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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작은 변화라도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챙기겠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재벌 때리기보다 골목상권 보호 등 서민생활 안정에 우선 주력할 듯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7.07.12(Wed) 09:30:00 | 14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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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입각(入閣) 전까지 경제기자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경제학자로 꼽혔다. 현안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데다, 한 번 결정하면 좌고우면하지 않는 명쾌한 해석이 기자들의 취재를 도왔다. 그랬던 그는 공정위원장 취임 후, 외부와의 전화통화조차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국회 비준을 얻지 못한 채 취임해서 그런지 잔뜩 몸을 낮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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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 시절 커닝한 후배 시험지 그 자리서 찢어

 

하지만 그가 수장으로 있는 공정위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최근 공정위는 계열사 현황자료를 10년 넘게 허위로 작성해 온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6월16일)했는가 하면, 최저가 입찰 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 대금을 결제한 현대위아를 과징금 3억6100만원 부과와 함께 검찰에 고발(6월23일)했다. 6월28일에는 대기업 155곳을 대상으로 한 동반성장지수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동반성장위원회와 공동으로 하는 연례조사라지만 처음으로 ‘미흡’ 평가를 받은 기업 10곳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 10대 그룹 고위 임원은 “하루가 멀다 하고 (공정위가) 쏟아내는 공정위발(發) 보도자료를 보고 있노라면 김 위원장 취임 이후 보름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만큼 재계가 받는 압박감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김 위원장 취임 이후 재계는 잔뜩 움츠려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한진그룹 5개 계열사 대표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고, 한화그룹도 경영권 승계와 연관 의혹이 있는 한화S&C의 오너(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가 지분 정리를 놓고 고심 중이다.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김상조 공정위원장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있다. 그가 어떤 성향의 인물이냐고 물어오는 독자들도 많다. 김 위원장은 1962년 경북 구미에서 태어났다. 학교는 서울 대일고(1981년)와 서울대 경제학과(1985년)를 졸업했다. 박형준 전 한나라당 의원,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고교 선배다. 한승희 국세청장,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 고승범 금통위원,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김 위원장의 서울대 경제학과 81학번 동기들이다. 동기들이 사시·행시나 대기업 취업에 열중했던 것과는 달리, 김 위원장은 일찍부터 학자의 길로 진로를 정했다.
 

주변인들은 학창 시절 김 위원장을 가리켜 지나칠 정도로 자신이 세운 원칙에 엄격한 스타일이었다고 말한다. 김 위원장의 과 후배이자 현직 기자인 ㄱ씨의 말이다. “학내 집회에 자주 참가해 수업을 충실하게 들을 수 없었다. 정작 시험일이 다가오니 학점 관리에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옆 친구 답안지를 몰래 봤는데, 그때 감독관이던 김 위원장(당시 조교)에게 딱 걸렸다. 처음에는 별말이 없어 그냥 넘어가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내 답안지를 뺏고는 그 자리에서 찢어버렸다. ‘너 같은 녀석은 시험 볼 자격이 없다’며 말이다. 그러고는 담당 교수에게 말해 ‘0점’ 처리했다.”

 

원칙론자 이미지는 학교로 가서도 이어졌다. 1993년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 위원장은 이듬해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전임강사)에 임용됐다. 국내파인데도 서울 소재 대학에서 바로 교편을 잡은 것은 본인 스스로 “운이 좋았다”고 말할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다. 김 위원장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도 우호적이다. 신임 공정위원장에 내정된 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쏟아지자 한성대 무역학과 SNS에는 ‘교수님 힘내세요’ ‘비판하는 사람들보다 지지하는 이들이 훨씬 많습니다’는  내용이 담긴 응원의 글이 쇄도했다.

 

한 무역학과 졸업생은 “단 한 번도 소홀하게 강의를 준비하신 적이 없었다”면서 “부득이하게 바쁜 일이 생겨 결강을 하면 어김없이 주말에 보충을 했고, 그때마다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다”고 말했다. 학교 행정직원들도 “과제물이나 시험지 채점하는 일조차 조교에게 시키지 않고 본인이 손수 했으며, 성적 처리와 같은 행정일도 단 한 번 늦은 적이 없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입각 전까지 학교에서 1학년 전공과목 ‘글로벌 시대 국제통상의 이해’와 4학년 전공과목 ‘한국경제론’을 가르쳤다. 동료 교수들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사회과학대에 재직 중인 한 교수는 “대외활동이 많아서 그런지 동료 교수들과 잘 어울리지는 않았다”면서도 “강의 준비와 연구로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실이 바로 김 위원장 방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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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 사는 것이 부끄럽다”

