증 환자이며, 국민의당은 이를 걸러낼 능력도 여유도 없던 당”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이씨의 행적을 종합해 볼 때 이씨가 국민의당 캠프 사람들과 조직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분위기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조작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 이용주 의원이 공개한 카카오톡 내용을 통해서 드러나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이 박지원 전 대표에게 보낸 ‘바이버’도 이전 번호로 보냈다는 점 등이 이씨의 단독 범행임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며 “당에서도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책임은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 의원은 “오히려 검찰수사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된다는 것이 당내 분위기”라고 전했다.

 

2013년 12월12일 당시 카이스트 기술경영 석사과정에 있던 이유미씨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창조경제박람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품 설명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해명할 타이밍도 놓쳐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당엔 2012년 진심캠프에서 금태섭 상황실장이 했던 역할을 맡은 인사가 없었다는 점, 허위제보를 걸러낼 시스템이 없었다는 점, 대선 막판 이를 네거티브로 대대적으로 활용했다는 점 등에서 그 책임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의 후폭풍은 국민의당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정도로 크게 불어닥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극대화해 호남 맹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려고 할 것이다. 바른정당에선 국민의당에 실망한 중도보수층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크다. 이에 비해 자유한국당은 사건을 지켜보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입장을 취하려 할 것이다. 현재까지의 상황만 보면 국민의당의 이런 위기가 자유한국당에는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당에 실망한 지지층이 자유한국당에 올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안철수 전 대표도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씨의 단독범행이란 사실이 드러난다 해도, 이씨와 안 전 대표의 연결고리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가 진심캠프에서 일하면서 책까지 낸 사실은 안 전 대표에게는 너무나 뼈아픈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안 전 대표는 이씨 파문을 사과할 타이밍도 놓친 것으로 보인다. 사건이 확산되기 전 이씨와의 연결고리가 없음을 국민들에게 알렸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중한 스타일인 안 전 대표가 자신과 무관함만을 ‘침묵’이란 방법으로 주장하다가 자신의 입장을 내놓을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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