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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7000억원어치 가상화폐 제도권 밖에 방치된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빠진 대한민국…투기·사기·돈세탁 등 부작용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7.11(Tue) 10:00:00 | 14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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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래 서비스를 하는 코인원은 7월5일 자사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안녕하세요, 코인원입니다. 많이 문의를 주시는 부분 중 하나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이용할 경우 자금세탁이 가능한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소를 이용한다 하더라도 수사기관의 추적이 가능하며, 이미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는 블록체인(분산원장기술) 네트워크 모니터링 솔루션까지 도입하여 가상화폐의 이동경로까지 직접 추적하고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 불고 있는 가상화폐 붐에 대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사이버머니로 불리는 가상화폐는 실제 화폐가 아닌, 온라인 공간에서 사용되는 돈이다. 인터넷상에서 사용되다 보니 실체가 없어 가상화폐에 대한 개념은 정확하게 정립되지 않았다. 다만 유럽중앙은행(ECB)은 2012년 통화 보고서에서 ‘가상화폐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같은 가상세계에서 이용되고 발행기관(민간)이 관리하는 디지털 화폐의 한 유형’이라고 정의 내렸다. 가상화폐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통화라는 점에서 암호화폐(Cryptocurrency) 또는 디지털 통화라고도 불린다. 초창기인 2013년 12월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보고서에서 세계 전자상거래의 약 10%가 비트코인으로 결제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1비트코인(BTC)의 가치를 1300달러로 예상했다. 물론 지금은 이를 훌쩍 넘어섰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거래량 세계 1위

 

가상화폐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기존 통화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한다. 대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맨 처음 세상에 등장한 것은 2008년 8월 비트코인닷컴(bitcoin.com)이라는 도메인을 처음으로 인터넷에 등록했을 때다. 그로부터 두 달 후인 10월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이름을 쓰는 사용자가 ‘비트코인 P2P 전자화폐시스템’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올렸고, 2009년 1월 최초의 비트코인이 만들어짐으로써 가상화폐는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초창기만 해도 가상화폐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화폐의 중요 기능인 활용성에 심각한 오류를 안고 있어서다. 여기에 안전성에도 문제가 노출됐다. 또 통화를 관리하는 중앙은행이 없다는 것도 약점으로 지적받았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통화관리를 각국 중앙은행이 맡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모두가 공동으로 하는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로 이를 극복했다.

 

통화량이 미리 정해져 있다는 것은 가상화폐의 투기성에 날개를 달아줬다. 가령 비트코인은 최초 복잡한 수학적 알고리즘 값을 구해야 돈이 생성된다. 이른바 채굴(Mining)이라는 개념이다. 또 비트코인은 처음부터 매장량을 2100만 비트코인으로 한정했다. 2009년 최초로 채굴되기 시작해 2012년까지는 10분에 50비트코인씩 발행됐고, 2013년부터는 25비트코인, 올해부터는 12.5비트코인씩 통화량이 점점 줄어든다. 그러다 2040년에는 발행이 완전히 끝난다. 통화가치에 대한 희소성이 커지면서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 가치는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거래 내역을 공공이 모두 확인하는 블록체인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것은 거래의 공정성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다 보니 가상화폐와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트코인이 처음 선보인 블록체인 기술은 핀테크(FinTech) 시대의 기대주로 불리고 있다. 사용처와 통화량을 모두가 함께 관리한다는 점에서 신개념의 금융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인기를 끌면서 이더리움·라이트코인·리플·피어코인·도지코인·오로라코인 등 유사 코인(알트코인·Alternative Coin)도 뜨고 있다.

 

최근 가상화폐 시장은 이상 과열로 치닫고 있다. 1비트코인 가격은 올 초 130만원대에서 5월말 470만원대로 치솟았다. 사상 최고가다. 한 거래소 관계자도 “회원 수(계좌 수)가 지난해보다 10배가량 늘어났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하루 거래량도 폭발적이다. 7월 들어 다소 소강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평균 거래금액이 5000억~7000억원에 달한다. 코스닥 하루 평균 거래금액(3조원)의 20% 수준이다. 거래량 기준으로도 작년보다 15배가량 늘어났다. 이러다 보니 가상화폐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거래량·거래액 규모 모두 전 세계적으로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전 세계 가상화폐 거래소 순위 및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코인힐스에 따르면, 6월29일 우리나라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bithumb)’은 거래량 기준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하루 거래 금액을 원화로 환산하면 7100억원에 달했다. 현재 국내 3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코빗(Kobit)·코인원(Coinone)은 모두 거래량 기준 세계 상위 10위 거래소에 들어가 있다. 참고로 세계에서 가장 큰 거래소는 미국의 폴로닉스다.

