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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세진 “감독이라면 자신의 철학 밀고 나가는 힘 필요”

[이영미의 생생토크] 배구계 패러다임 바꿔온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너무 정신없이 달려와 외로울 틈도 없었다”

이영미 스포츠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21(Fri) 11:00:00 | 14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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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감독 데뷔 5년 차다. 마냥 젊은 감독, 어린 나이를 자랑했던 그도 어느새 마흔세 살에 접어들었다.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의 김세진 감독은 선수들 눈높이에 맞춘 ‘형님 리더십’을 보이며 선수 시절뿐만 아니라 지도자로서도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창단 3년 만에 2번의 우승을 경험한 그는 2016~17시즌 V리그에서 4승22패를 기록하며 꼴찌로 주저앉았다. 전 시즌에 챔피언의 왕좌에 올랐던 팀이 한 시즌 만에 최하위로 떨어진 걸 두고 배구계에선 다양한 소문이 횡행했다. ‘멘붕’에 빠진 선수단을 수습하고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 강화를 꾀하며 2017~18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김세진 감독을 경기도 용인의 OK저축은행 체육관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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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선수단 워크숍을 다녀온 걸로 알고 있다. 워크숍에선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선수들을 이끌어가나.

 

“이번 워크숍의 주목적은 새로운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것이었다. 김요한과 이효동이 KB손해보험에서 트레이드돼 왔는데 선수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배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선수들과 술도 마시며 허심탄회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우리 팀 분위기가 굉장히 자유롭기 때문에 술자리도 매우 즐거운 편이다.”

 

어느새 감독 데뷔 후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가장 오랫동안 한 팀을 맡고 있는 감독이기도 하다. 지도자 경력은 5년이지만 다른 팀으로 옮기지 않고 줄곧 OK저축은행 감독으로 있었으니 그런 타이틀도 주어지더라.”

 

지난 시즌 성적은 처참했다. 전년도 우승팀이 꼴찌로 내려앉은 충격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부상 선수들이 너무 많았다. 주전들 대부분이 부상으로 뛰지 못했고, 비주전 선수들을 데리고 시즌을 이끌어갔다. 지금에 와서 이런 얘기를 해 봤자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 같다.”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을 때 김 감독이 이런 얘길 했던 기억이 난다. 창단팀에서 3년 동안 2번 우승을 차지한 건 앞으로 팀 방향에 독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창단팀이 겪어야 하는 과정을 건너뛰고 우승을 차지하니까 선수들이 덜 애절했고, 덜 간절했다고 본다. 우승이 그리 어려운 게 아니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구단도 팬들도 우승을 당연시했다. 그게 두려웠다. 그런 시각들이. 내 눈에는 부상 선수들이 확연히 안 좋아지는 게 보였다. 나름 그에 대한 대비를 한다고 했는데 사람 몸 갖고 하는 일이라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 그 또한 나의 경험 부족에서 나오는 일일 것이다. 너무 앞만 보고 내달렸다. 지난 시즌을 치르며 성적이 안 좋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꼴찌로 확 망가질 줄은 몰랐다. 배구는 흐름에 예민해서 한 번 무너지면 쉽게 회복하지 못한다.”

(팀 주전인 송명근(무릎·레프트)과 강영준(팔꿈치·레프트), 박원빈(무릎·센터)은 2015~16시즌을 마치고 바로 수술대에 올랐다. 특히 특급 용병 시몬과 함께 팀 공격을 이끌었던 송명근의 부상은 뼈아팠다. 이전 시즌에 비해 가장 큰 변화는 2시즌 동안 OK저축은행의 우승에 앞장섰던 시몬 아티의 부재였다. 2시즌 동안 152개의 서브를 성공시키고, 공격 득점도 1500점을 돌파한 시몬 아티는 2016~17시즌을 대비해 남자부 외국인 선수 선발 방식이 기존 자유영입제에서 트라이아웃으로 바뀌면서 V리그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시몬 아티의 부재가 선수단 전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겠나.

 

“그래서 우리 팀 우승이 ‘시몬 빨’이었다는 비난도 받았다. 그런데 사실이다. 시몬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니까. 특히 우리 팀은 시몬이 센터도 맡았고 라이트 자리도 소화했기 때문에 그의 부재는 엄청난 전력 손실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시몬한테 많이 의지하고 기댔었다. 비슷한 또래들끼리 있다 보니 시몬을 형처럼 믿고 따랐다. 그 안에서 팀워크가 형성됐고, 그 팀워크에 익숙해져 있다가 중심이 사라지니까 선수들이 우왕좌왕했던 부분도 있다. 또 새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는 시몬처럼 선수들의 버팀목이 돼주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 입장에서도 우리 팀 선수들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서로 비교하고 신뢰감이 떨어졌고 분위기는 어수선해졌고. 이걸 어떻게 선수 탓으로 돌리겠나. 모든 게 내 잘못인 거지.”

