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발사가 부추긴 美·中의 신냉전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13 09:06
  • 호수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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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 “북한과 교역하는 나라와 무역 단절” 對中 엄포

 

7월5일 중국 베이징(北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 겅솽(耿爽) 대변인은 한 기자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했다는 북한의 주장이 맞느냐”고 질문하자, “우리는 관련 보도에 주의하면서 정보를 수집 중”이라고만 대답했다. 이는 ICBM 발사 성공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의 입장에 따른 발언이다. 겅 대변인은 또한 “우리가 제시한 ‘쌍궤병행(雙軌竝行)’과 ‘쌍중단(雙中斷)’이 핵·미사일 도발을 저지하는 데 가장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이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여기서 ‘쌍궤병행’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실행과 북·미 평화협정 협상의 개시를 가리킨다. ‘쌍중단’은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지칭한다. 얼핏 보면 공정한 거래인 것 같지만, 한·미 양국의 대폭적인 양보를 요구하는 외교적 수사(修辭)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중국 입장에서 북한의 ICBM 발사 성공은 불편한 일이다. 7월4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최대 우방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지기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ICBM 발사 성공을 발표하면서 중국에 사전 통보를 하지 않았다. 이는 북한이 홍콩 반환 20주년 기념행사, 중·러 정상회담, G20 정상회담 등 굵직한 대외 행보를 하는 시 주석의 뒤통수를 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중국의 대응은 뜻밖에도 ‘물타기’였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북한은 핵폭발장치 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한·미도 대규모 연합훈련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중국의 태도에 미국은 분노했다. 7월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유례없는 고강도 발언을 쏟아냈다. 헤일리 대사는 “미국은 유엔 결의안을 위반한 북한과 무역하는 국가에 대한 교역을 단절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북한은 대외무역의 9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북한이 가장 필요한 석유와 식량을 제공한다. 이 발언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에 대해 미국이 무역을 중단할 수 있다는 폭탄선언이나 다름없다.

 

북한 미사일 발사가 미·중 관계 악화를 불러오고 있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사진=AP 연합·EPA 연합

 

중국 미온적 반응에 미국 분노

 

지난해 미·중 무역액은 5196억 달러였다. 여기서 중국은 물건과 서비스 교역을 포함해 3097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전체 무역적자의 61.9%에 달한다. 미·중 양국 정부는 6월21일 외교·안보 대화에서 양국 기업들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 대상 기업과 사업하지 못하도록 합의한 바 있다. 헤일리 대사의 발언은 한발 더 나아가 중국에 북한과 거래를 중단하든지, 아니면 연간 3000억 달러 이상의 무역흑자 시장을 포기하든지 양자택일을 하라는 엄포였다.

 

그렇다면 중국은 미국의 요구에 순순히 응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은 중국에 있어 한국전쟁을 함께 겪은 사회주의 혈맹이자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동맹이다. 무엇보다 전통적으로 중국 정치지도자들은 북한이라는 완충지대가 중간에 있어야 미국과의 직접적인 충돌을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이는 마오쩌둥(毛澤東)이 한국전에 참전하면서 내세운 논리로, 지금까지 금과옥조처럼 내려오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한반도의 현상 유지’를 가장 중요한 외교정책으로 삼아왔다. 북한이 갑자기 붕괴되어 미군이 주둔한 한국과 국경을 맞대는 사태는 중국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 때문에 중국은 북한이 아무리 폭주해도 석유와 식량을 대주면서 정권을 유지토록 해 줬다.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또 다른 이유는 최근 미묘한 국내 정치 상황 때문이다. 중국은 오는 가을 가장 중요한 정치 이벤트인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19차 당대회에서는 향후 중국을 이끌어갈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중앙위원을 새로 선출한다. 현재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제외하고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위정성(兪正聲)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등 상무위원 5명은 퇴임해야 한다. 67세 이하는 유임하고 68살이 넘으면 퇴진하는(七上八下) 공산당의 관례 때문이다. 시 주석은 19차 당대회에서 자신의 심복들을 상무위원과 중앙위원에 앉히기 위해 착실히 준비해 왔다. 또한 지난해 말에는 ‘당 핵심’으로 격상되며 ‘1인 지도체제’를 굳히고 있다.

 

그러나 지난 두 달 동안 중국 정계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시 주석의 최측근인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무려 40일 동안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다. 미국에 망명한 궈원구이(郭文貴) 정취안(政泉)홀딩스 회장이 왕 서기의 비리 의혹을 잇달아 폭로하면서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궈 회장은 “왕 서기의 부인 야오밍산(姚明珊)이 조카를 통해 하이난(海南)항공 지분을 갖고 있고 미국 국적을 취득해 미국 각지에 호화주택과 부동산을 사놓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요구 수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중국의 반부패 사정 사령관이 각종 추문으로 공격당하자, 왕 서기는 5월13일 베이징에서 라오스 대통령과 회담한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베이징 정가에서는 왕 서기가 모처로 끌려가 비리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7월4일 왕 서기가 구이저우(貴州)성 기율위 회의에 참석한 모습이 관영 CCTV 메인뉴스로 보도되면서 잠적설은 가라앉았다. 하지만 관례를 어기면서 왕 서기의 상무위원 유임을 추진해 왔던 시 주석의 입장이 난처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 주석이 미국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호시탐탐 공격의 기회를 노리는 반대세력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무엇보다 외세의 압력에 굴복한 지도자라는 굴레까지 뒤집어써야 한다. 따라서 19차 당대회에서 확고한 ‘1인 지배체제’를 굳히려는 시 주석은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가까워지며 ‘신냉전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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