 

김상조 위원장의 이러한 꾸준함은 대학원 시절에도 남달랐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대학원에 입학해 처음에는 고(故) 임원택 서울대 교수의 조교를 맡았다. 그러다 석사 1학기 때 지도교수로 정운찬 전 국무총리(전 서울대 총장)를 만났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뒤 1978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한 정 전 총리는 학문적으로는 조순 전 경제부총리 계보다. 당시 서울대 경제학과에는 조순·정운찬 교수로 대표되는 케인스주의에 대해 학생들의 인기가 높았다. 케인스식(式) 자본주의에서 국가 역할이란 시장 참여자들이 제한적 자유경쟁을 벌이도록 하는 ‘공정한 관찰자’다. 정 전 총리는 ‘제자 김상조’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대학원 재학 시절 (김 위원장이) 한번은 ‘부실기업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데, 은행감독제도 개편과 관련한 자료를 얻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어렵게 구해 주니 자료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발표문을 작성하더라. 당시 김 위원장 하면 떠오르는 것이 현실과 유리(遊離)되지 않도록 발품을 팔며 현장감 있는 연구를 한 모습이다.” 석사를 끝마친 뒤 정 전 총리는 영민했던 김 위원장에게 해외 유학을 권했다. 좀 더 넓은 나라에서 공부하면 그만큼 식견도 넓어질 수 있다는 게 추천 이유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얼마든지 자료를 구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 학업을 이어갈 것을 고집했다. 정 전 총리는 “아마 그때 김 위원장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왔다면 지금 같은 강력한 재벌 개혁을 부르짖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상주의자’는 김 위원장을 설명하는 또 다른 단어다. 한 한성대 무역학과 졸업생은 “수업 시간에 재벌 개혁과 같은 발언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으셨다”면서 “대신 ‘기성세대가 잘못해 여러분이 고생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고 말했다. 탈권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 그를 안 지 10년이 넘었다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 역시 “오랜 기간 만났지만, 함께 술잔을 기울인 적이 없다”며 김 위원장의 엄격한 자기 관리에 대해 설명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속내를 털어놓는 지인에게 한번은 ‘사회 정의를 부르짖는 지식인으로서 서울 강남(청담동)에 사는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더라. 본인 스스로 얼마나 부끄러웠겠는가? ‘이상주의자’를 꿈꾼 김 위원장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됐을 것이다.”

 

이상주의자적 면모는 그의 연구 성과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1997년 펴낸 첫 저서 《손바닥 경제》에서 김 위원장은 “한국 경제가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벌경제를 뜯어고쳐야 합니다.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소유와 경영을 분리, 전문경영인제를 도입하고 노동자 대표와 소액주주들이 참가하는 감독기구를 설치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시대 상황을 감안하면 혁신적인 발상이라 할 만하다.

 

보수언론에서는 김상조 위원장을 진보성향의 학자로 분류하지만, 정작 학계에서는 의외로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다고 평가한다. 이러다 보니 김 위원장은 최근 들어 진보성향 시민단체들로부터 ‘보수화’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6월2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본인 스스로가 “‘김상조가 말랑말랑해졌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할 정도다. 실제로 김 위원장의 최근 주장은 초창기 참여연대 활동 때와 비교하면 다소 누그러졌다. 2010년 2월 한 발표회에서 “국회 정무위가 중간금융회사 설치 의무화 방안을 담은 공정거래법 수정대안을 의결한 것은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한 것이 단적인 예다. 2013년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가 강연자로 김 위원장을 초청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많았다. 9년 전인 2004년 주총장에서 삼성전자 경영진이 김 위원장 등 비판적 소액주주들을 강제로 내쫓았을 때와 비교하면 실로 엄청난 변화다.