 

OK저축은행의 구단주가 재일동포 3세인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이다. 최 회장은 2016년 8월 김 감독에게 4년간 계약 연장을 제시했고, 정확한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국내 프로배구 감독 중 최고 대우를 약속했다. 이런 대우가 기분 좋으면서도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으로 작용됐을 듯싶은데.

 

“난 회장님한테 할 말 하는 스타일이다. 지난 시즌에는 대놓고 포기하시라고 말씀드렸다. 회장님은 그런 도발적인 말투에도 웃으면서 성적에 부담 갖지 말고 주전보단 비주전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라고 말씀하시더라. 감독을 맡고 나서 단 한 번도 내게 성적에 대해 묻지 않으셨다. 구단도 마찬가지다. 모든 걸 내게 맡기고 믿고 간다. 나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내가 져야 한다. 선수단과 관련해선 모든 걸 나한테 맡겼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책임도 내 몫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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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란 자리가 외롭다고 느낄 것 같다.

 

“그 외로움도 숙명 아닌가. 솔직히 너무 정신없이 달려와서 외로울 틈도 없었다. 감독이라면 자신의 철학을 밀고 나가는 힘도 필요하다. 그 철학이 고집이 되면 문제가 되겠지만 내 철학을 주변과 타협하지 않고 주장하는 건 중요하다. 그래야 구단이나 선수들이 날 믿고 따라온다.”

 

선수들에게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린 젊은 선수들이 중심을 이룬 팀이다. 그들과 어울리려면 나부터 자세를 낮춰야 한다. 위아래의 구분보다는 자유롭게 의사를 주고받는 소통의 문화가 중요하다. 후배라고 선배를 어려워하고, 고참이 감독 눈치를 보는 문화를 지양한다. 처음 팀을 맡았을 때부터 이런 자유로운 문화를 선호했고, 지금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로 인해 감독으로서의 이미지가 좀 가볍다는 얘기도 듣는다.

 

“전혀 상관없다. 때로는 선수들이 나의 이런 자유로움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또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어떻게 완벽한 팀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겠나. 선수들은 감독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행동에 차이가 있다. 그걸 굳이 지적하지 않는다. 그 선수는 배구를 시작한 이래 날 만나기 전까지 그렇게 살아온 것이다. 그런 습관적인 행동은 하루아침에 변화되지 않는다. 대신 대화를 자주 하면서 자연스럽게 변화를 이끌어낸다. 다름을 인정하면 된다. 모든 선수들이 감독 성향에 맞출 수는 없는 것이다.”

(KB손해보험에서 최근 OK저축은행으로 트레이드된 김요한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팀에서 접한 문화적인 충격에 대해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감독님과 선수들이 정말 잘 어울렸다. 회식 자리에서의 감독님은 큰형 같았다. 선수들도 감독님을 어려워하지 않고 편하게 다가갔고. 아무리 술자리라고 해도 감독님 앞에선 말을 조심하는 편인데 이곳은 그런 문화가 아니었다. 서로에 대한 생각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고, 감독님도 그런 분위기를 즐기시더라. 나로선 이런 문화가 충격적일 정도였다. 항상 엄격한 규율과 규칙이 우선시되는 생활을 하다가 감독님, 코치님, 선후배가 격의 없이 어울리는 장면이 낯설면서도 신선했다. 흥미로운 건 그 자유로움 속에 절제가 배어 있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OK저축은행만의 팀 문화가 매력적이란 생각이 든다.”)

 

 

선수로 뛰었던 삼성화재 시절에는 밤마다 휴대폰을 코치들한테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 OK저축은행은 어떠한가.

 

“휴대폰은 선수들 개인 물품인데 구단이 그걸 강제로 걷을 권리는 없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그런 행동을 하나. 취침 시간을 정하긴 했어도 잠자는 것도 선수들이 결정한다. 밤새도록 컴퓨터 게임을 한다고 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단, 아침 훈련할 때 힘을 못 쓰거나 훈련을 버거워하면 그에 상응하는 제재를 가한다. 다음 날 단체로 새벽 훈련이 시작되는 것이다. 개인의 잘못으로 전체가 벌을 받기 때문에 한두 번 일탈을 벌이다 바로 정신을 차린다. 다른 선수들에게 미안해서라도 그런 행동을 못하는 거다.”

 

지금은 삼성화재 단장이지만 삼성화재 왕조를 이끌었던 신치용 전 감독과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는 것 같다.

