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종북몰이나 빨갱이 딱지, 이제 없어져야 한다”
  • 김지영·구민주 기자 (you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7.03 17:30
  • 호수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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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自强(자강) 통해 보수의 본진 되겠다” 강조한 이혜훈 바른정당 신임 대표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서울 서초구 갑 후보 경선에서 두 여성이 맞붙었다. 이혜훈과 조윤선. 조 후보의 ‘무난한’ 경선 통과가 점쳐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장관과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고, ‘박근혜의 복심’으로 불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총선행(行) 티켓은 이혜훈 후보가 거머쥐었다. 조 후보 낙마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의외의 결과는 아니었던 것 같다. 당시 정치권 유력 인사는 기자에게 이런 분석을 내놨다. “이혜훈 후보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인사하는 스타일이다. 반면 조윤선 후보는 사람들이 먼저 다가오길 기다리는 스타일이다. 인지상정이라고, 먼저 다가오는 후보에게 유권자는 더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선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총선 후 정치 시계는 급박하게 돌아갔다. ‘비선 실세’로 최순실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더니 급기야 국정농단 사태로 번졌다.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새누리당은 분열했다.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했던 의원 일부는 새누리당으로 유턴했다. 유승민 후보는 대선에 낙마했다.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정체돼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바른정당은 결국 해체되거나 자유한국당에 흡수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바른정당 존재감마저 시들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속 의원 20석. 한 명만 이탈해도 원내교섭단체 회의에 들어갈 수 없다. 이래저래 위태위태한 형국이다.

 

이런 바른정당이 6월26일 이혜훈 의원을 새 대표로 선출했다. 이 대표 앞에 산적한 과제들은 녹록하지 않다. 당장 당을 재정비해서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 1년도 안 남은 지방선거가 첫 시험대다. 이 대표에겐 ‘큰 꿈’을 달성하기 위한 성숙기이자 리더십 검증기다. 당 대표에 오른 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이 대표를 6월29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났다. 바른정책연구소가 주최한 ‘6·29선언 30주년 기념토론회’에 참석한 직후였다.

 

이혜훈 바른정당 신임 대표 © 시사저널 박은숙

 

6·29 토론회에 다녀왔는데, 6·29선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당시 이 대표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당시 (서울대 경제학과) 대학원생이어서 유학 준비하고 시험 보느라 (6월 항쟁에) 직접 참여하진 못했다. 6·29선언은 민주화 운동의 희생과 헌신으로 탄생했다. 그 선언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겠나 싶다. 그러나 6·29 이후 민주세력 중 일부가 군부독재세력과 손잡고 (1990년 민자당으로) 3당 합당했다는 건 뼈아픈 일이다. 그 세력이 우리가 몸담았던 당(새누리당)의 전신이었다. 난 정치에 몸담으면서 ‘대한민국 민주화에 빚이 참 많구나’ 생각했다. 우리(바른정당)는 결국 군부독재세력이 갖고 있는 특성을 상당히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당과 결별하고 나왔다. (새누리당은) 1인 지배를 강요했다. 생각과 노선이 다르거나 노선이 같아도 그 안에서 잘못을 잘못이라고 얘기하는 게 용납되지 않았다. 전체주의·권위주의적 문화가 있었다. 그 당(자유한국당)엔 지금도 그 특성이 남아 있다.

 

 

1990년 민자당 이후 지난해까지 새누리당에서 함께했는데 바른정당 의원들도 일부 책임이 있지 않나.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끊임없이 개혁과 변화를 요구한 우리 주장들이 묵살되면서 좌절했다. 그 세력이 변해야만 대한민국이 발전한다는 믿음으로 변화를 추구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의 변화는 무망(無望)하다고 판단해서 나온 거다.

 

 

자유한국당과 어떤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

 

두 가지 면에서 우리는 그들과 완전히 다르다. 낡은 보수(한국당)엔 미래가 없다. 낡은 보수가 완전히 개혁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같이하기 어렵다. 그들과 다른 두 가지는 정체성과 정치하는 방식이다. 우리와 그들이 ‘안보(安保)는 보수’라고 얘기해서 모양은 비슷하다. 하지만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한국당은) 자기들이 싫어하는 사람에게 빨갱이 딱지 붙인다. 종북몰이 하는 걸 안보라고 한다. 문재인이 집권하는 건 김정은이 집권하는 것과 같다고 서울 한복판에서 얘기하고 거기에 당원 수천 명이 ‘옳소, 옳소’ 외쳤다. 종북 척결로 화답하는 집단과는 같이 가기 어렵다. 우리가 얘기하는 안보는 북핵 위협으로부터 국민 생존권을 지키겠다는 거다. 우리는 종북몰이나 빨갱이 주장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다음 경제는 시장경제라고 똑같이 말하는데, 그 사람들은 재벌이나 경제적으로 힘 있는 사람들의 특권과 반칙, 횡포를 눈감아주는 건 물론이고 비호, 대변까지 한다. 그런 행태는 보수의 적(敵)이다. 우리는 그것이 대한민국 공동체를 안으로부터 붕괴시키는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당과 정체성, 정치 방식 다르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대선 전에 바른정당 합류 의사를 밝혔다’는 의혹이 정병국 의원 책을 통해 제기됐다.

