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의 일본인 vs 私의 한국인
  • 이인자 도호쿠대학 교수(문화인류학)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10 14:34
  • 호수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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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자 교수의 진짜 일본 이야기] 공적 임무로 부모 임종 못 지킨 것 명예롭게 여겨

 

7월5일 일본 히가시긴자(東銀座)에 위치한 가부키좌(歌舞伎座) 앞을 찾았습니다. 곱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그 앞을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방해가 될 정도로 많았습니다. 가부키 정기공연인 《7月大歌舞伎》가 이틀 전부터 시작되었지요. 여느 공연 때보다 표를 구하기 어려웠기에 모인 사람들의 열기가 더한 듯이 느껴졌습니다. 이 공연은 주인공인 이치카와 에비조(市川海老蔵·1977년생)와 아직 네 살밖에 안 된 그의 아들이 함께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치열하게 티켓 구입 전쟁을 치렀습니다. 이 부자(父子)는 열흘 전 즈음에 사랑하는 부인을 여의고 엄마를 잃은 배우들입니다. 아직 상중(喪中)인데도 불구하고 예정된 무대에 서서 관객을 맞이한 것이지요. 에비조씨는 부인이 사망한 당일에도 그리고 그다음 날부터 3일 정도 스케줄대로 공연을 했습니다.

 

눈물로 대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기사도 언뜻 보였지만 무대 일정을 다른 날로 미루거나 파하지 않고 진행됐습니다. 관객 역시 애석하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무대를 접고 상을 치러야 한다는 생각은 안 하는 것이지요. 가부키좌 앞에서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차림과 표정은 애도의 마음을 엿보이기보다 꼭 가고 싶었던 파티장에 나서는 사람들처럼 밝고 화려했습니다. 저는 가부키좌 앞에서 살짝 흥분기마저 느껴지는 관객과 상중인데도 불구하고 공연을 하는 배우를 위화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7월5일 일본 히가시긴자(東銀座)에 위치한 가부키좌(歌舞伎座) 앞에 가부키 정기공연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이날 공연의 주인공 부자(父子)는 부인과 엄마를 잃어 상중(喪中)인데도 예정된 무대에 올라 공연을 마쳤다. 아래 사진은 이날 공연한 가부키 《7月大歌舞伎》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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