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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도 북한처럼 3대 걸쳐 권력 세습?

싱가포르 ‘왕자의 난’ 발생...권력 세습 논란 커져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7.20(Thu)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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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판 ‘왕자의 난’이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형인 리셴룽(李顯龍) 현 총리에 여동생 리웨이링(李瑋玲)과 남동생 리셴양(李顯陽)이 힘을 합쳐 맞서는 형국입니다. 싱가포르 국부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는 같은 영국 유학파이자 변호사로 활동한 부인 콰걱추(柯玉芝) 여사와의 사이에서 2남1녀를 뒀습니다. 그중 장남이 리셴룽 총리입니다.

 

갈등의 원인은 리 전 총리의 유언에서 비롯됐습니다. 지난 2015년 타계한 리 전 총리는 죽기 전 “내가 죽거든 집을 기념관으로 만들지 말고 헐어버리라”고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싱가포르는 싱가포르인이 주인인 나라다. 내가 우상화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면서 말이죠. 멋진 말이네요.

 

리 전 총리의 자택은 옥슬리 거리 38번지에 있습니다. 지어진지 100년 된 이 집에서 리 전 총리는 1940년부터 죽기 전까지 살았다고 하니 참 대단합니다. 그런데 지난 3월3일자 싱가포르 최대 일간지 더스트레이트타임즈에 싱가포르 정부가 자택에다 리콴유 기념관을 지을 계획이라고 보도한 게 문제가 됐습니다. 그러자 여동생 리웨이링은 신문 기고를 통해 부친의 유언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오빠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게 됩니다. 뒤이어 지난 6월 초 남동생 리셴양도 “형이 집을 허물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어기고 집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대응하면서 형제간 갈등은 표면화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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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콴유 전 총리 사저 기념관화 논란

 

이후 리셴룽 총리가 변호사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제수씨(리수엣펀 변호사)가 부친의 최종 유언장을 작성하는 일에 관여했다”고 하자 리셴양은 “우리가 감시받고 있으며, 정부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려고 한다고 생각한다. 최악의 경우 싱가포르를 아예 떠날 수 있는데, 그렇게 된다면 이유는 아마 형 때문일 것”이라고 받아치면서 형제간 갈등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고촉통(吳作棟) 전 총리 등 국가원로들이 중재에 나섰지만 역부족입니다. 그러는 사이 싱가포르의 국가 이미지는 계속 추락하고 있습니다.

 

외신들은 이번 형제 간 갈등이 싱가포르에 감춰진 어두운 그림자라고 말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투명한 사회라는 이면에 숨겨진 싱가포르의 고질적인 문제라는 것이죠.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외신들이 싱가포르를 가리켜 리콴유 왕국(Lee Kuan Yew Dynasty), 심지어 리콴유 전 총리를 독재자(Dictator)라고 말하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리콴유 집안은 ‘퍼스트패밀리’(First Family)로 불리고 있죠. 퍼스트레이디는 들어봤어도 퍼스트패밀리라고 불리는 곳은 전 세계에서 북한을 빼고 싱가포르가 유일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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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전체가 국영기업 경영하는 퍼스트패밀리

 

