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순항 중인 SPC ‘형제경영’ 구도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7.07.19 11:51
  • 호수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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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家 후계자들 (23) SPC그룹] 경영 승계의 핵심 SPC삼립 성장 여부가 관건

 

파리바게뜨·베스킨라빈스·던킨도너츠 등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현재 오너 3세들의 경영수업이 한창이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장남 허진수 부사장과 차남 허희수 부사장이다. 이들 형제가 처음 그룹에 합류한 것은 2000년대 중반이다. 형제는 상무 직함을 달고 지주사인 파리크라상에 입사했다. 그리고 10년여 뒤인 2015년 그룹의 모태인 SPC삼립(전 삼립식품)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그해 허진수 부사장이, 이듬해 허희수 부사장이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동안 경영수업을 받아오면서 형제는 이렇다 할 구설에 오른 적이 없다. 오히려 경영수업 과정에서 비교적 좋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허진수 부사장은 해외에 200개 파리바게뜨 점포를 내는 작업을, 허희수 부사장은 쉐이크쉑 등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을 받았다.

 

허진수 SPC그룹 부사장(왼쪽)과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 © 시사저널 박정훈·연합뉴스·SPC제공

 

잡음 없는 경영수업…지분 승계율도 높아

 

형제간 별다른 갈등의 조짐도 감지되지 않는다. 먼저 형제의 활동영역이 비교적 명확히 구분돼 있다. 형 허진수 부사장은 그룹 전략기획실을 거쳐 연구·개발(R&D)과 글로벌 사업을 총괄 중이다. 동생 허희수 부사장은 마케팅 및 디자인 부서를 거쳐 현재 국내 신사업과 그룹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제과점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으로 파리바게뜨의 신규 출점이 제한된 상황에서 형은 해외시장을, 동생은 신사업을 통한 내수시장 공략을 책임지는 구도인 셈이다. 또 사업영역이 다양하지 않아 계열 분리 가능성이 낮은 점이나, 주요 계열사에 대한 형제의 보유 지분율이 비등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향후 SPC그룹에서는 ‘형제경영’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처럼 SPC가(家) 3세들의 경영수업은 별다른 잡음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에 지분 승계 작업도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다. 허진수 부사장(20.2%)과 허희수 부사장(12.7%)은 파리크라상 지분을 합쳐서 총 32.9%를 보유 중이다. 허영인 회장(63.5%)과 그의 부인 이미향씨(3.6%)의 지분을 포함하면 파리크라상의 오너가 지분율은 100%에 달한다. 형제는 SPC그룹이 출범하기 이전인 1990년대 이미 파리크라상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다. 당시 20대이던 허진수·허희수 형제는  파리크라상 지분을 각각 14.63%와 4.69% 보유했다. 당시 주식 매입 대금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1999년 파리크라상의 매출이 막 1000억원을 넘겼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식 매입 대금이나 증여세는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허진수 부사장이 지분을 일부 늘리긴 했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형제가 본격적인 파리크라상 지분 확보에 나선 것은 2012년이다. 주식 교환 방식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법을 통해서다. 여기에는 허진수·허희수 형제가 지분을 보유해 오던 SPL과 SPC가 동원됐다. 이들 회사의 지분을 파리크라상에 넘기는 대신, 파리크라상 주식 9만7891주(475억원)를 현물로 받았다. 그 결과, 허진수 부사장 지분율은 19.1%로 높아졌고, 허희수 부사장 지분율은 11%로 높아졌다. 이후 형제는 추가적인 지분 확보에 나서 현재의 지분율을 보유하게 됐다.

 

© 시사저널 미술팀


이런 거래가 가능했던 것은 SPC와 SPL이 그룹 차원의 지원사격을 받으며 꾸준히 사세를 확장해 온 덕분이 컸다. 실제 부동산 임대업체인 SPC의 내부거래 비중과 액수는 2012년 주식 교환 전까지 계속 증가했다. 이 회사의 내부거래율은 △2007년 65.5%(총매출 107억원-내부거래액 70억원) △2008년 72.9%(154억원-112억원) △2009년 74.5%(247억원-184억원) △2010년 79.4%(269억원-213억원) △2011년 80.6%(364억원-293억원) △2012년 88.9%(531억원-472억원) 등이었다.

 

휴면생지 제조업체인 SPL은 그동안 올린 매출의 전량이 파리크라상과의 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이 회사의 매출 규모는 △2007년 763억원 △2008년 1106억원 △2009년 1495억원 △2010년 1974억원 △2011년 2494억원 △2012년 2533억원 등이었다. 2012년은 내부거래를 통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해다. 허진수·허희수 부사장은 주식 교환을 통해 지주사 지분 확보는 물론, 일감몰아주기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뿐만 아니라, 향후 허진수·허희수 부사장이 파리크라상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경우 SPC와 SPL도 자연스레 형제의 간접 지배 아래 놓이게 된다.

