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숙제 ‘텔로미어와 텔로머라제’
  • 노진섭 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7.07.03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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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섭 기자와 건강 챙기기]

 

요즘 텔로미어(telomere)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예능 방송에서 언급된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것은 염색체 끝부분을 의미하는데, 과거에는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1970년대 세포가 분열할수록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염색체 끝부분이 사라지니까 세대를 거듭하면 유전 정보가 사라질 것으로 상상했습니다.

 

텔로미어에 대해 조금 알게 된 것은 2000년대의 일입니다. 이것이 인간 수명뿐만 아니라 암과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 공로로 엘리자베스 블랙번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교수와 조스택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2009년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또 뒤에 설명할 텔로머라제(telomerase) 효소의 역할을 규명한 캐럴 그라이더 존스홉킨스대 교수도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발견한 텔로미어의 역할은 이렇습니다. 텔로미어는 한마디로 세포가 늙을수록 짧아집니다. 이것이 다 닳아 없어지면 세포도 생을 마칩니다. 그래서 사람은 늙고 죽습니다. 늙거나 손상된 세포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자살하는 이른바 세포소멸이라는 자연 현상입니다. 텔로미어를 ‘생명시계’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암세포는 죽지 않고 계속 증식합니다. 연구 결과, 암에서 특정 효소가 나와서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 효소가 텔로머라제입니다.  

 

우리 세포에 텔로머라제를 주입하면 사람은 늙지 않고 장수할 수 있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암세포에서 텔로머라제를 없애면 암도 결국 사멸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기대감에 수많은 과학자가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2004년 국내 연구진이 꼬마선충(흙속에서 박테리아를 잡아먹는 선충류)의 텔로미어를 정상보다 30% 길게 만들어 평균 수명을 20일에서 23.8일로 연장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대하는 실질적인 연구 결과는 현시대 사람이 죽은 뒤에나 나올지 모릅니다. 당장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 엘리 푸터만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교수가 이 의문에 답을 내놓은 게 있습니다. 그는 2010년 텔로미어가 줄어드는 것을 막는 데에는 ‘신체적 활동’이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신체적 활동을 하는 사람과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으로 나누어 텔로미어 길이를 측정했더니, 신체적 활동을 하는 사람의 텔로미어 길이가 더디게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한 겁니다. 심지어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신체적 활동을 꾸준히 하면 텔로미어 길이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무병장수의 기본은 신체적 활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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