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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자연과 인생은 닮은꼴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21(Fri) 11:30:00 | 14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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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농사꾼 8년 차다. 여전히 어설프기만 한 시간제(?) 농부지만, 새삼 자연으로부터 얻게 되는 배움의 기쁨이 쏠쏠하다. 블루베리 농사일지를 찾아보니 2013년에는 6월22일 첫 출하를 하고 8월7일 마지막 배송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올해는 때 이른 폭염과 지독한 가뭄 덕인가, 6월9일 출하를 시작한 지 한 달쯤 지난 7월13일 배송을 끝냈다. 무려 2주일이나 빨리 수확을 시작한 것도 모자라 3주나 앞서 수확을 마감하고 보니 자연의 엄혹함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처음엔 수확 시기에 차등을 두기 위해 조생종부터 조중생·중생·중만생종을 거쳐 만생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종을 선택해 골고루 심었다. 하지만 산수유·개나리·진달래가 함께 꽃을 피우듯, 품종과 관계없이 조생종부터 만생종까지 거의 한꺼번에 익는 통에 제때 일손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매년 반복되곤 했다. 자연의 흐름을 거스른 인간이 마땅히 감내해야 할 몫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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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생종은 일찍 수확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값을 후하게 받는 이점이 있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장마를 피할 수 있어 인기가 있다고 한다. 대신 조생종은 열매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고, 풋내가 남아 있는 약점이 있다. 반면 만생종의 경우 대부분 열매가 크게 달리고 깊은 맛을 낸다는 장점이 있지만, 장마로 인한 비 피해를 감수해야 하고 폭염주의보가 자주 발효되는 날씨에 수확을 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과수(果樹)를 재배하노라니 과일이든 나무든 우리네 인생과 많이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묘목을 심던 당시엔 꼬리표를 보고서야 품종을 구분할 수 있었지만, 이제 성목(成木)이 되고 보니 품종별로 열매의 모양과 풍미의 다채로움은 물론이요, 잎사귀 모양도 가지각색에 가지 뻗어나가는 모습도 저마다의 개성을 자랑한다.

 

어쩌면 아이들 커가는 모습도 다르지 않을 터. 나무가 사람 발자국 소리를 듣고 크듯 우리 아이들도 부모의 사랑과 주변의 관심을 받으며 자랄 것이다. 튼실한 열매를 얻으려면 영양분도 충분히 공급해 주고 배수도 세심하게 신경 써주고 해충 및 세균도 퇴치해 줌은 물론, 가지치기와 꽃눈 따기를 적시에 해 줘야 함은 기본이다. 식물도 이토록 손이 많이 가거늘, 사람을 제대로 키우는 일엔 얼마나 많은 땀과 노력이 요구될 것인지는 굳이 말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일찍 열매를 맺는 조생종도 있고 천천히 익어가는 만생종도 있듯이 일찍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뒤늦게 뒷심을 발휘하는 대기만성형도 있을 게다. 블루베리 열매 중엔 볕 잘 드는 곳에서 보란 듯이 익어가는 열매도 있지만, 나뭇잎 아래 숨어 아무도 보지 못하는 사이에 크고 싱싱한 열매를 맺는 경우가 종종 눈에 뜨인다. ‘나 여기 있어요’를 외치며 무대의 중앙에서 스포트라이트 받기를 즐기는 외향형도 있지만, 수잔 케인의 《콰이어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처럼 홀로 조용히 내실을 기하는 내향형도 있듯이 말이다.

 

식물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농부의 마음이 문제이듯, 아이들 눈높이를 이해하고 존중해 주지 못하는 어른들의 조바심 또한 문제다. 천천히 익어가는 만생형 자녀라면 기다려주고 참아주는 것이 상책일 텐데, 획일적 잣대를 들이밀며 남보다 앞서 일찍 열매 맺길 기대한다면 낭패를 보기 십상일 것이다.

 

영어 단어 중 가장 복잡한 의미를 함유하고 있다는 ‘nature’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변화돼 왔다고 한다. 산업화 및 도시화 과정에서 개발 및 발전을 위해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자연의 본래 의미는 인간 혹은 사물의 본질을 지칭했다 한다. 자연 본래의 의미를 되찾는다면 우리의 삶 또한 조화와 상생의 지혜로 가득 찰 것이라 상상해 본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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