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유명세 편승한 다단계 유사 코인 활개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7.07.11 11:29
  • 호수 144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단속 나서도 잘라내는 족족 ‘독버섯’처럼 끊임없이 자라나

 

최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가격이 폭등하면서, ‘○○코인’이라는 이름을 앞세운 유사 가상화폐 사기가 활개치고 있다. 특히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업체의 피해 사례가 많다. 금융감독원은 2015년 말부터 최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유사 코인 업체에 대한 수사를 수사 당국에 의뢰한 바 있다. 여기에 피해자들의 고발이 접수돼 수사에 착수한 것까지 더하면 유사 코인 다단계 사기 피해 사례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3년 사이 가상화폐 사기 피해자는 5만여 명에 달하며, 피해액은 500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기 피해자 5만 명, 피해액 5000억 달해

 

그럼에도 유사 코인 다단계 사기는 근절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할 대책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은 데다, 유사 코인 다단계가 적발되더라도 슬그머니 업체명만 바꿔 사기행각을 이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실제 시사저널이 2015년 12월1일 ‘가상화폐 빙자한 신종 다단계 사기 주의보(1363호)’ 보도를 통해 고발한 ‘유엔코인’이라는 유사 코인이 그랬다. 유엔코인은 2015년 국제연합(UN)과의 관련성을 강조하면서 투자자들을 현혹, 대규모 피해자를 양산한 업체다.

 

사기에 나선 것은 유엔코인재단이다. 재단 측은 재단의 설립 목적이 유엔 산하 비정부기구(NGO) 후원을 위함이라고 밝혔다. 또 유엔코인재단이 출범하면서 유엔코인 미국 본부가 인증하고 뉴욕에 소재한 유엔 후원기구 ISEA재단이 후원했으며, 유엔코인이 유엔세계화평재단 공식 코인으로 인정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보장했다. 비트코인의 성공 사례를 내세우며 유엔코인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늘어날 것이라며 유엔코인(UNC)을 판매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모두 허위로 드러났다.

 

유엔코인재단은 산하에 판매조직인 유엔코인핀테크를, 다시 그 아래 다수의 영업조직을 두고 불법 다단계식으로 가상화폐를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유엔코인재단이 모은 투자금은 최소 15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판매대금 대부분은 수십 개 차명계좌를 통해 유엔코인재단 대표를 자처한 이아무개씨에게 흘러들어갔다. 이 가운데 상당액은 현금화돼 이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씨가 해외 도피에 나서면서 대규모 피해자가 양산됐다.

 

© 일러스트 honeypapa@naver.com 제공

그럼에도 사기행각은 이어졌다. 2015년 하반기 유엔코인재단 소속이던 김아무개씨가 주축이었다. 간판은 ‘유엔페이뱅크’로 바꿔 달았지만, 사기 방식은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들은 먼저, 자신들이야말로 유엔으로부터 인정받은 가상화폐라고 주장했다. 유엔코인 미국 본부의 인증과 ISEA재단의 후원을 받아 설립됐다는 것이다. 향후 막대한 수익을 보장하거나 매년 2~3%의 이자를 주겠다고 한 것이나, 별도의 판매조직인 유엔페이컨소시엄을 둔 것도 같았다.

 

이후 경찰은 유엔코인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본지의 보도 이후 금감원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다. 당시 경찰에는 이미 수십 건에 달하는 피해자들의 고발장이 접수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유엔페이뱅크의 활동은 자연스레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김씨는 자신의 측근을 대표로 내세우고 사명(社名)을 변경해 다시 투자자 모집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잘라내는 족족 독버섯처럼 끊임없이 다시 자라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업체가 비단 유엔코인뿐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금융 당국은 유사 코인을 앞세운 다단계 사기 업체가 수십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선제적인 대응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유엔코인의 사례에서처럼 금융 당국의 인허가를 받지 않고 고수익을 약속하며 투자금을 모집하는 행위는 유사수신행위에 관한 법률에 저촉된다. 그러나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는 수사에 착수하기가 어렵다. 법원도 다단계 사기나 유사수신행위 위반이 의심되는 업체라 하더라도 피해자 없이는 쉽게 영장을 발부해 주지 않는다.

 

금융 당국의 조사권 부재도 유사 코인 다단계 피해를 키우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감원은 유사수신 혐의 업체를 조사하거나 감독할 권한이 없다. 피해자 신고와 제보에 의존해 조사를 벌인 뒤, 이를 수사기관에 통보하는 것이 전부다. 또 유사수신업체가 금감원의 현장 조사를 피하거나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방법도 없다. 이로 인한 문제제기가 이어지면서 금감원은 유사수신 의심 행위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유사수신 규제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수사 당국은 피해 사례가 접수된 후에야 수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마저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리란 보장이 없다. 다단계 사기의 경우 피해자가 1만 명을 넘는 경우가 빈번할 정도로 많은 데다, 수사 도중 피해자가 피의자로 바뀌는 등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다. 그러다 보니 피해 구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수사가 마무리될 즈음에는 이미 투자금 대부분이 빼돌려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결국 현재로서는 투자자들 스스로가 주의를 하는 것 외에 마땅한 방편은 없는 실정이다.

 

 

소스코드 공개 여부·발행주체 유무 확인해야

 

전문가들은 유사 코인을 구분해 내기 위해서는 소스코드 공개 여부와 발행주체의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정상적인 가상화폐는 모든 소스코드를 공개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공개적 검증이 이뤄지는 셈이다. 하지만 유사 코인들은 소스코드를 숨긴다. 또 정상적인 가상화폐는 발행주체가 존재하지 않는 반면, 유사 코인은 사적 주체가 유사 코인을 발행하고 유통한다는 차이가 있다. 한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에 투자하려면 소스코드가 공개돼 있는지와 발행주체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며 “공신력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나 정보 사이트 등에서 통용되는 코인인지를 확인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