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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집권 2개월 만에 띄운 승부수 ‘남북 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 7월6일 베를린 연설에서 남북 정상회담 추진 의미 밝혀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13(Thu) 08:00:00 | 14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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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승부수를 띄웠다. 7월6일 독일 베를린에서 마련된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을 통해서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혀 정상회담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비록 “올바른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 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이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남북 정상회담 성사 쪽에 무게가 실려 있는 게 분명하다.

 

대통령 취임 60일을 며칠 앞두고 나온 대북 제안은 예상보다 빠르다. 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인 ‘화성-14형’을 쏘아올리고 김정은이 “완전 대성공”이라고 주장한 직후에 정상회담 제안이 나왔다는 점에서 다소 뜻밖의 시점을 택했다는 평가다. 당초 마련했던 연설문을 대폭 수정해 수위를 크게 낮출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정상회담 제안을 포함해 이산가족 상봉이나 남북한 합의 및 협력사업의 이행 의지를 밝히고 북한의 호응을 촉구하는 기조가 유지됐다. 그만큼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분위기 속에서도 대화의 문을 열어 북한과 소통하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는 방증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화성-14형’ 발사에 매우 불쾌한 반응을 드러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상대로 한국이 운전석에 앉는 데 대한 양해를 이끌어내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북한 김정은이 며칠 만에 판을 깨는 듯한 행보를 했기 때문이다. 압박과 제재 국면에서도 대화의 문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노선은 국내외에서 타격을 입었다. 북한 미사일 발사 이튿날 독일 방문을 위해 출국한 문 대통령이 비행기에 오르기 전 북한 도발에 대응한 한·미 합동 미사일 대북 타격 훈련을 지시하는 강수를 둔 것은 이런 상황을 반영한 메시지였다.

 

하지만 이런 형국에서도 문 대통령은 현재의 경색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대화를 통해 만드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선택을 했다. 쾨르버 재단 연설에서 “핵 문제와 평화협정을 포함해 남북한의 모든 관심사를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협력을 위한 논의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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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경색된 남북관계 돌파구는 결국 대화

 

문제는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다. 남북한은 이미 2000년 6월과 2007년 10월 각각 한 차례의 정상회담을 치렀다. 모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만났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으로서는 남한 대통령과의 첫 만남의 기회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집권 6년 차에 접어든 김정은이 대화보다는 핵과 미사일을 앞세운 도발 쪽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앞서 5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북한은 미 본토를 타격할 ICBM 발사 능력을 완전히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와 담판을 하고 체제를 보장받겠다는 구도다. 문 대통령의 정상회담 제안에 호응해 나선다는 건 이런 큰 그림의 이행을 포기하고 대화 국면으로 돌아선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이 연설에서 “자리에서 일어서야 발걸음을 뗄 수 있다. 북한의 결단을 기대한다”고 촉구했지만 김정은이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분위기도 남북 정상회담에 힘을 보태주기 어려운 쪽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베를린 대북 제안이 나오기 몇 시간 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몹시 나쁜 행동을 한 데 대해선 엄중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폴란드를 방문한 그는 “우리는 상당히 엄중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초강경 대북 조치를 예고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다시 대북 군사옵션을 배제하지 않는 듯한 뉘앙스의 언급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도 달라진 워싱턴의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나온 문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제안에 미국과 국제사회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것이란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대북 제의에 대한 국내 여론도 신경 써야 한다. 촛불시위와 탄핵 분위기 속에서 당선돼 높은 지지율로 순항해 온 문 대통령이지만, 폭발력이 강한 북한 이슈는 민심을 하루아침에 요동치게 할 수 있다. 김정은의 핵·미사일 도발과 국제사회의 대북 강경 분위기 속에 대화카드를 꺼낸 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상회담은 최고 당국자 간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한 소통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타래처럼 얽힌 현안을 ‘톱-다운’ 방식으로 일괄 타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용한 수단일 수 있다. 한반도 냉전 해체와 평화체제 구축이란 큰 그림을 제시한 문 대통령으로서는 큰 유혹을 느낄 수 있다. 더욱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시기 열린 남북 정상회담의 맥을 잇는다는 점도 문 대통령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북한의 도발 국면과 이에 맞선 제재 국면, 남북관계 경색 등의 요인으로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지 못했다. 김정은과의 만남을 통해 ‘정상회담=진보정권의 몫’이란 점을 각인시키는 효과도 있다.

 

 

과거 정상회담 방식 되풀이하면 역풍 가능성도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1차 정상회담은 ‘역사적’ 문을 열었다는 화려한 평가를 받았지만 회담 성사를 위해 북한에 4억5000만 달러를 비밀 송금했고, 이를 대북 정보·보안의 첨병인 국가정보원이 개입해 실무를 처리했다는 점에서 국민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또 노무현 정부는 대선을 불과 두 달 앞둔 시점에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무리하게 추진해 천문학적 국민 부담을 안기는 대북 프로젝트에 도장을 찍어줬다는 오점을 남겼다. 대북 퍼주기 논란이 벌어졌고, 북한에 보낸 달러가 결국 핵과 미사일로 서울을 위협하는 상황이 됐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정상회담 문을 두드리려 대북 기관인 국가정보원이 제3국을 떠돌며 비밀접촉을 벌이고 흥정하는 구태를 되풀이할 경우 국민여론의 호된 비판은 불가피하다. 문 대통령이 “평양에 가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평양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 때 김정일은 ‘서울 답방’을 약속했지만 이를 어겼다. 결국 2차 회담도 평양에서 개최됐다. 33살의 김정은을 만나기 위해 64세의 대한민국 대통령이 평양을 다시 찾는 걸 국민들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도 문재인 대통령과 참모들은 고심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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