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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社 리스트’에 떨고 있는 재벌家들

인테리어 전문업체 K사, 재벌 회장 자택 도맡아 시공…공사비 부풀려 비자금 조성 및 배임 의혹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7.19(Wed) 09:30:00 | 14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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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기업들이 ‘K사 리스트’에 떨고 있다. K사는 호텔 및 상업·사무·주거공간을 전문으로 하는 인테리어 시공사로 1979년에 공식 설립됐다. 회사 규모의 바로미터인 시공능력순위의 경우, 지난해 국내 9위(시장평가액 약 804억원)에 랭크됐다. 또 지난해 9월 건설 취업포털 ‘건설워커’가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순위에서 인테리어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전문 건설업체이기에 K사는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랬던 회사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31일 한겨레신문과 KBS 《추적60분》이 관련 뉴스를 보도하면서부터다. 경찰은 회사의 전직 고위관계자로부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주택 공사비용으로 회삿돈이 사용되거나 불법 조성된 비자금이 활용됐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사건은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배정됐다. 경찰은 재벌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수년간 맡아온 K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공사 계약서나 공사비 입금 내역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K사의 세금 탈루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한 인테리어 업체의 세금 탈루에서 출발했지만 관련 공사들이 하나같이 재벌기업 총수들의 사저라는 점에서 재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진술내용이 이 회사 전직 고위임원의 입을 통해 나왔다는 점도 중요한 대목이다. 보도에 따르면, 회사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서 “삼성물산에서 나온 직원이 ‘모든 공사대금은 수표로 결제하겠다’고 통보했고, 우리는 그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며 “삼성물산의 요구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 자택 인테리어 비용으로 100억원 이상이 결제됐는데, 대부분 삼성물산과 삼성증권으로 출처가 추정되는 수표가 사용됐다. 보도가 나가자, 삼성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일부 언론을 통해 “공사는 이 회장 개인이 삼성물산에 의뢰하고, 삼성물산이 다시 업체에 맡기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공사대금은 회장 개인 돈에서 나간 것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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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사 오너 형제간 갈등으로 제보 불거져

 

이후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아 이대로 그냥 끝나는 것 같았던 수사는 최근 대한항공 압수수색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경찰은 7월7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해 인천 영종도 그랜드하얏트인천호텔 신축공사 자료와 세무 자료, 계약서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대한항공이 호텔 공사비 일부를 빼돌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에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조 회장 자택 공사와 그랜드하얏트호텔 신축공사가 동시에 진행된 점을 주목하고 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이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죄에 해당한다. 조 회장 평창동 자택의 공사비는 20억원가량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 중이어서 현 시점에서 특별히 언급할 것은 없다”면서 “수사를 끝까지 지켜본 뒤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K사 오너 형제간의 갈등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K사는 형인 장아무개 회장과 동생인 장아무개 부회장이 설립 초기부터 함께 경영해 왔다. 장 회장은 1939년생으로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한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다 K사를 세웠다. 네 살 아래인 장 부회장은 경기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형의 회사 경영을 도왔다. 두 사람 간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어 초창기만 해도 형제간에 별다른 잡음이 없었다. 2008년까지만 해도 장 회장이 61.00%, 장 부회장이 27.83%, 그리고 장 회장 아들인 장아무개 사장이 1.7%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었다. 2011년 장 회장은 다른 지분들을 대거 인수해 지분율을 71.00%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다가 2015년부터 아들 장 사장이 37.83%로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장 회장 지분은 34.33%로 줄었다. 후계경영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나머지 27.84%는 K사가 보유하는 형식을 취했다.

 

지금까지 형과 회사 경영을 함께해 온 장 부회장은 지분 매각을 통해 경영에서 손을 뗐다. 한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는 “수십 년간 회사와 생사고락을 함께해 온 장 부회장 가족들이 지분 매각 과정에서 형네인 장 회장 일가에게 큰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관련 내용을 종합해 보면, 회사 최고경영자가 자신의 경영권을 후대로 넘기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고, 이에 실망한 장 부회장 쪽 사람들이 회사 내부 기밀을 폭로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가 참여연대를 찾아가 관련 내용을 제보했으며, 참여연대가 경찰에 자료를 넘기면서 수사는 시작됐다. 현재 K사는 무자료 거래에 의한 세금 탈루 혐의로 세무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K사, 汎삼성家 공사 주로 많이 맡아

 

K사는 그동안 재벌기업 공사를 많이 해 왔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주요 고객이 삼성·LG·신세계·대한항공 등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대한항공만 해도 인천 영종도 하얏트호텔 외에 서울 서소문빌딩 임원실 공사 등을 이 업체에 맡겼다. 특히 K사는 범(汎)삼성가 쪽 공사가 많다. 삼성그룹의 경우 서울 서초타운 실내인테리어 공사부터 삼성전자 서천연수원·홍보관, 삼성SDS VIP존, 삼성서울병원, 안양베네스트 클럽하우스 등 계열사 공사 여러 개를 이 업체에 맡겼다. 신세계그룹으로부터는 신세계백화점 본점·강남점, 이마트 일부 매장, 트리니티CC 클럽하우스 공사를 따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이 일부 시설 공사를 이 회사에 발주했다. 성기영 럭셔리홈갤러리 대표는 “K사는 기술력 하나만큼은 국내 최고 수준이며, 특히 호텔·리조트·VIP룸 등 고급 공사를 많이 해 왔다”고 말했다.