 

통화 기준으로도 국내 시장 규모는 결코 작지 않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가상화폐 시장에서 가장 많이 환전되는 통화는 달러·엔화로 전체 시장 규모의 20%이며, 그 뒤를 위안화(15%)가 뒤쫓고 있다. 원화는 유로화와 함께 시장점유율 8~9%를 유지하며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고 있다. 로이터는 디지털통화 분석회사 크립토컴페어(CryptoCompare)를 인용해 “최근 한국과 일본이 세계 비트코인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곳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참고로 일본은 올 4월 가상화폐 교환사업자로 등록만 하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자금결제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일본에서 가상화폐는 정식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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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이 가장 뜨거운 비트코인 시장”

 

그에 비하면 한국은 아직 가상화폐 인지도가 낮다. 그럼에도 국내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이유는 왜일까? 가상화폐는 실제 물건을 구입하는 데도 유용하게 쓰인다. 페이팔 등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결제수단으로 채택하고 있어 해외 직구로 물건을 구입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해외여행 및 자녀 교육을 위한 송금 용도로도 쓸 수 있다. 코인맵에 따르면, 7월6일 현재 서울 등 수도권 점포 52곳이 가상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화폐 자체에 대한 생소함이 오히려 대중의 관심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김진화 코빗 이사는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데다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으며, 워낙 넓게 스마트폰이 보급된 것이 국내 시장 활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이사는 그러면서 “후발주자인 이더리움은 안전성의 경우 비트코인보다 앞서지만 거래시스템은 훨씬 복잡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비트코인보다 인기가 높은데, 이는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이는 국민성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못지않게 투기 수요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 가격 변동폭이 다소 주춤해졌지만, 지난 5~6월의 가격 상승세는 투기적 수요가 만든 결과다. 통상 우리나라 가상화폐 가격은 미국보다 5~8%, 중국보다는 1~2%가량 비싸다. ‘코코투(코인세상 코인나라를 꿈꾸는 투자)’ ‘전매카(전자화폐 매니아 카페)’ 등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해외에서 신용카드로 가상화폐를 결제한 뒤 국내에다 내다파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소개하는 글들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또 일부 투자자들은 알트코인(유사 코인) 값이 오르면 이를 비트코인으로 바꿔서 국내 거래소에 파는 일종의 ‘환치기’ 방식도 소개한다. 일부는 공인된 거래소를 이용하지 않고 개인 간 직거래를 하자고 부추기고 있다.

 

가상화폐의 단점을 말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통화 안정성이다. 블록체인 방식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다량으로 통화를 매집하기 쉽지 않지만, 투기 수요에 따라 가격이 영향을 받는 것은 더 빈번하다. 실물(Commodity) 투자 상품보다 변동폭이 크다.

 

그렇다 보니 관련 범죄도 늘어나고 있다.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해커들은 추적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대놓고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요구하고 있다. 6월14일 웹호스팅 업체 인터넷나야나는 랜섬웨어를 설치한 해커로부터 복구비용 조로 27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강요받았다. 6월26일 국제해킹그룹 아르마다 컬렉티브는 “비트코인을 주지 않으면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하겠다”고 협박한 뒤, 이에 응하지 않자 금융결제원·수협·대구은행·전북은행 등 4곳에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 실제로 미국·중국 등에 있는 몇몇 가상화폐 거래소는 일반인들의 수수료보다는 국제 거래조직의 자금세탁을 돕고 이들로부터 돈을 받는 일이 빈번하다. 가상화폐가 범죄 세력의 돈세탁용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은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높일 수밖에 없다.

 

보안성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초기부터 지적받아온 바다. 사용자 모두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블록체인 기술 특성상 거래 방법은 안전하나, 통화를 보관하는 거래소를 타깃으로 삼는 사이버테러는 업체마다 제각각이어서 일률적인 관리가 힘들다. 그런 면에서 각국 중앙은행이 발권하는 정상적인 화폐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실체가 없는 가상의 화폐이기 때문에 해킹과 같은 사이버테러를 받으면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발생한 빗썸 해킹 사건이 좋은 예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6월22일 해커의 공격을 받아 회원 3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회사 측은 이번 해킹으로 고객의 이메일과 휴대폰번호가 새어나간 정도라고 말하고 있지만, 관련 사이트에는 자신이 보관해 온 가상화폐가 모두 유출됐다고 주장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해커가 거래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내 보관 중인 가상화폐를 모두 빼내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출신 김동환 코그니티브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기존 화폐의 경우 중앙은행이 책임을 지는 것과 달리 가상화폐는 책임질 기관이 없다는 점에서 중대한 결함을 안고 있다”면서 “시장의 관심이 커질수록 가상화폐와 관련한 문제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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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가상화폐에 법적 지위 부여’ 논의 중

 

아직 알려지지 않은 탓에 고수익을 미끼로 사기행각을 벌이는 일도 늘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은 작년 말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 강남구에 사무실을 열고 투자자들을 상대로 “가상화폐인 ‘원코인’을 구입하면 단기간 액면 분할해 3년 이내 10배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며 다단계 방식으로 영업해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판매업체 관계자를 구속 기소(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했다. 1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징역 1년2개월에서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금감원에는 관련 피해가 속속 접수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출수수료 명목으로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대출사기 신고가 올 1분기에만 20건(1억1600만원) 접수됐다. A업체는 자사 코인이 국내에서 최고 140만원까지 올랐다며 투기를 부추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B업체는 “해외에 코인사업자로 등록하고 한국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코인 값이 올라가면 월수입이 10% 이상 오를 것이라며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투자금을 모은 혐의를 받고 있다. 네이버카페 ‘백두산’ 운영자인 대마불사(필명)는 “국내에서 가상화폐 등 금융상품을 다단계로 판매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면서 “아직까지 약속된 이익금을 넣어주고 있어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투자자 모집에 한계를 보일 경우 심각한 피해를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 업체들은 관련 당국의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관리·감독이 쉽지 않다.

 

갈수록 용도가 다양해지고 있어 지금 상황에서 가상화폐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가상화폐에 대해 법적 지위를 주는 방안을 놓고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는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화폐 정의와 요건만 규정하고 있을 뿐 관련 법률규정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지난 6월 인사청문회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양도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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