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광주시정 산하 기관장 장기공백 '어쩌나'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7.07.1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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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사·문화재단 대표 7개월째 공석…시정 난맥상 전형

 

'제2의 광주시정'으로 일컬어지는 광주시 산하 기관장의 인선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광주시가 무더기 공석 사태를 빚고 있는 산하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 등 '수장 선발'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광주도시철도공사 등이 우여곡절 끝에 새 주인을 맞았지만 도시공사와 문화재단 등은 현재 7개월째 대표 없이 운영되고 있다. 

 

적임자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광주시 산하 최대 공기업인 광주도시공사가 최근 세번째 사장 공모에 나선 가운데 일부 응모자를 둘러싸고 부적격 논란이 이는 등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기업 쇄신을 표방한 기관장 물갈이가 되레 시정 공백의 장기화를 초래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교각살우(矯角殺牛)’다. 

 

광주시청 전경 ⓒ광주시

 이제 시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는 시간과의 싸움이 된 모양새다. 1년 여정도 남은 윤장현 시장의 남은 임기를 고려하면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달 안에 후임 기관장 선정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두 기관 모두 최종 후보자를 선정한 뒤 광주시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8월에 회기가 열리지 않는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인사청문회 통과도 문제지만 7월을 넘기면 자칫 인사 절차가 9월로 훨씬 늦춰질 수도 있는 탓이다.

 

  

'갈수록 기관' 도시공사 3차 공모도 후보자 자격 논란 


특히, 새 기관장 선정이 너무 늦어질 경우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고려할 때 임기가 1년 미만에 그칠 수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때문에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에 실패하거나 늦어질 경우 상당 기간 대행체제가 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일단 임원추천위원회를 얼마만큼 서둘러 구성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그러나 현실은 공모단계부터 녹록치 않다. 광주시는 지역을 뛰어넘어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인재 찾기'에 나서고 있지만 지원자 대부분이 지역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모도 인력풀의 한계에다 민선 6기 단체장 임기를 고려할 때 1년 반짜리 단명(短命) 자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광주도시공사가 17일 사장 후보 3차 공모를 마감한 결과 70대 전직 교수,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국책은행 전직 간부, 충청권 공기업 전직 사장, 건설 관련 기업 임원 등 5명이 응모했다. 이 가운데 최근 서류 전형에서 1, 2차 공모에 나선 후보 2명은 탈락하고 나머지 3명을 상대로 이날 면접이 진행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정치권이 발끈하고 나섰다. 정의당 광주시당은 17일 긴급 논평을 내고 대전지역 지방공기업 사장을 지낸 A후보에 대해 "A씨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선정한 '박근혜 정부 적폐 공공기관장 명단'에 포함된 매우 부적절한 인물이다"면서 "병가 기간과 광주도시공사 사장 공모기간과 교묘히 겹쳐 도덕성 논란마저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의 경우 지방공기업 사장 시절 특정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 경고 처분을 받아 사퇴론이 불거졌고, "남은 임기 동안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지 20일 만에 광주도시공사에 응모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다른 응모자 B씨는 앞선 1차 공모 당시 지원했다가 탈락하고도 다시 재응모한 것으로 확인돼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면접을 통과한 다른 후보도 70대의 고령이거나 기업 임원 경력이 전부여서 도시공사를 이끌어갈 적임자 논란이 일고 있다.

 

도시공사는 2월과 3월, 두 차례 공모했으나 일부 임원이 이른바 '셀프 추천'하거나 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하는 등 적격자를 찾지 못했다. 도시공사는 서둘러 임원추천위원회를 재구성, 늦어도 이달 안으로는 마무리짓겠다는 계획이다. 7월을 넘어가게 되면 경영본부장 등 임원 공모도 해야 해 “일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도시공사 사장 공석이 7개월째 장기화되면서 '승진 인사'가 미뤄지고 결재라인에 혼선 오는 등 난항 중이다. 행정의 질적 저하와 직원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광주문화재단도 대표이사 재공모를 홈페이지를 통해 이날 공고했다. 이 사장을 대행해 재단의 재정과 사무를 총괄하고 소속 직원을 지휘 감독하는 것이 주요 업무로, 3년 임기에 연임이 가능하다. 오는 17∼21일 원서접수, 24일 서류심사, 27일 면접심사를 거쳐 복수 추천, 최종 후보자 지명 절차를 거쳐 시의회 인사청문을 밟게 된다.

