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병’ 피해아동 母 “맥도날드에 바라는 것 없다. 책임 물을 것”
  • 박견혜 시사저널e. 기자 (knhy@sisajournal-e.com)
  • 승인 2017.07.17 13:21
  • 호수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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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7월5일 검찰 고소 “고객센터 이상 만나지도 못했다”

 

지난해 9월 4살 된 여자아이가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해피밀 세트를 먹은 뒤 복통을 호소했다. 이후 이 아이는 용혈성 요독 증후군(HUS) 진단을 받았다. 90% 가까이 신장이 손상된 아이는 신장 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소아 중환자실에 두 달간 입원 후 현재는 퇴원한 상태지만, 여전히 외래 진료를 다니며 몸에 튜브를 꽂고 생활하고 있다. 의료진은 아이 어머니인 최은주씨(37)에게 “아이가 사실상 배를 열어놓고 산다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HUS는 장출혈성 대장균에 의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급성신부전 등을 일으키며, 성인보다는 어린이와 노인 등에 더욱 빈번히 발생한다. 이 균은 가축 등의 장 속에 서식하며 이 균에 오염된 고기나 물, 채소 등의 섭취에 의해서도 전파될 수 있다. 1982년 미국에서 햄버거에 의한 집단 발병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최씨는 7월5일 “덜 익은 패티를 먹어 아이가 병에 걸렸다”며 맥도날드를 식품안전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알려진 HUS의 발생 원인을 감안하면, 딸아이가 먹은 햄버거 패티가 덜 익어 내부에 존재하던 세균으로 인해 딸아이가 감염됐다는 게 최씨 측 주장이다. 분쇄육의 특성상 조리 과정에서 균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데다, 덜 익었을 경우에는 균이 사라지지 않아 감염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최씨 가족이 맥도날드 한국지사를 식품안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기자는 7월11일 경기도 안성에서 최씨를 만났다.

 

7월11일 경기도 안성의 한 카페에서 ‘햄버거병’ 피해자 어머니 최은주씨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햄버거를 먹은 이후 아이 증상은 어땠나.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이고 햄버거를 첫 끼로 줬다는 얘기도 있던데, 어느 엄마가 아이를 아침 내내 굶기다가 오후에 햄버거만 주겠나. 지난해 9월25일, 일요일 아침이었다. 아이들이 계속 햄버거를 먹고 싶다고 하기에 아침밥을 제대로 먹어야지만 햄버거를 사주겠다고 말했다. 당시 아이들에게 흰 쌀밥에 김 등 평소 먹는 반찬을 줬다. 그리고 오후에 맥도날드 매장에 가서 해피밀 세트 2개를 먹은 것이다. 큰아이(피해 아동) 혼자서 해피밀 세트 1개를 다 먹었다. 이후에 소화도 시킬 겸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았다. 그때부터 아이가 “배가 안 예뻐”라고 말해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그날 밤, 아이가 자면서 변 실수를 했다. 전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 바로 그다음 날 소아과에 가서 장염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크게 나아지는 것 같지가 않더라. 성인들이 가는 병원에도 갔는데 차도가 없었다. 그때부터 아이가 “엄마 나 배가 너무 아파”라며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후 바로 대학병원으로 갔다.

 

 

거기서 용혈성 요독 증후군 진단을 받았나.

 

급성신부전, 용혈성 요독 증후군 진단을 받은 건 지난해 9월29일이었다. 당시 의료진들은 “용혈성 요독증이 정말 희귀한 병이다. 분쇄된 고기, 햄버거나 소시지 등에 병원 대장균이 있는데, 이 균이 죽으며 배출하는 독소가 신장을 공격하고 이후 다른 장기들까지 쭉 돈다”면서 “여름에, 특히 소아가 덜 익은 분쇄된 고기 등을 먹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다. 지금 급성으로 심하게 와서 모든 장기가 한꺼번에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아이의 증상은 균이 남긴 독소 때문이고, 균은 이미 몸 안에서 빠져나왔을 수 있기 때문에 검사로도 균 검출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HUS가 현대병이기 때문에 약도 없고 치료법도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자기 면역으로 극복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맥도날드에 사실을 알린 뒤 반응은 어땠나.

