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빈 스윙 300번 여고생 국가대표 최혜진
  •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12 15:02
  • 호수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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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쟁한 프로들 제치고 KLPGA 우승…풀시드 받은 내년 신인왕 탄 후 미국 진출

 

7월2일 일요일.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필드는 수중전이었다. 강원 평창의 버치힐골프클럽(파72·6379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 with SBS(총상금 5억원) 최종일 경기.

 

16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한 볼이 핀을 향해 날아가더니 그대로 홀을 파고들었다. ‘천금의 이글’이었다. 이에 앞서 5번홀(파4·263m)에서 1온을 시켜 기분 좋은 이글을 골라냈다. 내로라하는 프로들을 제치고 우승한 주인공은 여고생 최혜진(부산학산여고 3학년)이다. 아직은 ‘장난기’ 많은 여고생이지만 대형 스타 탄생을 예고한 셈이다. 물론 이전에 세계를 돌아다니며 아마추어대회 우승과 프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만 봐도 큰 재목임을 이미 입증했다.

 

최혜진은 이날 하루에 이글 2개를 잡아낸 데 힘입어 무려 9타를 줄이는 ‘무서운 골프’를 선보였다. 9언더파 63타는 이전 코스레코드를 2타나 줄인 것이다. 3라운드 합계 12언더파 202타(68-70-63)를 쳐 공동 2위 김지현(26·한화)과 조정민(23·문영그룹)을 1타 차로 제쳤다. 이날 코스레코드 신기록으로 받은 상금 200만원은 다문화가정에 기부했다.

 

KLPGA투어에서 아마추어 챔피언이 탄생한 건 2012년 4월 김효주가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이후 5년 2개월 17일(1904일) 만에 처음이다. 최혜진은 역대 아마추어 우승 기록에 31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아마추어 시절 프로대회에서 무려 6승을 올린 박세리를 비롯해 김미현, 최나연, 신지애, 김효주 등 역대 아마추어 우승자들은 대부분 프로 전향 후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했다. 최혜진도 그 계보를 이을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기대주임에 틀림없다.

 

7월2일 최혜진이 ‘KLPGA투어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9언더파 63타를 쳐 3라운드 합계 12언더파로 우승했다. ⓒ 사진=연합뉴스

 

아마추어 우승자들 프로 전향 후 세계적 스타로 성장

 

최혜진은 오는 8월23일 생일이 지나면 만 18세가 돼 프로에 데뷔한다. 무엇보다 신바람이 나는 건 시드전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우승으로 시드전을 면제받았다. 최혜진은 올 시즌 남은 KLPGA투어는 물론 내년 시즌도 풀 시드를 받았다.

 

“항상 아마추어로서 프로대회에 나오면 시드전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많이 들었고 알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부담감과 걱정이 있었다. 올해가 마지막이니만큼 최선을 다해서 더 신경을 써서 플레이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대회에 임한 것이 좋은 결과를 냈다.”

최혜진은 김해 출신이다. 운동 좋아하는 ‘장난꾸러기’ 최혜진의 아버지는 베스트 스코어가 69타일 정도로 골프 마니아였다.

 

“오빠가 운동에 관심이 없었다. 아버지는 저를 데리고 골프 연습장에 가셨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대회에 나갔는데 동료들이 언더파를 칠 때 90타대를 치는 초보 수준이었다.”

지기 싫어하는 아이였던 최혜진은 이후 골프에만 전념했다. 그 좋아하던 태권도도 포기했다. 골프에 필요한 체력을 기르고, 샷 감각을 키우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이런 노력으로 3년 전인 중학교 3학년 때 국가대표로 발탁돼 4년 동안 대표생활을 하고 있다. 그해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단체전 은메달을 땄다. 이외에도 경력이 화려하다. 2015년 세계주니어여자챔피언십에서 개인-단체 2관왕, 지난해 세계주니어팀선수권 개인-단체 2관왕을 차지했다.

 

올해 들어 기아자동차 제31회 한국여자오픈 4위, E1 채리티 오픈에서 2위를 했다.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7위, 호주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 네이비스컵 개인전 1위, 퀸시리컵 개인-단체 1위를 했다.

 

ⓒ 사진=KLPGA·시사저널 미술팀

 

“2020년 도쿄올림픽 대표로 나가 메달 따고 싶어”

 

최혜전의 강점은 그리 크지 않은 165cm 키에도 불구하고 장타를 친다는 점이다. 평균 270야드를 날린다. 여기에 정확성까지 갖췄다. 장타 비결은 뭘까. “어릴 때부터 완벽한 스윙을 만들기보다 좀 멀리 보내려고 했던 게 지금은 스윙을 잡으면서도 멀리 칠 수 있게 된 것 같다.” 특히 그의 장타력에는 골프 클럽에 스윙 웨이트 링을 걸고 매일 1시간씩 빈 스윙을 하는 것도 크게 한몫하고 있다. 이는 장타의 필수요소인 스윙 스피드를 시속 161km까지 끌어올린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페어웨이가 좁으면 살살 달래 쳤다. 그것이 오히려 거리도 안 나고 방향성도 좋지 않았다. 올해 들어 두려워 않고 힘껏 치자고 마음을 먹고 무조건 힘껏 친다. 그랬더니 거리도 더 나고 방향성까지 좋아졌다.”

최혜진은 주니어 시절에 운동을 유독 좋아했다. 남자애들이랑 어울려 축구도 했고, 태권도도 검은 띠를 딸 정도로 열심히 했다. 골프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태권도도 같이 하다가 골프에 전념하느라 그만뒀다. 그의 방에는 ‘나의 목표’ 글이 붙어 있다. ‘국가대표, 세계 1위, 올림픽 금메달, LPGA 진출’이다.

 

지난해 리우올림픽에서 박인비의 금메달 따는 모습을 지켜본 최혜진은 ‘나중에 나도 저 자리에 꼭 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먼저 대표로 선발돼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겠다는 것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 대표로 뽑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반드시 대표로 선발될 거다. 대표가 된다면 더없이 영광스러운 일이겠지만 나를 더욱더 가다듬고 열심히 하다 보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부분이 나올 때는 골프를 하는 게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그만두고 싶다, 괜히 했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안 했다”는 최혜진. 그는 “일단 내년에 국내 투어에서 뛰고 신인왕이나 상금랭킹이나 루키로서 기억에 남는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 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7월14일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트럼프내셔널GC에서 개막하는 LPGA 메이저대회 US 위민스오픈에 출전하는 최혜진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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