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發 정계개편은 ‘선택’ 아닌 ‘필수’”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7.07.18 10:27
  • 호수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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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대선 패배·제보조작 사건으로 빨라지는 ‘정계개편’ 시계

 

국민의당에 몰아친 ‘제보조작 사건’의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당내에서는 제보를 조작한 이유미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지었지만, 검찰의 수사결과는 조금씩 다르게 나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무성한 의혹이 제기됐던 ‘윗선’의 존재가 분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여전하다. 안철수 전 대표가 뒤늦게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국민의당은 탄핵 정국 속에서 치러진 지난 대선 패배 이후, 줄곧 압박을 받아왔다. 특히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가 ‘탄핵정당’으로 낙인찍힌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에게도 밀렸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대선이 끝난 후에 당내에서는 무너진 분위기를 수습하려고 애를 쓰고 있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더욱 흔들리게 됐다. 추락한 지지율이 현재 국민의당 입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당에서 시작된 일련의 사태들이 결국 정계개편을 앞당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합종연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내부에선 여전히 독자노선을 주장하지만, 앞날은 알 수 없고 현재는 녹록지 않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7월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기에 앞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몰락한 ‘안철수-박지원’ 투톱

 

국민의당은 현 더불어민주당에서 갈라져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당시 공동대표를 지냈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당의 중진이었던 박지원 의원이 사실상의 투톱 체제를 갖추면서 국민의당은 탄력을 받았다. 실제 국민의당은 지난해 4월13일 치러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38석을 달성하며 원내 3당의 입지를 굳혔다. 당시 1당인 더불어민주당과 2당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모두 과반의석 달성에 실패하면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국민의당의 존재감은 더욱 빛났다. 당내 분위기 역시 “사실상의 역할은 원내 1당이나 마찬가지”라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한껏 올라간 국민의당의 힘은 탄핵 정국에서부터 조금씩 빠지기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과정에서 주도권을 민주당에 내줬다.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탄핵은 발의가 아니라 가결이 목표가 돼야 한다. 비박의 협력이 없는 발의는 부결이다. 왜 발의 않느냐며 항의하시는 분들께서도 부결을 원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대선 과정에서도 결국은 실패를 맛봤다. 당초 국민의당은 대선 정국을 ‘문재인 대 안철수’의 구도로 끌고 가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했다. 초반에는 계산이 통하는 듯했다. 실제 국민의당 대선캠프 관계자들도 “조만간 양자 구도가 굳어지면서 역전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지역 민주당 관계자 역시 “지역에 국민의당 바람이 몰아치는데, 어찌할 도리가 없을 정도”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 기세 덕분에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은 한때 30%를 웃돌며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을 맹추격하는 듯했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막상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미디어 노출 빈도가 많아질수록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하락했다. 급기야 5월9일 대선 결과에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도 밀리며 3위에 앉아야 했다. 당장 당내에서 “적어도 자유한국당엔 절대 질 수 없는 선거였는데, 결국 무너졌다”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안철수-박지원 투톱 체제로 이끌었던 대선이 결국 실패로 끝난 셈이다.

 

김태일 국민의당 혁신위원장이 7월4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왼쪽).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6월26일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에 대한 고용정보원 입사 관련 의혹 제보가 조작되었다”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제보조작’ 사건으로 당내 혼란 가속

 

대선 패배는 곧 당내 혼란으로 이어졌다. 국민의당은 비상대책위 체제를 가동하고 박주선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하며 수습에 나섰고, 새로 선출된 김동철 원내대표 체제를 가동하며 당내 안정을 꾀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혁신위원회를 만들고, 김태일 영남대 교수를 혁신위원장에 선임했다.

 

하지만 악재가 또 찾아왔다. 바로 ‘문준용 특혜 채용 의혹 제보조작 사건’이다. 대선 막바지였던 5월5일, 국민의당은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의 아들인 문준용씨가 채용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문준용씨와 함께 미국에서 공부했다는 제보자들의 녹취를 공개하기까지 했다. 당시는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안 후보가 ‘뚜벅이 유세’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대선캠프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한 인사는 “네거티브를 통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일자리 창출’을 가장 앞세웠었다. 그런 상황에서 아들의 특혜 채용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으니, 지지율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는 의미다.

