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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력가 표적 삼은 악마들의 범죄

골프연습장 납치살해 사건 전말…완전범죄 노리고 치밀하게 범행, 경찰 포위망 뚫고 거리 활보

정락인 객원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10(Mon) 11:00:00 | 14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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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골프연습장 납치살해 사건이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남편과 골프연습장을 찾았던 피해 여성은 흉악한 범죄자들의 희생양이 됐다. 경찰의 포위망은 구멍이 숭숭 뚫렸고, 결국 시민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이 사건의 전말을 살펴봤다. 

지난 6월24일 오후 8시30분쯤 경남 창원시 의창구의 한 실내골프연습장 지하주차장에 손아무개씨(여·48)가 들어왔다. 손씨는 사업을 하는 남편과 3시간 정도 골프연습을 했으나 따로 타고 온 차량의 주차 위치가 달랐다. 부부는 각자 집으로 귀가하기로 했다.

 

손씨는 자신의 아우디 차량이 있는 건물 지하주차장으로 와서 차량 트렁크를 열고 골프백을 실었다. 그때였다. 누군가 “저기요” 하며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손씨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다. 그 순간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바로 옆에 주차된 스포티지 차량으로 손씨를 강제로 밀어 넣었다. 이들은 손씨의 입안에 여자 스타킹을 물린 뒤 청테이프로 막고 손발을 케이블 타이로 결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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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연습장에서 범행 대상 물색

 

납치범들은 심천우(남·31)와 애인 강정임(여·36) 그리고 심씨의 6촌 동생 심아무개씨(남·29)였다. 이들은 부유층을 납치해 돈을 뺏기로 하고 대상을 물색하던 중 외제차를 타고 고급 핸드백을 든 손씨를 타깃으로 삼았다. 심씨 일당은 손씨가 들어올 때까지 지하주차장에서 3시간 정도 기다리고 있었다. 손씨의 아우디 승용차는 강정임이 몰았다. 심씨와 동생은 위조 번호판을 단 스포티지를 몰고 뒤를 따라갔다. 손씨를 차량에 실어 끌고 가면서 그녀가 갖고 있던 현금 10만원도 빼앗았다. 이들은 경남 고성군의 인적이 드문 국도변 야산 기슭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사전에 답사한 폐(廢)주유소가 있었다. 이곳에서 손씨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빼앗고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심씨는 애인 강씨와 동생에게 비밀번호를 확인하라고 보냈다. 강씨는 손씨의 아우디 승용차를 몰고 창원으로 돌아가 의창구의 한 상가건물 지하주차장에 차를 버렸다. 강씨는 동생 심씨가 모는 차를 타고 고성으로 돌아가던 중 자동인출기(ATM)에서 카드 비밀번호가 맞는지를 확인했다. 오전 10시30분쯤 동생으로부터 “비밀번호를 확인했다”는 전화를 받은 심씨는 손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

 

3인조는 손씨의 시신과 소지품을 준비해 간 마대에 담아 스포티지에 싣고는 전라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오전 11시30분쯤 진주시 태평면 진양호 진수대교를 지나다 인근에 마대에 담긴 시신을 유기했다. 이후 광주광역시로 이동한 후 하룻밤을 보냈다. 6월26일 주범 심씨는 강씨와 동생을 시켜 손씨의 카드로 은행 2곳에서 현금 410만원을 인출했다. 이 중 신용카드는 70만원씩 5번을 뽑다가 정지돼 더 이상 사용하지 못했다.

 

다시 순천으로 도피한 이들은 가게 두 곳을 들렀다. 오전 11시쯤 미용실에 들러 머리카락을 잘랐다. 이때 서로 대화를 나누거나 깔깔대며 웃기까지 했다. 심씨는 스포츠형 머리를 하고 왼쪽 귀 윗부분에 일자로 두 줄 스크래치를 냈다. 강씨는 단발머리를 하고 안경을 썼다. 약 1시간30분 뒤에는 같은 상가의 PC방에서 태연하게 음료수를 마시며 컴퓨터 게임을 즐겼다. 이들의 모습은 CCTV를 통해 적나라하게 찍혔다. 살인을 저지른 범인들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이후 심천우는 동생에게 손씨의 체크카드를 주며 “700만원을 뽑아 오라”고 지시했다. 동생은 돈을 뽑기 전 신원 노출을 막고자 미리 준비한 가발을 쓰고 화장을 하는 등 여장(女裝)을 했다. 1차례 70만원을 뽑은 동생 심씨는 발각될까 봐 더 이상 돈을 뽑지 못했다. 70만원밖에 가져오지 않자 주범 심씨는 “돈을 왜 이것밖에 뽑지 못했느냐”고 동생을 질책했다. 이에 화가 난 동생은 “나는 이제 빠지겠다”고 말했고, 이들은 마산으로 이동하던 길에 함안을 들렀다. 이동 중 차 밖으로 손씨의 소지품을 하나씩 버렸고, 나머지 소지품과 자신들의 옷가지 등은 불태웠다.

