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허니문’ 위협하는 3대 난제
  • 최정민 프랑스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03 17:18
  • 호수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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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의회 장악·노동 개혁·언론 대립 등 곳곳에 갈등 불씨

 

“마크롱은 진정 절대 권력을 원하는가?”

6월27일 하원 의장 선출 후 개원 첫날부터 파열음을 내고 있는 프랑스 하원을 향해 프랑스 정치 평론가 크리스토프 바르비에가 던진 질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하원 부의장을 비롯한 재무관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터져 나왔다. 하원 의회 재무관은 하원 전체 살림을 관리하는 직책으로, 통상 3명을 선임하고 그중 한 자리는 야당에 주어진다. 그런데 이 한 자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했다. 야당인 공화당 출신이기는 하나 마크롱 행정부를 지지해 왔던 티에리 솔레르 의원이 선출되자 야당이 발끈한 것이다.

 

야당인 공화당의 하원 대표인 크리스토프 자콥은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 반대파를 존중하라”며 정권을 정조준하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자정을 넘기도록 재무관 자리를 두고 격론을 벌인 의회의 풍경을 두고 이튿날 프랑스 언론은 ‘사이코 드라마’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마크롱의 정치적 기반인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는 6월19일 총선에서 하원 의석 60% 이상을 휩쓸며 의회 권력을 점령했다. 의회에 ‘새 피’가 수혈된 데 대해 정치권과 여론의 기대감은 높았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가 개원 첫날부터 무너진 것이다. 앙드레 샤사인 공산당 원내대표는 공개 발언 자리에서 “이것이 당신들이 말하던 새 정치냐”며 “이러한 자리 나눠 갖기는 ‘암거래’나 다름없다. 너무나 형편없다”고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의회 외부 상황도 녹록지 않다. 오는 9월 노동계는 대규모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6월27일 마크롱 정부가 뮈리엘 페니코 신임 노동부 장관을 통해 공개한 노동 개혁 로드맵이 불씨가 됐다. 마크롱의 노동 개혁이 기존의 노동법보다 오히려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재계 역시 비판에 가세하고 있다. 재계는 마크롱 정부의 노동 개혁이 선거 당시 약속했던 ‘혁명’에서 훨씬 후퇴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 사진=EPA연합

 

마크롱 노동 개혁에 재계·노동계 ‘싸늘’

 

노동 개혁에 대한 여론도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프랑스의 보도 전문 채널 BFM이 6월28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 61%가 마크롱 정부 노동법 개혁 정책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대선후보였던 정치인 장 뤼크 멜랑숑은 프랑스 라디오에서 “노동법은 수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지 단순한 교통법규 같은 것이 아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프랑스 역대 정권이 노동 개혁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번 노동계와의 담판은 마크롱 정부의 향후 성패를 결정지을 주요한 사안으로 보인다.

 

이처럼 혼잡한 국내정치 상황과 사뭇 다른 그의 외교 행보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주요국을 다니며 정상외교를 펼친 데 대해 처음엔 호평과 칭찬이 대부분이었지만, 이후 국내정치 상황이 어지러워지면서 여론은 조금씩 갈리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7월14일 프랑스 혁명 기념일 행사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초대한다고 발표한 데 대해서도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공화당 한 의원은 “마크롱의 화려한 외교가 모든 사안을 해결해 주진 않는다”고 꼬집기도 했다.

 

마크롱의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뒷받침해 줬던 힘은 마크롱 정부가 줄곧 강조해 온 도덕적 정치에 대한 국민적 신뢰였다. 그러나 ‘새 인물’을 주창해 온 마크롱 정부에서 벌써부터 그의 최측근으로부터 여러 의혹들이 제기돼 실망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표적 인물은 앙마르슈 사무총장으로 대선 일등공신이자, 마크롱 내각 영토통합부 장관에 임명됐던 리샤르 페랑이다. 그는 과거 부인의 건물을 임차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드러나 장관직에서 사퇴했다.

 

인사 실패도 문제지만, 이번 페랑 사태에서 심상치 않았던 건 바로 마크롱 대통령과 언론 간의 대립 구도였다. 페랑에 대한 의혹 보도가 정점에 이르던 5월31일, 마크롱은 국무회의 자리에서 언론을 향해 “재판관처럼 행동하지 말라”고 일침을 날렸다. 즉각 그의 발언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 쏟아졌다. 프랑스 뉴스채널 ‘앵포’의 정치 평론가 장 미셀 아파티는 “언론 본연의 의무를 국가 수장이 이토록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충격이다”라고 언급했다.

 

지난 프랑스 대선에서 피용 공화당 후보 등이 언론의 날카로운 의혹 보도로 결국 낙마한 데 비해, 마크롱은 그리 강도 높은 언론의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다 보니 대선 당시 언론의 수혜 아닌 수혜를 입었던 마크롱이, 최근 들어 모든 언론의 펜 끝이 자신을 향하자 발끈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마크롱 정부는 매년 7월14일 혁명 기념일 연례행사로 엘리제궁에서 이뤄졌던 대통령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표면적 이유는 당일 오후 니스를 방문해 지난해 니스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서였지만, 마크롱이 현재 언론과 좋은 관계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 결정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언론을 향한 마크롱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일각에선 “역대 프랑스 정권 중 언론을 능숙히 다루지 못한 정권이 성공한 경우는 없었다”며 마크롱 정부의 앞날 역시 순탄치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선과 총선을 거치며 프랑스 민심을 잡고 있다고 믿어온 마크롱의 허니문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그가 여론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향후 과반을 차지한 하원을 무기로 일방적 개혁을 시도할지, 역대 정권의 숙원이었던 진정한 정치·경제·노동 개혁을 성공시킬지는 조금 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휴가까지 반납하고 ‘열일’하겠다 밝힌 마크롱의 임기 첫 여름은 결코 조용히 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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