 

국민의당이 자신만만하게 발표했던 채용 특혜 의혹은 대선 후 당원인 이유미씨의 조작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당은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이씨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리고, 나름대로 소상하게 사건의 전체적인 흐름을 밝혔다. 진상조사단장을 맡았던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 역시 진상조사단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결과에는 자신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김 의원은 7월6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깨졌다. 검찰의 수사결과가 나와야 결론이 날 것이다. 우리의 조사결과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 믿고 있다”며 “시간이 흐른다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 흐름은 국민의당의 조사결과와 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단 이유미씨의 조작 사실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주장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7월12일 구속됐다. 이어 13일에는 이 전 최고위원이 국민의당이 의혹 제기 기자회견을 연 5월5일 직후 이씨로부터 ‘제보자가 없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으나 이를 삭제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그동안 끊임없이 “윗선은 없고, 이씨의 단독범행”이라 주장한 국민의당의 조사결과와 배치되는 흐름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씨가 국민의당에 제보조작 사실을 고백한 6월24일까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자신의 주장과 반하는 이씨의 메시지를 검찰의 압수수색 전 삭제함으로써 고의 은폐와 증거 인멸 의도가 있다고 파악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대선 주자였던 안철수 전 대표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기에 이르렀다. 안 전 대표는 사건이 불거진 지 16일째를 맞은 7월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였던 제게 있다. 앞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기자회견에서도 구체적인 내용 없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았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 역시 “타이밍이 늦어도 너무 늦은 데다 내용도 부실하다. 정무적인 감각이 전혀 보이지 않는 기자회견”이라고 힐난할 정도였다.

 

대선 패배와 더불어 대선 과정에서의 제보조작 의혹이라는 두 가지 악재를 맞은 국민의당은 여론의 지지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지지율부터가 최악이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95% 신뢰수준, 표본오차 ±2.0%p)로 7월3~7일 전국 유권자 2518명에게 조사한 결과, 국민의당은 5.1%의 지지율을 얻으며 원내 5개 정당 중 꼴찌를 기록했다. 특히 호남에서도 8.7%의 지지율로, 8.8%를 받은 자유한국당에도 뒤지는 수모를 맛봤다. 호남은 국민의당이 원내 3당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만들어준 ‘동력’이나 마찬가지인 텃밭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민주당이 호남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한 데다, 마땅한 정치적 성과도 내지 못하면서 지지율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해 민주당에서 국민의당으로 옮겨간 호남지역 관계자는 “돌아갈 곳마저 없어질까 두려울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도로 민주당에 돌아가기도 애매한 상황인 데다, 국민의당에 있어서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간에 국민의당이 몰락하면서 정계개편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당이 계속 흔들린다면 존폐의 기로에까지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측은 정치권이 20대 총선 이전의 양당 체제로 회귀할 것이라는 분석에 근거하고 있다. 국민의당이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정계개편 요구는 안팎에서 물밀듯이 밀려들 것이라는 의미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의 취업 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왼쪽)과 이유미씨가 7월12일 오후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스스로 해결 못하는 상황 올 수도”

 

현재 국민의당은 상당수의 당원들이 탈당하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새 정치’에 공감한다며 관련 저서를 펴낸 강연재 전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7월12일 자신의 탈당 사실을 밝히며 “(현재의 국민의당이) 제3 중도의 길을 가는 정당도 아니고, 전국 정당도 아니고, 안철수의 새 정치도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강 전 부대변인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쨌든 국민의당 대선 과정, 선거 주인공은 안철수 전 대표다. 그렇다면 처벌·관여 등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빨리 직접 나오셔서 ‘다 내 잘못이다. 젊은 청년들에 가해지는 도덕적 비난은 내가 다 받겠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좋지 않았을까. 이게 인간미이고 리더십”이라며 “(안 전 대표의 대응에)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7월10일에는 나유인 국민의당 중앙당 정책위 부위원장 겸 전북도당 부위원장이 탈당의사를 밝히면서 “현재 (당직자·일반 당원들) 400~500명이 집단탈당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당내 일부 의원들이 탈당을 고심하고 있고, 곧 지역에서부터 집단탈당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탈당한 인사들이 합류하게 될 곳은 결국 민주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아직까지 당 대 당 통합에 대한 논의는 수면에 드러나지 않았다. 민주당 역시 추미애 대표를 중심으로 국민의당을 강하게 때리고 있지만 “당을 해체하라”는 수준까지 공격 수위를 끌어올리진 않고 있다. 당장 국민의당을 흔들고 이탈 세력을 흡수한다 해서 정국운영에 별로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국민의당과 합친다 해도 국회 운영에 대단히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 데다, 과반 의석을 달성해 거대 여당이 되면 그만큼 저항이 심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문제는 ‘흡수 통합’이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제보조작 사건에) 조직적인 행위가 있었다고 한다면, 새 정치를 목표로 출범한 이 당은 존재의 목적과 가치가 전혀 없다”며 배수진을 칠 정도다. 그만큼 이 사안이 당의 존폐를 흔들 수 있을 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만약 탈당 규모가 커지고 가속화한다면, 호남에 기대다시피 한 국민의당은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된다. 국민의당의 한 의원은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까지 예상할 수는 없지만, 지지율 회복 없이는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당 의원실 관계자는 “호남의 마음이 떠났다고 해도, 현재 혁신위원회를 중심으로 새로운 당의 가치를 내보인다면 반등의 계기가 생기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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