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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냉면, 뜨거운 가격 논쟁

[김유진의 시사미식] 1만원 훌쩍 넘긴 평양냉면의 적정 가격 둘러싼 논란

김유진 푸드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08(Sat) 11:30:00 | 14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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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주가 30도를 오르내리는 요즘. 서울 시내의 유명 냉면집은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중에서도 냉면 마니아들은 시원한 육수가 일품인 평양냉면집을 유독 즐겨 찾는다. 여름 냉면집의 속도는 전광석화 같다. 주문도, 서빙도, 식사시간도. 테이블에 올라온 냉면 대접을 보면 얼굴이 환해진다. 제례의식 속 제사장마냥 대접을 들어 올린 뒤 입술로 가져간다. 숨을 한 번 내쉰 뒤 한껏 육수를 들이켠다. 이제 젓가락이 등장할 차례, 지나치게 휘휘 저어대면 그건 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실타래처럼 똬리를 틀고 있는 녀석을 은근히 풀어 젖힌다. 그리곤 육수에 푹 적신다. 있는 힘껏 면을 집어 들고 입속으로 밀어 넣는다. 메밀 함량이 많은 면은 깨물면 이가 쑥 들어간다. 폭신한 면을 서너 차례 씹으면 이내 육수와 메밀이 만들어내는 구수함이 뒤따른다. 눈 깜짝할 새 한 대접을 뚝딱 비우곤 배를 쓰다듬는다. 여름 한 끼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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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원? 4000원?…냉면 원가 논란도

 

냉면은 분명 차가운 음식이다. 그러나 요즘 냉면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차갑지 않다. 매년 그 열기가 더 뜨거워진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격 탓에, 과연 냉면 한 그릇의 원가가 얼마나 될까 하는 가격 논란이 뜨겁다. 서울시내 유명 전문점의 냉면 한 그릇 가격은 이미 1만원을 훌쩍 넘어서서 1만5000원을 향해 달리고 있다. 성인 남성의 경우 양이 부족해 사리면이라도 추가할 양이면, 2만원 가까이 지불해야 하는 형편이다. 과연 그만한 가격이 적정한가 하는 찬반 논쟁이 뜨겁다.

 

불과 4~5년 전만 하더라도 냉면, 특히 평양냉면의 경우 호불호가 심하게 나뉘었다. 육수며 면발을 논할 정도로 내공을 갖춘 식객들의 날카로운 분석과 이제 막 평양냉면의 세계에 접어든 초심자들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달랐다. ‘냉면 성애자’라는 이들은 육수의 향과 농도, 면발의 상태에 극도의 집착을 보인다. 그이들 나름의 잣대가 엄중하기 때문이다. 반면 이제 막 발을 디딘 이들의 반응은 냉면 육수만큼이나 차갑다. 냉면 국물에서 육향을 느끼기는커녕 마치 행주 빤 물을 들이켜는 것 같다는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팽팽히 맞서던 대립은 미식 프로그램들에 의해 무너지기 시작했다. 소위 냉면 전문가라는 셀럽들의 예찬이 이어지며 ‘불호’파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졌다. 평양냉면의 속맛을 모르면 왠지 무시당하는 듯한 분위기가 확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논쟁에서 늘 자유로운 노포(老鋪)가 있다. 바로 우래옥이다. 유독 이곳에 대해서만은 우호적인 입장이 많다. 아마도 평양냉면의 성지로 불리는 까닭이리라. 이곳에서 냉면에 입문한 이들이 많기도 하거니와 대를 이어가며 로열티를 보여주는 ‘가문’들이 많은 덕에 봄이 끝나자마자 순례객들이 몰려든다. 도심 한복판의 여유로운 주차 공간, 웅장한 외경, 여든이 넘은 홀 담당 임원, 큼직하고 쿠션 좋은 대기석 소파,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덮은 붉은 주단. 극장 광고 속에서나 만남 직한 구성요소들이 빛을 발한다. 우린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매년 평양냉면의 가격인상은 이곳에서 시작된다.