 

“맞다. 신 감독님의 리더십은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난 반대로 하고 싶었다. 나하고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분은 그분대로의 철학이, 난 나대로의 철학을 밀고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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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되기 전 심리학 공부를 했다고 들었다. 지도자 공부를 미리 했던 건가.

 

“아니다. 그때는 감독이 되고자 심리학 공부를 하지 않았다. 배구 외엔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없더라. 은퇴 후 8년을 코트 밖에서 생활하면서 내가 어떤 걸 더 채워야 하는지 고민했다. 내가 회사에 들어간다고 해도 회계를 담당하거나 과학기술 분야를 맡을 수 없는 것 아닌가. 회사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마케팅이나 홍보, 사람 관리다. 배움이 짧은 사람은 전문 분야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말수가 줄어든다.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걸 경험한 후론 배움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사람을 상대하는 데 심리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인식했다. 그래서 심리학 박사랑 신경정신과 전문의랑 2년 가까이 붙어 지냈다. 때론 술도 마시고, 전문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사람 심리에 대해 제대로 공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입담이 좋아진 건가.

 

“하하, 이전에도 내가 ‘말빨’ 좋다는 얘긴 많이 들었는데. 단순히 입담이 좋은 게 아니라 내 철학을 표현해 내는 재주가 늘어난 게 맞다.”

 

지난 시즌 삼성화재에서 동고동락했던 최태웅 감독이 현대캐피탈을 리그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자존심이 상하진 않았나.

 

“현대는 공격적인 투자로 배구계를 이끄는 팀이다. 반면에 우린 우승을 했음에도 예산이 줄어들었다. 그 영향이 컸다.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당근이 부족했으니까.”

 

김호철, 신치용 감독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지금은 신진식(삼성화재), 김상우(우리카드), 최태웅(현대캐피탈), 권순찬(KB손해보험) 등 대부분 삼성화재 출신들이 V리그 팀을 이끌고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창단팀을 맡고 다음 시즌부터 2년 연속 우승을 이끄는 동안 김호철, 신치용 감독님이 감독직을 내려놓았다. 지도자의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난 한꺼번에 갑자기 세대교체가 된 부분이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생각한다. 때론 구관이 명관일 수 있다. 그분들이 경험을 통해 쌓은 지혜는 나처럼 경험이 부족한 지도자는 감히 따라갈 수가 없다. 선수들도 신구 조화가 필요하듯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프로배구가 젊은 지도자들의 경쟁 구도로만 몰아가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큰데 판이 벌어진 이상 때론 경쟁자로, 때론 동반자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였으면 좋겠다. 김상우, 최태웅, 신진식, 권순찬 감독을 자주 만난다. 오늘(14일)도 저녁에 만나 소주 한잔하기로 했다.”

 

농구도 그렇지만 배구도 스타플레이어의 부재가 심각하다. 김세진, 신진식, 김상우 등 프로배구계의 트로이카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그래서 언론은 감독들을 노출시키고 경쟁을 부각시키면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게 아닌가. 김요한, 문성민 이후로 스타플레이어라고 할 만한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크게 나아질 거란 생각도 하지 않는다. 배구, 농구보다는 축구, 야구를 하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들이 많은데 그 속에서 배구 자질이 있는 선수를 발굴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모두가 이런 부분에 대해 깊이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지난 시즌까지 아플 만큼 아팠다. 돌아오는 시즌에는 칼을 갈고 나올 것 같은데 어떤 예상을 갖고 있나.

 

“아직 잘 모르겠다. 분명 이전 시즌보다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선수들 몸 상태가 온전치 않기 때문에 훈련 과정이나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분명한 건 한 팀의 독주보다는 고른 성적을 내면서 시즌 내내 경쟁 관계를 이룰 것이란 사실이다. 감독, 선수들은 죽을 맛이겠지만 팬들은 볼 맛이 나지 않겠나. 팬들이 재미있게 배구를 본다면 죽을 맛도 충분히 감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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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진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감독이 된 이후에도 끊임없이 배구의 패러다임을 바꿔왔다. 오른손을 쓰다가 왼손으로 배구를 했고, 세터에서 공격수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아직까지 깨지지 않는 최연소 국가대표와 실업창단팀 연속 우승, 또 국가대표로 활약하면서 4년 연속 주장을 맡기도 했다. 배구계에 뿌리 깊이 자리한 신치용의 아성을 무너트린 제자이자 감독이다. 겉으론 허허실실이지만 굉장히 치밀한 준비와 계획을 세우고 시즌에 들어간다. 인터뷰 말미에 “배구가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 물었더니 “밥줄”이란 말로 정리한다. 심플한 마인드의 소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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