 

사람은 하루 이틀 만에 변하지 않는다. 홍 전 지사와 정 의원을 벌써 15년 가까이 봐왔다. 결국 누굴 믿느냐는 건데, 홍 전 지사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는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무슨 말을 해도 믿기지 않는다. 반면 정 의원은 진지하고 농담도 못하는 스타일이다. 사석에서도 빈말을 안 해서 오죽하면 별명이 ‘미스터 진지’이겠나. 정 의원에게 물어도 봤다. 정 의원은 (의혹을 제기한) 책을 쓸 때 처음엔 대부분 실명을 썼는데 마지막 원고 교정을 보면서 다시 생각했다고 하더라. 누구는 실명을 지우고 누구는 안 지울까 고민했고 많은 분들의 실명을 지웠다고 했다. 하지만 홍 전 지사에 대한 건 고민 고민하다 실명을 안 지웠다고 했다. 믿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바른정당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낮다. 끌어올릴 복안은 무엇인가.

 

정치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전략 쓰고 술수 쓰던 시대는 끝난 것 같다. 모든 정보는 빛의 속도로 국민들이 서로 공유한다. 다 아는 것 같다. 쇼를 하는지 거짓말을 하는지 국민은 굉장히 냉철하게 꿰뚫어보는 것 같다. 그래서 정공법이 왕도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의회) 의석 하나 없었어도 자기의 생각을 솔직하고 강직하게 얘기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면서 국민 마음을 얻었다. 우리는 지금 이런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의석 20석 갖고 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가 어떤 가치를 갖고 어떻게 구현할지 국민께 정확히 말씀드리고, 그대로 하면 국민도 눈여겨봐 주실 거라 믿는다.

 

 

국민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말씀을 드리고 싶나.

 

우리 정체성에 맞는 정치를 하겠다는 거다. 안보 면에서 보수가 뭐고 경제 개혁이 뭔지 얘기했는데 그에 합당한 입장표명을 해 나가는 거다. 예를 들면 재벌 개혁을 찬성한다. 재벌의 일감몰아주기도 순환출자도 반대다. 아주 적은 지분으로 수십조원에 달하는 회사를 좌우하는 그런 엄청난 전횡과 황제 경영을 우리는 막을 것이다. 재벌의 지배구조도 개선해야 한다. 지금 얘기하는 경제 개혁에 대한 합당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들을 주장하고 구현해 낼 것이다. 여당이 얘기하는 것들이 우리와 일치하면 여당보다 우리가 먼저 제안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정책들에 찬성한다.

 

 

김상조 위원장 정책을 찬성하는 이유는 뭔가.

 

김 위원장은 구글, 페이스북의 빅데이터 독점을 금지하겠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공정위가 왜 이걸 안 건드리는지 불만이 많았다.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갖고 다른 사업자 기회를 완전히 차단하면서 독점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손 놓고 있지 않았나. 또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는 왜 안 건드리나. (국회의원이) 표(票)만 생각하면 안 된다. 세상 바꾸려는 정치를 해야 한다. 여당이 옳은 일을 할 때 야당이 힘을 실어주면 백배는 낫다.

 

6월26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바른정당 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에서 이혜훈 신임 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각 정당과 사안별로 공조할 것”

 

민주당과 통하는 부분도 있는데, 여당과의 연정이나 협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여당과) 접점이 굉장히 많다. 사안별로 공조할 것이다. 사안별 공조는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정의당과도 할 수 있다. 성역을 둘 필요는 없다. 그때그때 사안에 따라 다른 거다.

 

 

현재 ‘문준용 채용 비리 의혹 조작 사건’으로 국민의당이 큰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일각에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합당설이 나온다.

 

합당은 당 정체성이 맞아야 논의될 수 있다. 그런데 안보 부분에서 결이 많이 다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을 진행한 주역들이 국민의당 주축이다. 그래서 우리와 많은 거리가 있다. 이 부분이 해결 안 되면 합당은 논의조차 어렵다. 우리는 자강(自强)이 먼저다. 보수의 본진(本陣)이 되는 것이 우선이다. 다른 당과는 사안별 공조가 가장 적절하다.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일 년도 안 남았다. 바른정당 현재 지지율로는 후보조차 내기 힘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금은 걱정 안 해도 된다. 내년 3~4월에 사람을 받을 거니까. 그 전에 보수 대(大)수혈을 받아야 한다. 지금도 타진하는 사람이 있고, 오겠다는 사람도 있다. 이미 골든크로스(Golden Cross·주가 상승 신호)가 일어났다고 본다. 수도권 지지율이 한국당을 앞섰다는 여론조사도 나오고 있다. 한국당은 그렇게 신경 쓸 필요도 없고 연연해할 필요도 없다. 우리의 가치를 갖고 계속 사람들을 우리의 날개 아래로 모아서 전력질주하면 내년 봄엔 확실히 역전돼 있을 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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