 

피해자 손씨의 남편은 초조했다. 골프연습장에서 함께 골프를 친 아내가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고 연락도 되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친 남편은 6월25일 오전 1시30분쯤 경찰에 “아내가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실종 의심신고를 했다. 경찰은 손씨의 금융계좌와 차량 이동 동선을 추적했다. 그러다 범행에 사용된 스포티지의 차적과 손씨의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파악해 은행 등의 CCTV를 확보했다.

 

경찰은 스포티지 차량을 추적하기 시작했고, 6월27일 오전 1시30분쯤 함안군 가야읍의 한 아파트 부근에서 3인조가 탄 차량을 발견했다. 경찰 추적을 눈치챈 일당은 차량을 버리고 달아났다. 이때 동생 심씨는 아파트 주변의 차량 밑에 숨어 있다가 검거됐다. 경찰은 심씨를 상대로 그동안의 행적을 추궁했다. 그리고 “손씨를 살해해 순천의 한 저수지에 시체를 버렸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경찰은 정확한 시신 유기 장소를 파악하기 위해 스포티지의 내비게이션 운행 내역을 분석했다. 그리고 손씨의 시체를 진양호에 버린 사실을 알아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6시5분쯤 진수대교 부근에서 손씨의 시신이 담긴 마대를 발견했다. 사인은 ‘경부압박 질식사’ 즉 목이 졸려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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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히 서울까지 진입 성공

 

심씨와 강씨는 경찰 체포 직전 인근 산으로 달아나 2시간 정도 숨어 있었다. 이후 산에서 내려와 산인터널을 지나 남해고속도로로 이동하던 중 정차해 있는 트럭을 발견했다. 이때가 6월27일 새벽 4시20분쯤이다. 두 사람은 트럭기사에게 “5만원을 줄 테니 부산까지 태워 달라”고 해서 사상 주례로 빠져나가는 데 성공했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모텔에 투숙해 잠을 잔 뒤 퇴실해 새 옷을 사 입는 등 한동안 부산 일대를 돌아다녔다. 오후 7시쯤 택시를 타고 동대구역 근처로 이동한 다음 다시 모텔에 투숙했다. 다음 날 오전 7시20분쯤 대구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동서울고속터미널로 이동해 오전 11시30분쯤 서울에 도착했다. 그리고 심씨가 예전에 찾았던 중랑구를 은신 지역으로 선택했다.

 

이때까지도 경찰은 심씨와 강씨가 함안이나 인근 진주 지역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 지역에 매일 1000여 명의 경찰병력을 투입해 집중 수색했지만 심씨와 강씨는 경찰의 추적을 보란 듯이 따돌리고 서울까지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단 한 차례의 검문도 받지 않았다.

 

경찰은 도주 중인 심천우와 강정임이 추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며 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6월28일 오후 3시쯤 공개수배(보상금 최고 500만원) 결정을 내리고 심씨와 강씨의 얼굴사진과 인적사항 등을 공개했다. 자신들의 인적사항이 공개된 것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서둘러 은신할 모텔을 찾았다. 오후 4시쯤에는 40년 된 건물의 한 모텔에 투숙했다. 심씨가 “한 달쯤 지낼 방을 찾는다”고 하자 모텔 주인이 “곤란하다”고 했고, 다시 “1주일만 있겠다”며 하루 3만원씩 21만원을 현금으로 냈다. 모텔 주인은 1만원을 돌려주며 5만원권 4장만 받았다. 그리고 201호 키를 내줬다. 두 사람은 모텔 주인에게 “창문이 있는 방을 달라” “쓰레기는 봉지에 담아 내놓을 테니 방 청소는 안 해도 된다” 등의 요구를 했다.