어쩌면 이러한 갈등은 이미 예고된 문제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리콴유 전 총리 집안은 사실상 싱가포르의 정·재계를 모두 휘어잡고 있습니다. 리셴룽 총리부터 살펴볼까요? 1952년 생인 리 총리는 영국 캠브리지대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등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습니다. 군에서 준장까지 마치고 전역한 뒤 부친이 만든 인민행동당에 들어가 후계자 수업을 밟았습니다. 리 전 총리가 자신이 장기 집권한 총리 자리를 바로 아들(리셴룽)에게 넘기지 않고 중간에 한번 거쳐 가기 위해 고촉통 총리를 후임자로 세웠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현지에서는 권력 세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리 전 총리가 “내 아들보다 똑똑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물려주겠다. 그러니 내 결정을 믿어달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리 총리만 대단한 게 아닙니다. 동생 리셴양도 이력이 화려합니다. 영국 캠브리지대와 미국 스탠퍼드대를 나온 리셴양은 현재 싱가포르 교통국 산하 싱가포르민간항공국(CAAS)의 회장으로 있습니다. 우리로 치면 한국공항공사와 같은 곳이죠. 외견상으로는 싱가포르 정부 소유지만, 절대 망할 수 없는 땅 짚고 헤엄치기보다 쉬운 수익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관문인 창이공항 아시죠? 인천국제공항의 강력한 경쟁자인 창이공항을 이용하는 승객과 비행기들은 모두 이 회사에 돈을 내야 합니다. 그 전에는 싱가포르 최대 통신사 싱텔(SingTel)과 최대 식품·음료기업 프레이저앤니브(Fraser and Neave)도 경영했습니다. 이외에도 리셴양은 현재 싱가포르 증권거래소 이사회 의장과, DBS 자회사인 아시아이슬람은행 이사, ANZ은행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누이인 리웨이링은 미혼으로 직업은 싱가포르 국립 뇌신경의학원 원장입니다.

 

그런데 지난 6월14일 리셴양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발표한 것은 이번 갈등이 단순한 해프닝에 그치지 않을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리셴양은 “아버지를 우상화하는 수법으로 '리콴유 왕조'를 만들고, 아들인 리홍이(李鴻毅·30)에게 권좌를 넘겨주려 한다. 우리는 그를 형제로서도 지도자로서도 신뢰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리홍이’라는 청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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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총리 아들, 화려한 스펙 쌓아 정부기관 근무

 

리셴룽 총리는 1978년 말레이시아 의사 웡밍양과 결혼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첫 번째 부인은 1남1녀를 낳은 후 1982년 심장마비로 사망했습니다. 공식적으로 장남은 리이펭입니다. 하지만 리이펭은 생후 19개월 만에 어머니를 잃고 자폐증과 선천성 질환인 백색증(Albino)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현 부인인 호칭(何晶) 여사와는 1985년에 재혼했습니다. 호칭 여사는 1953년생으로 국립싱가포르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수석 졸업하고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수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싱가포르 국영기업 테마섹 홀딩스의 최고경영자입니다. 타마섹은 일종의 국부펀드라고 보시면 됩니다. 말레이시아의 변방국가로 있을 때 싱가포르를 부르던 지역 이름이 바로 ‘테마섹’입니다. 막대한 자금으로 전 세계 곳곳에 투자해놓고 있는데, 이 막대한 자금을 굴리는 이가 바로 호칭 여사입니다. 호칭 여사와의 사이에서 리 총리는 아들 둘을 더 얻습니다. 리홍이, 리하오이가 주인공이죠. 언론이 주목하는 이는 올해 30살인 리홍이입니다. 그는 지난 2006년 ‘리콴유배 수학·과학 대회’에서 수상할 정도로 머리가 비상하다고 합니다. 정부장학생에 뽑혀 영국 캠브리지대와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공부했습니다. 학교 졸업 후에는 구글에서 2년간 일했고 현재는 공공기술부 산하 국가 디지털 서비스데이터 과학부문에서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자신에 대한 논란이 일자 리홍이는 지난 6월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진짜로 정치에 관심이 없다”(I really have no interest in politics)는 글을 올렸습니다. 또 부친인 리 총리도 여러 인터뷰에서 “자식들이 정치에 별 관심이 없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동생인 리하오이는 현재 MIT에 수학중입니다.

 

싱가포르에서 리홍이는 유명합니다. 총리 아들이기도 하지만, 화려한 스펙 때문이죠. 부친처럼 군 복무도 끝마쳐서 국민들의 신임도 대단합니다. 만약 그가 몇십년 후 총리가 된다면 북한과 더불어 3대에 걸쳐 권력이 세습되는 것이 되겠지요. 하지만 그보다는 리 총리 형제간 불화부터 먼저 해결해야 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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