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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필드가 하남시에 던진 명과 암

[김지나의 문화로 도시읽기]

김지나 도시문화칼럼니스트(서울대 도시조경계획 연구실 연구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21(Fri) 18: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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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거대 복합쇼핑몰 ‘스타필드’가 경기도 하남시에 1호점 개점을 알렸다. 한 장소 내에서 여러 가지 문화를 함께 즐기는 일이 더 이상 놀라울 것도 없는 요즘이지만, 스타필드는 오픈과 동시에 엄청난 흥행몰이를 했다. 스타필드를 다녀온 지인들은 “이런 곳은 처음봤다”는 감상평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750여 개의 브랜드매장이 들어와 있고 쇼핑 동선이 시원시원해 쇼핑몰로서는 최고라고들 했다. 무엇보다 전후무후한 스포츠 체험 테마파크인 ‘스포츠몬스터’나 스파시설 ‘아쿠아필드’가 단연 화제였다. 그만큼 하남시라는 도시도 사람들 입에 부쩍 자주 오르내렸다. 그동안 하남시가 이렇게 대중적으로 홍보가 된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하남시를 찾은 필자는 스타필드 말고 또 어디를 가보면 좋을지 알아보려고, 먼저 하남시청으로 향했다. 관광지도를 달라는 질문에 안내직원은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문화체육과 사무실까지 올라간 끝에, 책상서랍 깊숙한 곳에 잠자고 있던 관광지도를 하나 얻을 수 있었다. 그만큼 하남시는 외지인이 관광을 위해 일부러 찾는 도시는 아니었다. 그랬던 사정이 스타필드 개점으로 180도 바뀐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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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필드가 만들어내고 있는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서울의 일개 위성도시에 불과한 하남시에 사람이 모이고 돈이 모이고 있다. 서울이나 다른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이 주말이면 스타필드를 한 번 와보려고 아우성이다. 일대 부동산 가격도 많이 올랐다는 모양이었다. 

 

반면, 주변의 전통적인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남시 원도심에 있는 신장전통시장의 상인들은 스타필드가 들어온 이후 장사가 더 안 된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하남시의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하남인 포럼’이라는 단체에서는 작년에 심포지엄을 개최해, 스타필드의 영향력을 되짚어보며 골목상권과의 상생을 고민하기도 했다.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숙명적으로 가지게 되는 지역상권 보호란 숙제로부터 스타필드 역시 피해갈 수 없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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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경제효과 창출 vs. 지역상권 침해

 

스타필드가 하남시에 미치는 영향은 이런 경제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 최초의 쇼핑 테마파크를 자처하는 스타필드는 축구장 70개를 합친 크기의 엄청난 규모다. 하지만 막상 스타필드 내에 있으면 이 공간의 거대함을 망각하게 된다. 그 안에 있는 또 다른 ‘넓은 공간’인 쇼핑몰, 영화관, 스파시설 따위를 이용하면서, 스타필드가 얼마나 광활한지는 잊어버리게 되고 만다. 스타필드 자체가 마치 하나의 독립된 세상 같다. 실제로 스타필드는 자동차도로와 하우스단지, 공사 중인 주택지로 둘러싸여, 꼭 섬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스타필드 덕분에 하남시에 사람들이 모이지만, 주변의 도시 풍경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되는 현상도 나타난 것이다. 

 

사실, 스타필드의 매장들은 다소 고가의 상품을 취급하고 내부 시설의 이용요금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스타필드가 골목상권의 손님들을 빼앗아 간다는 이야기가 선뜻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스타필드에 입점해 있는 대형 창고형매장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골목상권에 적지 않은 피해를 줄 것이라 예상이 되지만, 그래도 하남시의 신정전통시장은 스타필드와는 다른 매력이 있는 정겨운 곳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기업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격이나 편의시설 같은 게 아니라, 사람들을 기존 도시로부터 분리해내는 스타필드의 거대함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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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필드를 나와 주변을 살펴보던 필자는, 여기가 본래 ‘미사리 카페촌’이라고 불리던 거리였음을 깨달았다. 90년대 말, 이곳은 수십개의 라이브카페들이 즐비했던 대단한 명소였다. 지방에 사시는 필자의 부모님도 서울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 꼽으시기도 했다. 지금은 두어 개의 라이브카페만이 남아, 예전의 화려했던 시절을 묵묵히 회상하는 듯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독특한 경관의 파노라마를 펼치며 지나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던 거리의 문화 대신, 독보적인 하나의 거대한 테마파크가 들어선 모습은 어딘가 아쉬움을 느끼게 했다.

 

지금도 ‘미사리 카페촌’이라는 이름이 남아 있긴 하다. 다만 예전과 같은 라이브 카페촌이 아니라, 각종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먹자골목에 가깝다. 그 뒤로는 한강의 고즈넉한 풍경이 펼쳐지는데, 도시의 풍경과 농촌의 풍경이 묘하게 공존하고 있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한편으로는 하남종합운동장, 미사리 경정공원, 그리고 하남시가 자랑하는 ‘유니온파크’ 등, 시민들을 위한 여가체육시설이 풍부하게 조성돼 있다. 유니온파크는 지하에는 폐기물처리시설과 하수처리시설이 있고, 지상에 체육시설과 어린이 물놀이장, 그리고 전망타워를 만들어 놓은 재미있는 공간이다. ‘라이프 카페촌 미사리’가 사라진 건 서운하지만, ‘미사신도시’라는 새로운 이름이 무색하지 않은 건강한 주거환경을 갖게 된 하남시의 변신은 과연 무죄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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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리 카페촌’의 변신

 

스타필드는 이미 작년 12월 서울 코엑스몰에 2호점을 냈고, 다음 달 고양시에 3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하남시는 스타필드 효과로부터 벗어나 고유의 도시 비전을 만들어나가는 일에 충실해야 할 타이밍이다. 서울과 가까운 자연과 웰빙의 도시라는, 하남시 만의 매력에 집중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남시가 스타필드가 아닌 다른 화제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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