 

지난해 10월16일 처음으로 맥도날드 고객센터에 알린 이후 지금까지 계속 고객센터와만 대화하고 있다. 책임자를 바꿔 달라고 하면 “자리에 없다. 외근 중이다”라고만 한다. 고객센터 이외의 사람들과는 아예 접촉 자체가 되지 않았다. 고객센터에서는 보험접수를 하려면 맥도날드 제품을 먹고 병에 걸렸다는 의사 진단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맥도날드가 말하는 인과관계 증명은 아이가 감염된 균·혈액, 자신들이 판매한 제품이 갖고 있던 균·유전자 검사 등 이런 걸 원하는 거다. 하지만 사실상 이 모든 것을 증명해 내기란 불가능하다. 이걸 증명하려면 앞으로 모든 부모들이 외식할 때 지퍼백·아이스쿨러 등을 갖고 다니면서 아이가 먹는 음식들 조금씩 떼서 보관하고, 24시간 안에 변 본 것 모두를 수집하란 말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CCTV를 보여 달라고 했지만, 맥도날드 측은 다른 직원들과 손님들이 찍혀 있어서 못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경찰을 대동해야 볼 수 있다고 했는데, 경찰 측은 형사 사건이 아니라 동행할 수 없다고 했다. 맥도날드에 조사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당시 같은 제품이 300개가 팔렸는데, 이상 증상으로 접수된 사례가 없다”였다.

 

 

맥도날드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했다. 요지는 ‘패티가 덜 익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분쇄육이기 때문에 내장 피스(piece)가 들어갈 수 있다. 해당 균이 내장에 있기 때문에 칼날 같은 조리도구 등에 균이 묻으면, 그게 어느 부위에나 다 묻을 수 있다. 분쇄육이 문제가 되는 건 조리도구가 닿은 부분이 완전히 익지 않을 경우, 균을 갖고 있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부위든 균 감염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의료진들도 분쇄육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또 맥도날드는 해당 패티가 수입 쇠고기가 아닌 국산 돈육으로 만들어졌으며, 패티 원재료에는 내장 등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국산 돈육이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돼지도 내장이 있기 때문에 해당 특이대장균을 갖고 있을 수 있다.

 

 

형사소송까지 하게 된 이유는.

 

처음 형사소송을 마음먹었을 때 아주 힘든 싸움이 될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지만 괜찮았다. 그래서 시작한 거다. 형사소송을 해야만 검찰이든 경찰이든 제가 할 수 없는 조사를 해 주시니까.

 

 

맥도날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맥도날드에 바라는 것 없다. 이제는 모든 법을 적용해서 책임을 물을 것이다.

 

 

한편, 맥도날드 한국지사는 7월10일 공식 입장을 내놨다. 맥도날드는 패티의 경우, 정해진 조리 기준에 따라 ‘그릴’이라는 장비를 통해 상단 플레이트 218.5도 및 하단 플레이트 176.8도로 세팅돼 동시에 위아래로 구워지며, 한 번에 8~9장이 구워진다고 설명했다. 매일 점장 또는 매니저가 ‘식품 안전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그릴 및 조리된 패티의 온도를 측정해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티가 덜 익을 수 없는 시스템이라는 주장이다.

 

맥도날드 측은 또 “당일 해당 매장의 식품 안전 체크리스트는 정상적으로 기록됐고, 당일 해당 고객이 취식한 제품과 같은 제품이 300여 개 판매됐으나 제품 이상이나 건강 이상 사례가 보고·접수된 바 없다”며 “해당 고객의 민원으로 관할 시청 위생과에서 2차례에 걸쳐 매장을 방문해 위생점검을 실시(2016년 10월18일, 2017년 6월20일)했으나, 이상 없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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