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세계는 우리가 탐험해야 할 신대륙”
  • 조철 문화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06 17:29
  • 호수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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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잠》, 서점가 점령

 

최근 서점가에선 한동안 보이지 않던 유명 작가들의 신작 소설이 판매대를 장식하고 있어 독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베스트셀러 순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잠》을 비롯해 소설책들이 20위권에 다수 올라 있다. 교보문고는 탄핵 정국과 대통령선거로 뜨거웠던 정치적 이슈에 대한 관심이 잠잠해지면서 최근 소설의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4년 만에 선보인 장편소설 《잠》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개미》로 명성을 얻은 베르베르는 유독 국내에서 인기가 높다. 지난해 교보문고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소설가는 베르베르였다. 10년간 국내외 작가별 소설 누적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베르베르가 1위를 차지했다. 신작 《잠》 역시 출간 한 달 만에 판매량이 20만 부에 육박할 정도로 주목을 끌고 있다. 6월 4주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1위에 올랐다. 출판사 관계자는 “초쇄 12만 부를 찍었는데, 점점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조만간 30만 부 돌파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받은 뒤 60만 부 넘게 팔리면서 출판계에 활기를 불어넣었는데, 올해는 《잠》이 그런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 사진=열린책들 제공


 

작가가 경험한 ‘자각몽’에 뿌리 둔 소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잠》에 대해 그가 과학 전문기자로 활동하던 1980년대에 썼던 자각몽자(自覺夢者)에 관한 르포에 뿌리를 둔 소설이라고 말한다. 내용은 이렇다.

 

주인공은 자크 클라인, 28세의 의대생이다. 자크 클라인의 아버지는 항해사로, 자크가 11세 때 항해 중에 목숨을 잃었다. 자크의 어머니 카롤린은 유명 신경 생리학자로, 수면을 연구하는 의사다. 카롤린은 아들 자크가 어렸을 때부터 꿈을 통제하는 법을 가르쳤고, 역설수면이라고 불리는 수면의 다섯 번째 단계에서 자신만의 꿈 세계인 상상의 분홍 모래섬을 만들어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왔다.

 

카롤린은 비밀리에 진행 중인 수면 탐사 실험에서 수면 6단계를 발견하고, 콜럼버스 시대에 탐험가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미개척지를 지도에 테라 인코그니타라고 표기했던 사실에 착안해 수면 6단계를 ‘미지의 잠(Somnus incognitus·솜누스 인코그니타)’이라 이름 붙인다. 수면의 6단계는 심장 박동은 느려지고 근육은 이완되지만 뇌 활동은 훨씬 활발해지는 단계로, 시간의 지각도 달라지게 된다. 그러나 실험 도중 사고로 피험자 아킬레시가 사망하고, 이 일은 카롤린의 해고로 이어진다. 충격을 받은 카롤린은 그날 저녁에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당황한 아들 자크가 어머니를 찾기 위해 고민하던 어느 날, 꿈속의 분홍 모래섬에서 20년 뒤의 48세 자크를 만나게 된다. 48세의 자크는 어머니가 말레이시아에 있다며 위험한 상황이니 빨리 어머니를 구하러 가라고 권한다. 자크는 꿈속의 만남을 믿지 않고 무시하다가 두 번째로 같은 꿈을 꾼 뒤 말레이시아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머니 카롤린이 찾아갔던 ‘꿈의 민족’으로 알려진 세노이족을 찾아 나선다.

 

소설은 “잠은 잘 자요?”라는 카롤린의 질문으로 시작한다. 이어지는 대사가 독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내 얘기 들어 봐요. 우린 일생의 3분의 1을 자면서 보내요. 3분의 1이나. 게다가 12분의 1은 꿈을 꾸면서 보내죠. 하지만 사람들 대다수는 관심이 없어요. 잠의 세계는 우리가 탐험해야 할 신대륙이에요. 캐내서 쓸 수 있는 소중한 보물이 가득 들어 있는 평행 세계죠. 앞으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단잠 자는 법을 가르치는 날이 올 거예요. 대학에서는 꿈꾸는 방법을 가르치게 될 거예요. 대형 스크린으로 누구나 꿈을 예술작품으로 감상하는 날이 올 거예요. 무익하다고 오해받는 이 3분의 1의 시간이 마침내 쓸모를 발휘해 우리의 신체적·정신적 가능성을 극대화시키게 될 거예요. 내 ‘비밀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잠의 세계에 신기원을 열게 될 거예요. 그야말로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오는 거죠.”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열린책들 펴냄 336쪽 1만3800원