 

심씨와 강씨는 대부분 모텔방에서 지냈다. 강씨가 이틀에 한 번씩 새 수건을 얻으러 내려오는 정도였다. 음식은 족발과 떡볶이, 피자 등을 배달시켜 먹었다. 1주일을 있겠다던 두 사람은 투숙 5일째인 지난 7월2일 오후 9시쯤 짐을 싸들고 내려왔다가 자정쯤 다시 모텔로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신고를 받은 경찰이 들이닥쳤고, 결국 심씨와 강씨는 중랑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손에 수갑이 채워졌다. 두 사람은 수사본부가 있는 창원서부경찰서로 압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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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범죄 드러나

 

3인조가 모두 검거되면서 사건의 전말도 드러났다. 심천우는 지난해 초까지 경남 서부지역의 한 골프장에서 경기보조원(캐디)으로 일했다. 이후 개인사업을 하려다 실패해 신용불량자가 됐다. 그는 어머니 명의로 된 신용카드로 2600만원의 빚을 진 상태였다. 심씨는 지난해 말부터 부유한 사람을 납치해 금품을 빼앗기로 마음먹었다. 캐디로 일하면서 사귄 5살 연상의 강정임과 범행을 공모했다. 심씨는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남성 골퍼를 타깃으로 정했다.

 

그는 지인 3명에게 범행을 제안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이후 6월10일쯤 심씨의 6촌 동생에게 “10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해 성사되면서 3인조가 범행에 나섰다. 이들은 부동산 업자를 상대로 달리는 차량을 들이받은 뒤 범행을 시도하려 했다. 그러나 해당 차가 너무 빨리 달려 실패했다. 그 대신 선택한 것이 손씨였다.

 

심씨의 범죄 2건도 추가로 드러났다. 심씨는 지난 2011년 3월 경남 밀양과 경북 김천의 금은방에 침입해 1차로 반지 6개(365만원 상당)를 털었고, 2차에서는 현금 1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심씨는 고등학교 동창 2명과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28)를 끌어들였다. 이때도 3인조였다.

 

심씨는 2건의 범행이 성공을 거두자 이번 납치살해 사건도 완전범죄를 자신했다. 범행계획은 더욱 치밀하고 계획적이었지만 결국 9일 만에 덜미가 잡히고 말았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창원서부경찰서는 심천우와 강정임 등 3인조에 대해 강도살인, 사체유기, 특수감금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여성 운전자 ‘지하주차장’ 조심해야

 

대형마트나 아파트 등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지하’라는 특수성 때문에 납치, 강도, 성폭행, 심지어 살인까지 벌어지고 있다. 폐쇄회로가 있다 해도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범인은 이런 것까지 예상하고 철저하게 준비하기 때문이다.

 

범죄로부터 최대한 나를 보호하는 지하주차장 이용방법은 없을까. 우선 주차는 밝은 장소에 하는 것이 좋다. 주차장 범죄는 밝은 곳보다는 어두운 곳에서 많이 발생한다. 주차할 때는 지하주차장의 구석진 부분이나 외진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 최대한 출구나 엘리베이터와 가까운 곳에 주차한다. 밴이나 트럭과 같이 높고 큰 차 옆은 피한다.

 

잠시 주·정차할 경우 잠금장치를 해제하지 않는다. 아주 잠깐이니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찰나의 순간을 조심해야 한다. 미리 스마트키로 문을 열면 위험하다. 이것만을 노리고 범행 대상을 물색할 수도 있다. 여성 운전자의 차량임을 표시하지 않는 게 좋다. 범인들은 차량 안의 실내장식 등을 보고 여성 운전자인지 분간한다. 차량의 실내장식 등에서 한눈에 여성 운전자인지 구분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남겨놓은 연락처를 악용해 접근하려는 범죄자들이 있다. 따라서 휴대전화번호를 노출하지 않는 것이 좋다. 차에 타면 문을 꼭 잠근다. 차가 출발하면 문이 자동으로 잠긴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차에 탑승하는 즉시 문을 잠그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호신용품을 준비해 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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