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중국이 한국한테 이러는 까닭은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journal.com)
  • 승인 2017.07.18 14:40
  • 호수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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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27일 서울에서 베이징(北京)올림픽 성화 봉송 과정에 참가 중이던 중국인 유학생들이 집단난동을 부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날 오후 2시30분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이들 중국 유학생은 인권단체 회원과 사진기자들에게 금속절단기와 돌을 던지고 시민들을 때려 부상을 입힌 데 이어, 오후 5시15분쯤에는 서울시청 앞 플라자호텔에 난입해 티베트 인권단체 회원과 한국 경찰에 폭행세례를 가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정부 수립 후 처음으로 외국인들에 의해 무법천지로 변했던 거죠. 이 말이 과장이 아닌 것이 봉송 행사에 나온 중국인 학생 수는 중국대사관 추산으로 약 8000명이었습니다. 사건 발생 한 해 전인 2007년 말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중국인 유학생 수는 3만1829명이었습니다. 중국인 유학생 4명 중 1명꼴로 이 소동에 동참한 셈입니다.

 

꽤 오래전 일이지만 다들 기억에 생생하실 겁니다. 이런 일이 발생한 것도 황당하지만 더 문제는 사건 발생 직후 중국이 보인 태도였습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장위(姜瑜)는 정례 브리핑에서 “사태의 본질은 성화 릴레이를 방해하려던 티베트 분리주의자들의 행동을 저지하려고 나선 선량한 중국 유학생들의 정의로운 행동”이었다고 옹호했습니다. 몰상식도 유분수지 이런 망언에 한국 내 여론이 들끓자 중국 정부는 뒤늦게 마지못해 최소한의 유감표명만 했습니다. 이들 폭력사범에 대한 한국 정부의 처벌은 물론 솜방망이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월6일(현지시간) 베를린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왜 옛이야기를 꺼내냐고요. 이게 과거형이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는 맥락이라 그렇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정권의 색깔은 정반대로 바뀌었지만, 사드를 핑계로 우리를 대하는 중국의 태도는 변함이 없습니다. 최근 기사를 예로 들면 7월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독일 베를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며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조치가 더욱 혹독해지고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우리가 자초한 면이 큽니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중국의 버릇을 잘못 들였다는 것입니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실력과 별개로 만만해 보이면 상대방에게 업신여김을 당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이 특히 중국에게 그런 꼴입니다.

 

올 8월24일이 한·중 수교 25주년입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한·중 수교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웠습니다. 당시 중국의 최고실력자 덩샤오핑(鄧小平)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남조선과 국교를 수립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모르고 우리가 먼저 중공(中共)과 국교를 수립하려고 안달이었습니다. 그 결과는 ‘중국의 남북한 동시 수교 vs 한국의 대만 단교 및 중국과 수교’였습니다. 정보수집을 내팽개쳐서 임진왜란을 당한 한국인의 나쁜 습성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은 꼴입니다.

 

한·중 수교 후는 더 가관입니다. 중국과 사이가 나쁘면 중국이 우리의 통일을 방해할까봐 그랬는지 매사에 중국 눈치를 보고 중국에 납작 엎드립니다. 이건 좌파정권이든 우파정권이든 똑같습니다. 그러나 중국과 사이가 좋으면 중국이 남북한을 통일시켜 줄까요. 통일은 우리가 쟁취하는 것이지 남이 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 국력의 10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베트남이 왜 우리보다 훨씬 중국한테 대접을 받고 있는지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결정적 차이는 딱 하납니다. 상대가 중국이든 미국이든 우리의 자존심을 건드리면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울 자세가 돼 있느냐 아니냐가 그것입니다. 이런 식이면 ‘중국의 한국 갖고 놀기’는 점점 심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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