 

 

'기대'와 '현실'의 괴리···지역 인력풀의 한계 

 

그렇다면 왜일까. 광주시가 기관장 공모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1차적으로 지역 특성상 인재수요 폭이 좁다는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기관장 공석 장기화의 배경을 두고 윤장현 시장의 대안 없는 산하 공기업과 기관장 일괄사퇴 요구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별다른 잘못이 없는데 '인적쇄신'을 이유로 느닷없이 일괄사표를 제출하라고 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공기업의 인적쇄신을 통한 행정력의 질적 상승을 기대한 것이 아니라 '비선실세 시정개입'과 등 자신을 둘러싼 비난여론에 대한 물타기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오고 있다. 오미덕 참여자치21 공동대표는 "그동안 '측근·보은 인사' 지적을 받았던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이미지 전환만을 꾀하려고, 대책도 없이 일괄사표를 받으면서 빚어진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또, 공모방법에도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 시장은 사장 공모를 전국풀(pool)로 진행하고 있다.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함' 이라는 긍정적 반응도 있지만, 대책도 없으면서 '일신' 내세워 일괄 사표를 받은 근시안적 행정이라는 빈축도 나오고 있다. 일찌감치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 배제 원칙을 밝혔던 윤장현 시장은 '전문성'과 '참신성'을 공공기관장 인선 기준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표면적으로 강조되지는 않았지만 민선 6기 광주시 시정 철학 공유, 지역 내 평판조회에 공기업 운영 능력까지 갖춘 인물을 기대했다. 

 

문제는 아쉽게도 지역 내에서 이에 부합하는 맞춤형 인사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역을 뛰어넘어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인재 찾기에 나서고 있는 광주시의 '바람'과 지원자 대부분이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 사이의 괴리감이 큰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외부 전문가의 지원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외부 전문가가 기관장 지원에 응모하더라도 대부분 지역 사람으로 구성된 임원추진위원회의 관문을 넘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윤장현 광주시장이 광주상공회의소가 주최한 2017년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짧은 임기도 걸림돌···'9개월짜리 대표' 누가 올까

 

임기 보장이 길어봤자 9개월 남짓 남은 점도 걸림돌이다. 내년 7월 민선 7기가 출범하기 전까지 남은 기간은 11개월 가이다. 통상적으로 산하기관장 인선까지 석 달여가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도시공사와 문화재단 대표 임기는 빨라야 9월에나 시작 할 수 있다. 기관 업무를 파악하기에도 빠듯한 탓에 시정 발전을 위한 사업 추진은 사실상 불가능 한 일정이다. 이 때문에 ‘실패한 광주 행정정책의 극치’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주경님 광주시의원은 "언론, 의회 등에서 줄기차게 제기한 장기 행정 공백사태에 대한 경고를 무시, 윤장현 시장 스스로가 부추긴 결과다. 명확한 인사원칙도 인력풀도 없이 '누군가는 오겠지' 식의 공모라면 당장이라도 중단해야 한다"면서 "이번 공모마저 무산된다면 내부발탁, 권한대행 체제 유지 등의 결단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임원추천위원회 난맥상도 '한 몫' 

 

광주시 산하 공공기관장 공모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데에는 임원추천위원회의 사전심의에 대한 신뢰성 논란도 한 몫하고 있다. 첫 공모에서 임원추천위를 거친 후보자들에 대해 잇따라 '적격자 없음' 결정이 내려지면서 인원 구성부터 서류심사의 적절성 논란까지 총체적인 난맥상을 드러냈다. 실제로 도시공사, 여성재단, 문화재단,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도시철도공사 등은 임원추천위를 거친 복수 후보자들이 시의회 '인사청문회'라는 최종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재공모가 진행됐다. 서류심사,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를 선임한 임원추천위의 심의 신뢰성에 논란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도시공사 임원추천위원회의 경우 사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본부장급 임원이 임원추천위원을 선정하는 이사회에 참여한 뒤 스스로 응모했고 최종 추천되면서 '셀프 추천'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임원추천위의 심의 방식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적격 여부만 따져야 하는 서류심사에서 전문가 그룹이 대거 탈락한 예가 있다는 것이다. 임원추천위가 대부분 지역인사들로 구성되면서 연고 등이 작용할 소지가 큰 것도 한 요인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공공기관장 재공모 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많다. 전국적 지명도가 있는 전문가 영입 등 인재 채용을 위한 것인 만큼 긍정적으로 봐 달라"며 "다만 인선 지연에 따른 우려가 많은 만큼 조속한 결론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지난 1월 민선 6기 후반기 분위기 쇄신을 위해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장에 대해 일괄 사표를 받는 등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섰다. 윤 시장은 이들을 포함해 도시철도공사 사장,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장, 시체육회 상임부회장 등 7명에게 '인적쇄신'을 이유로 일괄적으로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 이들은 모두 임기가 남아 있었다. 비슷한 시기 광주비엔날레 대표와 교통문화연수원장이 자진 사퇴했고 평생교육진흥원장도 임기가 만료됐다. 일괄사표 요구와 맞물려 무려 10곳의 공공기관 대표가 한꺼번에 공석이 됐지만 광주시는 후임자를 제때 임명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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