 

 

내부거래로 사세 확장한 뒤 주식 교환 방식

 

허진수·허희수 부사장은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 지분도 각각 11.47%와 11.44% 가지고 있다. SPC삼립은 당초 허영인 회장의 맏형 허영선 전 삼립식품 회장의 회사였다. 그러나 리조트 투자 실패로 부도가 나면서 2002년 허영인 회장이 운영하던 샤니에 인수됐다. 허진수·허희수 부사장은 당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당 5000원에 60만 주(6.95%)씩을 배정받았다. 이어 이듬해인 2003년 SPC삼립 주가가 1만원 이하인 구간에서 지속적으로 주식을 매입, 지분율을 높였다. 이후 SPC삼립의 주가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형제는 상당한 지분 평가액 차익을 누릴 수 있게 됐다. 7월10일 현재 SPC삼립의 주가가 17만40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허진수·허희수 부사장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는 각각 1721억원과 1717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향후 형제는 어떻게든 파리크라상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 방법을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먼저, 인적분할과 주식 교환을 통한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기존의 파리크라상을 사업부문에 따라 인적분할해 규모를 축소한 뒤, 허진수·허희수 부사장이 주식 교환에 참여해 파리크라상 지분을 확보하리란 것이다. 앞서 형제가 SPC과 SPL을 통해 파리크라상 지분을 확보한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 © SPC그룹 제공


여기에는 SPC삼립이 활용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형제가 보유한 SPC삼립 지분을 파리크라상 주식과 교환한다는 것이다. 형제가 SPC삼립 최대주주인 파리크라상(40.66%)의 지배주주로 올라설 경우, SPC삼립에 대한 간접 지배력도 확보할 수 있다. 또 허영인 회장으로부터 형제가 파리크라상 지분을 증여받은 뒤, 삼림식품 주식을 현금화해 증여세를 충당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업계에선 이처럼 승계 방식에 대한 일부 견해 차이가 있지만, SPC삼립이 경영권 승계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관측에는 이견이 많지 않다. SPC그룹 관계자는 “허영인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상황이어서 아직 경영권 승계를 논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를 의식한 듯, SPC그룹은 2008년부터 SPC삼립을 통한 신사업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때부터 거의 매년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후 신사업들이 성공하면서 SPC삼립은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실제 SPC삼립 매출은 2012년 8334억원에서 지난해 1조8703억원으로 4년 사이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SPC삼립은 올해 초 조미료나 음료 제조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면서 사업영역 확대에 나서고 있다. SPC삼립의 올해 매출은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505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1분기보다 각각 32% 늘어난 수치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 일가, 모두 재벌가와 혼맥

 

SPC그룹의 모태는 고(故) 허창성 SPC삼립 창업주가 1945년 설립한 제과점 상미당(이후 삼립식품, 현 SPC삼립)이다. 허 창업주는 김순일씨와의 슬하에 6남1녀(영선-영희-영인-영덕-영석-영한-영우)를 뒀다. 이 가운데 허영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제외하고 모두 SPC그룹 계열사에 몸담았다. 그러나 현재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허영석 고문만 그룹에 남아 있는 상태다.
 

당초 삼립식품의 경영권은 장남인 허영선 전 삼립식품 회장에게 넘겨졌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겐 샤니가 주어졌다. 당시 샤니는 삼립식품 매출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규모였다. 이후 허영인 회장은 양산빵을 생산하며 사세를 키워나갔다. 1986년 파리크라상을 설립해 파리바게뜨라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었고,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성공을 거뒀다. 이후 자체 브랜드 개발은 물론, 해외 브랜드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계속 사세를 확장해 나갔다.

 

반면, 허영선 전 회장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리조트 등 비주력 사업에 무리한 투자를 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 결과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부도가 났고, 이듬해인 1998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그러나 삼립식품은 2002년 허영인 회장 측에 인수되며 다시 SPC가(家)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년 뒤인 2004년 SPC그룹을 출범시키면서 지금의 면모를 갖췄다. 현재 허영선 전 회장은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허영인 회장 일가는 모두 재벌가와 혼맥을 구축하고 있다. 허 회장의 부인 이미향씨는 고(故) 이원만 코오롱그룹 창업주의 막내딸이자,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막내 고모다. 허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 부사장은 2008년 고(故)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막내아들인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의 장녀 박효원씨와 결혼했다. 차남 허희수 부사장도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외손녀인 안리나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 시사저널 미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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