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서 '미지의 왕국' 가야사 연구가 뜨거운 이유
  • 김도형 기자 (sisa517@sisajornal.com)
  • 승인 2017.07.0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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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전·삼가고분군 출토유물서 가야세력과 타지역세력 공존 확인

'가야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동안 ‘미지의 왕국’ ‘미완의 왕국’으로 여겨져 오던 '가야'에 대한 역사는 6월1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가야사 연구와 복원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킬 것”을 주문함에 따라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일반적으로 가야사는 전기 가야연맹의 맹주 ‘금관가야’, 후기 가야연맹의 맹주 ‘대가야’ 또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언급된 ‘6가야설’(6개의 가야국)에 나온 연맹국가들이 전부인 것처럼 인식돼 왔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의 역사서만 보더라도 가야가 적어도 20개 이상의 나라로 이뤄졌다는 기록이 나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남과 호남의 여러 지역에 다양한 가야의 유적이 출토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학설 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경남 합천군 삼가고분군 발굴현장을 학생들이 답사하고 있는 모습. Ⓒ 합천군청 제공

 

 

경남 합천군의 ‘옥전고분군’과 ‘삼가고분군’으로 대표되는 두 개의 큰 고분군은 가야세력이 서로 다른 문화를 이루면서 공존했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유적이다.


‘옥전고분군’ ‘삼가고분군’ 발굴조사로 역사적 가치 증명


합천의 대표 가야유적인 ‘옥전고분군’은 체계적인 발굴조사를 통해 삼국시대 다라국(多羅國) 지배자들의 무덤으로 확인됐다. 여기서 확인된 다양한 형태의 무덤과 갑옷, 말갖춤, 화려한 장신구 등은 그 중요성으로 인해 발굴조사 도중에 사적 326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옥전 M3호분에서는​ 한꺼번에 중요한 유물이 다량 출토되기도 했다. 용봉문양 2점, 봉황문양 1점, 용문장식 1점 등 장식고리자루큰칼 4자루 등​이 발견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여기서 출토된 유물들이 다라국의 지배자가 여느 가야국의 지배자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다양한 무기와 갑옷, 말갖춤 역시 다라국 세력이 강력한 군사력을 기반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러한 유물들은 당시 일본의 것들보다 우수한 것으로 '임나일본부설'을 부정하는 결정적인 고고학적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임나일본부설은 일본의 야마토 정권이 4세기 후반 한반도의 남부 지역인 가야 지방에 임나일본부를 설치해 200여년간 한반도의 남부를 지배했다는 주장이다. 

 

옥전 1M호 분에서 출토된 로만그라스는 신라와의 활발한 교류 관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다. Ⓒ 합천군청 제공

 

 

이밖에 옥전 M1호분에서는 편원어미형(扁圓魚尾形​) 말띠드리개(杏葉)와 금동제 허리띠, 로만글라스, 창녕식토기 등 신라시대의 유물이 다량으로 확인됐다. 이 중에서 로만글라스는 경주 금령총에서 출토된 것과 유사한 것으로, 당시 신라가 이 지역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보여주는 유물로 분류된다. 


박준현 ​합천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옥전고분군은 가야문화연구에 가장 중심적인 위치에 있는 유적 중의 하나”며 “여기서 확인된 다양한 유물들은 고대 가야가 신라, 백제 그리고 일본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었는가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가고분군 지역은 동부·​서부·​신라의 교역거점


합천의 또다른 대표 가야유적 ‘삼가고분군’은 경북 고령 ‘지산동고분군’와 경남 함안 ‘말이산고분군’에 비견할 만큼 그 범위가 넓다. 현재까지 발굴조사로 확인된 무덤의 구조의 특징은 3~7기의 매장 주체부를 덧대어 만든 여러 덧널식 구조라는 것. 삼가고분군이 이 지역만의 독특한 무덤 축조방식을 채택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 유적에선 경남서남부가야(소가야)양식 토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말갖춤과 세잎문양 고리자루큰칼 등의 무기가 출토됐다. 유물의 종류와 규모로 미뤄볼 때 당시 이 지역에 상당한 규모의 지배층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가고분에서 다량 출토된 소가야 양식의 토기.Ⓒ 합천군청 제공

 

산가고분군에선 대가야식, 아라가야식, 신라식 유물도 출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토대로 삼가고분군 축조 세력이 서부가야에서 동부가야, 신라로 연결되는 교통로에 자리 잡고 있어 교역의 거점으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이러한 특징을 근거로 삼가고분군의 축조집단을 여러 가야국 중에서 사이기국(斯二岐國)으로 규정하는 연구도 등장했다. 

‘옥전고분군’과 ‘삼가고분군’ 외에도 합천에는 봉계리, 반계제, 저포리고분군과 아직 발굴 조사되지 못한 영창리, 금양리, 문림리, 정양리 등 많은 고분 유적들이 있다. 박준현 학예연구사는 “가야를 역사 기록의 부족으로 미지의 왕국으로 남겨둘 것이 아니라 이들 유적의 적극적인 발굴조사와 연구를 통해 우리 역사의 빈자리를 채워나가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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