 

《잠》은 꿈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잠》은 꿈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는 과학 전문기자 시절 자각몽(자고 있는 사람이 스스로 꿈이라는 것을 자각하면서 꾸는 꿈)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난 지 단 일주일 만에 생애 최초의 자각몽을 꾸었다고 한다. 

 

“반투명한 베이지색 박쥐 날개를 달고 파리의 생루이 섬 근처를 날아오르는 꿈이었다. 꿈속에서 나는 휘젓던 팔을 멈추는 순간 아래로 추락해 센 강으로 떨어지면서 잠이 깨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최대한 오래 버티려고 애썼다. 하지만 어깨가 너무 아파서 팔 동작을 멈추자 바로 아래로 떨어졌고, 수면에 닿는 순간 잠이 깼다.”

 

작가는 몇 해 전에 불면증을 겪은 것도 《잠》을 쓰게 된 계기가 됐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소설 속에서 불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불면은 이 세기가 맞닥뜨린 심각한 재앙이다. 그런데도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무턱대고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 외에 오늘날까지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원인을 고치기보다 증상을 억제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벤조디아제핀을 주성분으로 하는 지금의 수면제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첫째, 꿈을 없앤다. 둘째, 중독성이 강하다. 셋째, 최근에는 알츠하이머 발병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작가는 《뜻밖의 만남》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일도 《잠》을 구상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어린 시절의 나라고 가정한 소년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젊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에게 참 할 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무엇보다 ‘도전하라’고, 비록 도전했다 실패해도 그 경험이 우리를 풍성하게 만든다고 그에게 조언했다”고 말했다. 

 

 

New Book

 

처음 만난 철학 

히라하라 스구루 지음│시그마북스 펴냄│390쪽│1만6000원

 


“철학 없이 인생도 없다”고 외치는 저자가 ‘철학 번역가’가 된 마음으로 서양 철학사에서 중요한 획을 그은 명작 50권을 소개한 철학 안내서. 철학이 어떻게 탐구되고 전해져 왔는지 알려주면서 역사적 배경이나 전문용어에 대한 보충 설명을 통해 철학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행복을 풀다

모 가댓 지음│한경비피 펴냄│484쪽│1만6000원

 

 


‘구글 최고의 브레인 집단’ 구글X의 프로그램을 지휘하는 총책임자인 저자는 행복을 리부팅하는 문제에 오래전부터 관심이 많았다. 물질적 풍요라는 축복이 더해질수록 행복의 수준은 점점 떨어져간다는 걸 깨달았던 것이다. 인간의 초기 상태가 ‘행복’이라는 저자는 모든 것을 초기 상태로 되돌림으로써 애초의 행복 모드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역설한다.​ 

 

 

울트라 소셜 

장대익 지음│휴머니스트 펴냄│272쪽│1만5000원

 

 


다른 영장류와 구별되는 인간의 강력한 사회성을 ‘초사회성(Ultra-sociality)’이라 부르는 저자는 진화생물학·동물행동학·영장류학·뇌과학·심리학·행동경제학·인공지능학 등 최근 30여 년간 수행된 다양한 연구를 망라하며 인간의 초사회성에 관한 증거를 제시한다. 초사회성이 품을 수 있는 동심원이 기계로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도 고민했다.​ 

 

 

그래서 그는 바다로 갔다

김탁환 지음│북스피어 펴냄│352쪽│1만3800원

 

 


탁월한 이야기꾼이기도 했던 김관홍 잠수사의 이야기에 매료된 소설가는 잠수사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쓴다. 소설 《거짓말이다》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 책은 소설의 제작 과정을 일기 형식으로 담았다. 소설을 집필하기 위해 4개월 동안 이뤄진 인터뷰·자료조사·현지답사 등의 과정이 펼쳐진다. 선물과도 같았다는 소설 주인공과의 만남과 이별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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