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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치매 환자의 자존심 세워주는 것도 치료”

치매 시작돼도 뇌세포 재활 치료 가능

김철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한의사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15(토) 09:30:00 | 14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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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니 좀 고쳐주세요!”

 

한 대학병원에서 어머니가 알츠하이머 치매로 확진받았다며 40대 중반의 부부가 진료실에 들어오자마자 하는 소리였다. 대체로 딸이 친정 부모의 치매 치료를 위해 같이 오는 경우는 많아도 며느리나 아들이 오는 경우는 지극히 드문 일이다. 이들 부부는 잘생기기도 했지만, 남다른 효성에 더 마음이 끌렸다.

 

어머니는 혼자 아파트에서 산 지 오래됐지만, 아파트 몇 층에 집이 있는지 헷갈려서 수도 없이 오르락내리락하다가 경비원의 도움으로 집을 찾은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고 주로 집에만 있었다. 걱정돼 자주 전화했는데도 오히려 전화를 안 한다고 역정을 내거나 평소와 달리 사리에 맞지 않고 얼토당토않은 말을 자주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치매 정밀검사를 했고 치매 확진을 받았다. 어머니는 치매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며 치매라는 말에 화를 낸다고 했다. 절대로 치매라는 말을 하지 말고 몸이 허하기 때문에 보약을 먹어야 한다고 이야기해 달라고 필자에게 신신당부했다.

 

 

뇌 기능 떨어지는 느낌 들면 치료 시작해야

 

잠시 뒤 부부는 진료실로 어머니를 모셔왔다. 어머니는 70대 후반인데도 곱고 많이 배운 사람처럼 보였다. 자신의 지적 수준이 높음을 적극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영어를 많이 섞어서 이야기하지만 여러모로 어설퍼 보였다. 간단한 진찰과 기본 검사를 하고 나서 어머니의 머리가 좋다고 칭찬을 많이 해 줬다. 이런 좋은 머리를 오래 유지시키기 위해 뇌 보약이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치매가 아니라고 자존심을 세워주니 열심히 약을 먹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초기에는 치매에 대한 두려움으로 치매라는 사실을 극구 부인하는 경우가 많다.

 

치매 초기에는 많이 진행된 중기, 말기보다 재활 치료의 대상이 될 ‘활력 떨어진 뇌세포’가 아직은 많이 남아 있다. 물론 남아 있는 뇌세포도 치매 이전보다는 부족하고 많이 취약해져 있으므로 치료를 조금만 게을리해도 금방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아무튼 지속적인 치료를 약속받고 치료에 들어갔다. 소음인의 경향이 많아 소화기를 따뜻하게 하는 약과 기를 보하는 인삼 같은 약재를 기본으로 하고, 텔로미어(염색체 끝부분)를 늘리는 것으로 알려진 황기를 포함해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당귀와 뇌세포 재활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약재를 처방했다.

 

약을 복용한 후 서너 달이 지나자 상태가 많이 회복돼 전철을 갈아타고 서울에 사는 아들을 보러 갈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다. 현재 8개월째 약을 복용 중이다. 보통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약 2년 전후로, 인지 개선제 치료를 받으면 3년쯤 지나면서 중기 치매가 돼 간병인의 도움을 받더라도 독거생활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뇌세포 재활 치료는 빨리 시작할수록 인지 개선 효과가 크고 치매 진행 속도도 더 느려져 삶의 질을 훨씬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치매 확진과 관계없이 뇌 기능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거나 증상이 있다면 당장 뇌세포 재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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