 

중간금융지주사 허용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 하는 삼성에는 희소식이다. 또 ‘순환출자 해소’를 문재인 캠프 대선공약에서 빼도록 한 것도 김 위원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래전 만들어진 순환출자를 해소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자칫 순환출자 규제가 투자나 고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2년 전 한 진보정당 의원실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의 문제점을 분석하는 국감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김상조 교수에게 문의했는데,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경제개혁연대에서 함께 활동한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물론 나중에 문제가 불거지자 입장을 바꿨지만 말이다.” 한 시민단체 핵심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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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상조, 네가 말랑말랑해졌대”

 

자신의 입장이 후퇴했다는 것에 대해 김 위원장은 어떤 생각일까? 정운찬 전 총리의 설명이다. “공정위원장 취임을 축하하는 전화에서 ‘사람들이 상조, 네가 말랑말랑해졌다고 하더라’고 말하자 웃으면서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더라. 김 위원장은 시장이 자신에게 뭘 원하는지, 자신에 대한 선입견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김 위원장은 현실주의자가 됐다는 비판을 받을 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10년 넘게 재벌 개혁 운동을 했는데 구조적으로 달라진 게 없었다. 이제는 작은 변화라도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챙기겠다”고 말한다고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최근 와서는 친정인 참여연대를 비롯해 시민단체와 대기업 노조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토론회에서 김 위원장과 논쟁을 벌였던 한 교수는 “경제력 집중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이 ‘나도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게 쉬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면서 “입각 후 한 차례 만났는데 재벌 개혁과 관련한 여러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하려는 모습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함께 시민단체 활동을 한 한 사립대 교수도 “과거 김 위원장은 기업 비리를 목격하면 이를 바로 비판하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기업에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알려주는 역할을 중시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유명해진 것은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센터가 주도한 소액주주운동에 참여하면서다. 당시 함께 활동한 이가 이번에 같이 문재인 정부에 발탁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센터는 국내 재벌개혁운동의 산실이다. 장 실장, 김 위원장을 비롯해 증권집단소송제를 이끌고 있는 김주영 변호사,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 소장, 강용석 전 국회의원 등이 당시 모임에 참여한 멤버들이다. 특히 장 실장과는 ‘환상의 콤비’라는 평가다. 김 위원장에 이어 경제개혁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정책실장은 정책을 집행할 도구(Tool)가 없지만, 공정위원장은 그게 있다. 반대로 김 위원장에게 장 실장은 든든한 우군이 될 것”이라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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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그룹의 임대주택 임대료 조사 준비

 

그런 점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공정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은 장하성 실장의 청와대행(行)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2012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제안받는 등 끊임없이 정치권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는 “국회의원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자리다. 나는 연구실에만 앉아 있는 학자가 아니다. 경제개혁운동을 통해 이미 현실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며 완곡히 거절해 왔다. 그랬던 그가 입장을 바꾼 것은 왜일까?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제3자로서 훈수 두는 듯한 태도로 사는 게 편하지만 우리 사회의 책임 있는 지식인의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에서 이유를 유추해 볼 수 있다. 또 평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정부 내각에는 개혁적 인사가 참여했지만 결속력이 없어 흩어졌고, 이것이 재벌 개혁의 실패요인”이라고 말한 것으로도 입각 배경을 살펴볼 수 있다. 장하성 정책실장과의 공조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재벌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청와대와 공정위원회, 그리고 금융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6월23일 취임 후 첫 4대 기업 최고경영자와 만난 자리에서 기업 스스로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고강도 개선책을 주문할 거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랐다. 하지만 ‘신상필벌’이 김상조식 재벌 개혁을 함축적으로 설명하는 단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교수 시절 그는 “신상필벌의 원리가 작동하는 사회가 경제민주화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필요에 따라서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강력한 제재가 뒤따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당장 재벌구조 자체를 건드리는 일은 쉽지 않다.

 

그보다는 골목상권 보호, 하도급거래 개선과 같은 생활밀착형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요즘 우리 사회가 공정위에 요구하는 것은 하도급 중소기업, 가맹점주, 대리점주, 골목상권 등 ‘을의 눈물’을 닦아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 후 진행할 첫 조직개편에서 기업집단국과 함께 가맹유통국을 신설할 계획이다. 또 대규모유통업법 하위의 과징금 고시를 개정해 과징금 부과 기준을 현재의 2배로 올린 것도 생활밀착형 공정거래 확립과 관련이 있다. 공정위가 재계순위 16위 부영그룹의 임대주택 임대료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알려진 것도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대목이다. 김남근 참여연대 변호사는 “재벌 정책보다는 ‘갑질 논란’과 같은 중소기업·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부분부터 정책을 펴 국민적 지지를 끌어올린 뒤, 재벌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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