 

그보다 주목받는 것은 이 회사가 추진해 온 주요 재벌기업 오너 자택 공사다. 감사보고서에는 유엔빌리지 23호 주택, 한남동 65호 주택, 한남동 22호 주택, 대장동 주택(경기도 판교신도시), 한남동 5호 주택, 평창동 주택, H주택 등이 공사 내역으로 적혀 있다. 하나같이 대기업 회장 주택으로 추정되는 공사다. 서울 한남동 한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입주자들이 자체적으로 세운 지역 관리업체가 붙인 이름이기 때문에 대문에 문패가 걸려 있지 않는 이상 어느 회장 집인지 알기 힘들다”고 말했다.

 

경기도 판교신도시 남서울CC 부근에 위치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자택 공사도 지난 2008년과 2009년 이 업체가 맡았다. 신세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 개인이 돈을 낸 사항이므로 자세한 사항을 확인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K사는 지난 2014년 한남동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자택의 굴뚝 교체 공사비로 16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 공사는 계열사인 에스원이 발주한 것이다 이 밖에도 K사는 2015년 9월부터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자택 공사도 해 오고 있다. 공사 발주는 서울 한강로 본사 사옥 공사를 책임진 현대건설이 했다. 올 3월 현재 계약된 공사금액만 34억원에 달한다.

 

그렇다면 왜 재벌가 오너들은 인테리어 업체에 관련 공사를 맡기는 걸까. 관련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전문업체들의 높은 기술력을 이유로 꼽는다. 주요 대기업마다 건설 관련 계열사를 두고 있지만, 종합건설 업체여서 대규모 건축에 특화돼 있다.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 기술은 전문업체를 못 따라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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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삼성 부담되자 대한항공으로 유턴?

 

또, 계열사에 관련 공사를 발주하는 것에 대한 주위의 따가운 시선도 한몫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계열사가 그룹 총수 공사를 맡을 경우 나중에 공사비 정산 과정에서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때문에 직접 발주보다는 계열사 공사를 전문업체에 맡기고, 이들 업체가 오너 자택 공사를 책임지는 간접 발주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조양호 회장의 평창동 자택 공사와 비슷한 경우다. 이번에 문제가 된 K사를 비롯해 상위 10여 개 인테리어 기업은 설계부터 실내 인테리어 시공까지 가능한 작은 종합건설 업체다. 사생활 보호를 필요로 하는 재벌가 특유의 문화로 볼 때도 이들 업체가 공사를 맡는 게 적합한 셈이다.

 

고급 인테리어 자재를 사용할 경우 정확한 건축비를 파악하기 힘들다. 한 가구 디자이너는 “똑같은 기능에 똑같은 원자재로 만든 것이라도 동남아와 유럽에서 만든 것은 가격 차이가 10배 이상 난다”면서 “대기업 회장 자택에 들어가는 건축 자재들은 대부분 국내에 처음 수입되거나, 수입되더라도 유통량이 극소수에 불과해 의도적으로 가격을 부풀릴 경우 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인테리어 업체들은 대부분 건축 자재비에서 가격을 부풀리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재계 10위권에 속해 있는 한 재벌기업의 경우, 유통 계열사 매장 여러 곳의 시공권을 맡기면서 공사비를 부풀려 이 중 일부를 회장 자택을 짓거나 수리하는 데 썼으며, 국내 유명 언론사 사주도 비슷한 방법으로 공사를 진행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겨레와 KBS 보도가 나간 직후 경찰은 당초 삼성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일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보도가 있은 지 한 달 반 정도 지난 지금도 아직 별다른 진척은 없다. 대신 경찰은 대한항공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관계자는 “삼성 수사에 부담을 느낀 경찰의 물타기 수법이 아닌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의 파급력 때문에 경찰은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경찰 내 한 특수수사 담당자는 “삼성은 현재 총수인 이건희 회장이 병석에 있는 데다,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마저 구속돼 있어 관련 사건으로 처벌조차 힘들다”면서 “대한항공으로 수사 방향을 돌린 것은 재벌가의 부도덕한 거래를 환기시킨다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사저널은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K사에 여러 차례 취재를 요청했지만, ‘사실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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