 

그러기에 우래옥을 빼놓고는 평양냉면 가격에 대한 의견들을 조합하기 어렵다. 이태 전부터 평양냉면 가격이 과하다는 지적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몇몇 애호가들은 은퇴한 주방 직원들의 의견을 곁들이며 원가를 분석했다. 2000원대 후반이면 충분하다는 의견에서부터, 무슨 소리냐 최소 4000원대 초반까지는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의견까지. 그런가 하면 가격 책정에 대한 이해가 아예 부족하다는 지적을 내세우며 좀 더 외식업계 오너스러운 대립각을 세우는 이들도 많아졌다.

 

 

대한민국 냉면의 상향평준화

 

‘어떻게 냉면 가격을 분석하는 데 메밀과 정육만을 가지고 산정할 수 있느냐? 냉면 한 그릇을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노고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단 평양냉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육수만 하더라도 고기 선별, 핏물 제거, 육수 제조, 수육 분리, 간 맞추기 등의 과정이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면은 또 어떠한가? 제분·반죽·숙성·제면·세척 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고객에게 낼 수 있는 면이 완성된다. 또 이 과정을 총괄적으로 관장하는 면 장인의 관리·감독까지 가격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가격을 바라보는 고객의 시선이 무척이나 다르다는 것이다. ‘보유 효과’라는 것이 있다. 전 세계 마케터들은 체험 마케팅이라는 단어로 이 효과를 쉽게 설명한다. 즉 체험해 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평가는 판이하게 다르다. 직접 만져보고, 먹어보고, 다루어본 제품은 그렇지 않은 제품에 비해 평가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가격 논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이유 중에는 분명 이 효과도 한몫을 단단히 한다. 장기간 평양냉면을 선호했던 애호가들은 충분히 그 가격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애정이 덜한 고개들의 경우 책정가가 과하다고 느낄 확률이 높다.

 

평양면옥·필동면옥·을지면옥·부원면옥·을밀대 등 탄탄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노포들도 냉면 가격 논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선두주자에 발맞추어 매년 가격을 인상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아직 단 한 번도 우래옥을 추월한 가격은 만나보지 못했다. 물론 스타셰프가 진행한 평양냉면 팝업 레스토랑에서 그 기록이 깨진 적이 있긴 하지만 열외로 하자. 기세 좋게 ‘형님’들과 어깨를 견주려는 2세대 점포들도 가격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인면옥·봉피양·능라도·진미평양냉면·동무밥상·배꼽집·봉밀가·피양옥 등도 퀄리티와 가격 면에서 그 뒤를 그림자처럼 바짝 쫓고 있다.

 

긍정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대한민국 냉면이 상향평준화되고 있다. 굳이 부정적인 면을 찾자면 50~60년 된 노포도 아닌데 평균 판매 가격이 1만원 선이니 후발업체도 이 가격을 앵커로 삼아 판매 가격을 매기고 있다는 점이다. 은근히 파격적인 가격 행보를 기대하고 있건만 평양냉면 업계에서는 쉽지 않은가 보다. 루키라는 이유로 가격을 낮추는 것이 망설여진다면 이런 방법도 있다.

 

 

“이제 시작합니다. 대한민국 평양냉면 업계 최고의 막내. 그래서 정성껏 부친 녹두전 한 장씩 올려드리렵니다. 단 여러 선배들에 비해 열정과 맛내기 노하우는 밀리지 않으니 어여삐 봐주세요.”

 

불경기가 심화될수록 가격 민감도는 더해진다. 지금이 호황이라면 그깟 1만원 하고 쉬 넘겨버릴 고객들도 많으리라. 하지만 요즘 같은 상황에서 당당히 1만원대 냉면을 팔고 싶다면, 냉면에 투입된 가치를 가시적으로 환산해 주거나(원재료와 노동력을 적극적으로 표시) 1만원대와 교환가치가 생길 충분한 자격이 있는 세트구성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원고를 쓰는 이 순간에도 계속 입에 침이 고이는 것을 보니 냉면이 중독성 강한 녀석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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