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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를 우리 공화국에 넘겨라”

[평양 Insight] 日 언론 “박근혜 정부, 김정은 암살 추진” 보도에 北 기관 3곳 공동성명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03(Mon) 13:00:00 | 14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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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박근혜 정부 시절 ‘김정은 암살’ 계획이 추진됐다는 외신 보도에 발끈하고 나섰다. 평양의 공안기관과 검찰이 나서 관영 선전매체를 총동원한 선전전에 돌입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병호 전 국정원장에 대해 처단하겠다는 위협을 쏟아내며 비난 수위를 높이는 형국이다. 이들 두 사람을 ‘범죄인 인도’ 형태로 북한에 넘기라는 억지주장까지 나왔다.

 

북한이 공세의 포문을 연 건 6월28일 국가보위성·인민보안성·중앙검찰소 연합성명을 통해서다. 이들 기관은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원장을 김정은 제거를 추진한 ‘특대형 국가테러범죄자’라고 지목한 뒤 “극형에 처한다는 것을 내외에 선포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박근혜와 이병호 일당은 물론 괴뢰 국정원 놈들도 지금 이 시각부터 누구에 의해 어느 때 어느 곳에서 어떤 방법으로 처참한 개죽음을 당하여도 항소할 수 없다”는 섬뜩한 주장까지 펼쳤다.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남조선 당국은 우리의 최고 수뇌부를 노린 특대형 국가테러범죄 행위를 감행한 박근혜 역도와 전 괴뢰 국정원 원장 이병호 일당을 국제협약에 따라 지체 없이 우리 공화국에 넘겨야 한다”고 요구한 대목에서는 북한의 격앙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 같은 북한의 격한 반응은 일본 아사히신문의 관련 보도 이틀 만에 나왔다. 이 신문은 박근혜 정부가 2015년 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최고지도자 자리에서 제거해 버리려는 공작계획을 수립했다고 전했다. 남북 당국 간 회담이 결렬되자 박 전 대통령이 김정은 체제 교체를 위한 정책 서류에 서명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한 이 보도는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드러나지 않아 궁금증을 낳았다. 국정원은 즉각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공식적으로 냈고, 박근혜 정부에 몸담았던 인사들도 이런 내용을 부인했다. 통일부는 6월29일 북한의 주장을 일축하며 “전직 국가원수 등 우리 국민에 대한 위협적 언사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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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사실무근” 입장 공식 발표

 

북한은 김일성과 김정일은 물론 김정은에 대한 비난이나 테러·암살 시도설에 그동안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반응을 보여왔다. 이른바 ‘최고 존엄’이라고 치켜세우는 김씨 일가 최고지도자에 대한 도전이란 인식에서다. 그 근거가 되는 북한식의 논리는 소위 ‘유일영도 10대 원칙’이다. 1974년 만들어진 이 지침을 김정은은 자신이 집권한 이듬해인 2013년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이란 이름으로 더욱 구체화했다. 여기에는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의 권위, 당의 권위를 훼손시키려는 자그마한 요소도 융화묵과(融和默過)하지 말라”는 대목이 들어 있다. 또 이런 상황이 닥칠 경우 “비상사건화하며 비타협적 투쟁을 벌이라”며 “온갖 계급적 ‘원쑤’(원수의 북한식 표현)들의 공격과 비난으로부터 수령님(김일성)과 장군님(김정일)의 권위, 당의 권위를 백방으로 옹호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경우를 두고는 “일본 언론의 미확인 보도에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정부 당국과 대북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한·미 군 당국에 의한 ‘김정은 참수작전’ 등이 소문 수준에서라도 거론되면 북한이 비난공세를 퍼붓는 경우는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한 언론의 보도에 공안기관과 검찰까지 나서 공식 성명 형태로 반응을 보인 건 주목되는 상황이란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 권력 내부에서 김정은에 대한 충성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보위성을 비롯한 공안기관이 김정은의 신임을 받기 위해 사활을 건 행동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특히 보위성은 중앙당(노동당 중앙위원회) 과장급 간부에 대한 과잉수사 등 전횡을 부리다 김원홍 보위상이 지난 1월 숙청되는 위기를 겪은 상황이라 다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5월초 국가보위성이 “미 중앙정보국(CIA)과 국정원이 최고 수뇌부(김정은을 지칭)를 상대로 생화학 물질 테러를 치밀하게 준비해 온 공작이 드러났다”고 밝힌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란 말도 나온다. 당시 보위성은 한·미 정보 당국이 2014년 6월 러시아 하바롭스크에 파견됐던 북한 벌목공을 매수해 테러범으로 이용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엄중한 경호를 받는 김정은 테러에 벌목 노동자를 이용하려 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북한은 꼬리를 내리는 분위기가 됐다.

 

북한 체제 내부에 위기감을 조성해 김정은에 대한 충성과 찬양 분위기를 높이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최근 들어 휴전선 일대에서 북한군 병사들의 탈북·망명이 잇따르고 엘리트 계층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남한의 드라마나 뉴스를 접한 뒤 탈북을 결심했다고 밝히고 있고, 이런 분위기는 북한 내부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게 고위 탈북인사들의 귀띔이다. 핵 위협과 미사일 도발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자초한 상황 속에서 피로감을 느낀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 통치에 대한 반감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제와 남조선이 최고지도부를 제거하고 우리 체제를 허물려 한다”는 주장을 펼치려고 ‘암살테러’ 보도를 부풀렸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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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언론 미확인보도 빌미로 北 기관들 충성경쟁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도 읽힌다. 박근혜 정부 시기 대북강경책에서 탈피한 정책노선의 변화를 가시적으로 보여 달라는 의미다. 이와 함께 남한 내 탈북자 단체나 보수 성향 인사들의 김정은 비판 활동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도 드러난다. 성명에서 “우리의 최고 수뇌부를 노린 특대형 국가테러 범죄를 또다시 기도하는 경우 그 조직자, 가담자, 추종자들은 전시법에 따라 사전 통보 없이 즉결 처형한다는 것을 선고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6월 중순 이후부터 잇단 미사일 도발을 멈춘 채 호흡조절을 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내놓을 대북공조와 정책구상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1월 신년사에서 공언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마감단계”를 선보이기 위한 막판 채비에도 나서야 한다. 그렇지만 체제내부는 어수선한 상태다. 권력 장악에는 어느 정도 안착했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민생과 민심을 챙기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일본 언론의 미확인보도 한 줄에 북한 공안 당국이 줄줄이 나서 부산을 떨어야 할 정도로 북한 체제는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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