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타리(Atari), 24년만에 쇼크에서 깨어나다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7.2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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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리의 새 콘솔게임기 ‘아타리박스’ 공개

 

게임회사 일렉트로닉 아츠(EA)의 개국공신인 트립 호킨스는 1980년대 초반 게임 업계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게임 업계에 지독한 세월이었고 끔찍한 시간이었다”고. 1980년대 초반 ‘아타리(ATARI)’는 콘솔 게임업계에서 승승장구했다. 그때는 내놓는 게임마다 수백만장이 나가는, 뭘 해도 되는 때였다. 북미 게임 시장 자체가 호황기였다. 

 

‘퐁’이라는 게임이 있다. 게임의 역사에서 맨 먼저 거론되는 게임인데, 화면 안에 막대로 상대방에 공을 넘기는 탁구 같은 게임이다. 아타리는 1972년 이 게임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1977년 야심차게 내놓은 콘솔게임기가 ‘아타리 2600’이다. 여기에 투자해 엄청난 재미를 본 워너브라더스는 아타리를 인수했다. 아타리는 워너브라더스 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알짜배기 회사로 성장했다. 

 

아타리가 24년만에 내놓은 복귀작 Ataribox의 티저 사진.

 

게임산업의 비극 ‘아타리 쇼크’

 

하지만 희극은 곧 비극으로 바뀌었다. 1980년대 들어서면서 게임 시장은 더욱 성장했고 타임지는 “헐리우드를 능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워너브라더스는 아타리에 전문 경영진을 투입했다. 문제는 월가 등지에서 온 이들은 게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게임에 대한 이해가 떨어졌고 개발자에 대한 처우도 추락했다. 개발자들은 보통의 기업처럼 정시 출퇴근에 복장 규정을 적용받았다. 열악한 처우에 하나 둘 핵심 인력이 아타리를 떠났고, 다른 경쟁업체들이 콘솔게임기에 뛰어들자 아타리의 매출은 감소했다. 다급한 경영진들은 매출 전략을 바꿨다. 게임의 검증을 최소화해 되도록 많은 게임을 시장에 내놓는 방법을 썼다.

 

개발자도 부실하고, 검증 절차도 없으니 게임의 질은 점점 떨어졌다. 이들의 경영 전략에 가장 부합하는 게임은 ‘쉽게 만들고 빨리 출시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외부(서드파티)에서도 아타리용 게임을 수익 하나 노리고 덤벼 들다보니 저질 19금 게임도 아무렇지 않게 등장했다. 게임 타이틀 표지를 보고 기대에 차 구입했건만 부실한 그래픽, 어이없는 게임성, 각종 버그들에 실망한 사용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아타리를 포함해 게임 산업 전반은 이렇게 흘러갔고 사용자들의 불신은 극에 달했다. 그리고 여기에 종지부를 찍은 건 아타리가 내놓은 게임 ‘E.T’였다. 

 

1982년 스티븐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E.T’가 흥행에 성공하자 워너브라더스는 E.T의 판권을 사들인 뒤 크리스마스 5주 전에 개발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크리스마스 전에 게임을 출시하라.” 

 

아타리가 내놓은 게임 ‘E.T’는 1980년대 미국 게임산업을 붕괴시킨 방아쇠였다.

5주 만에 나온 게임은 당연히 처참했다. 제대로 알아보기 힘든 그래픽에 버그까지. E.T는 대규모 반품 사태를 겪었다. 약 5백만장을 찍었는데 대부분 반품되거나 재고로 남았다. 재고로 남은 게임들을 아타리가 덤핑으로 팔게 되면서 미국 게임산업은 본격적으로 붕괴됐다. 아타리 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덤핑에 뛰어들었고 전체가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게 ‘아타리 쇼크’라고 불리는 사건이다.(넷플리스 시청자라면 다큐멘터리 ‘아타리 쇼크’를 추천한다) 실제 아타리 쇼크 이전인 1982년 30억 달러를 넘던 북미 게임 시장 규모는 1985년 1억 달러로 감소했다.

 

34년 전 아타리 쇼크를 지금 또 다시 언급하는 건 아타리의 재등장 때문이다. 1개월 전 갑자기 ‘ataribox.com’사이트가 주목받았다. 새로 열린 이 사이트를 두고 진짜 아타리 사이트인지 논란이 있었고 아타리의 게임 산업 복귀 루머가 돌았다. 그리고 ‘ataribox.com’은 하나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아타리박스(Ataribox)’라고 이름 붙은 신형 콘솔 게임기의 티저 동영상이었다. 그리고 7월18일 새로운 게임기인 ‘Ataribox’의 첫 번째 사진이 공개되면서 아타리의 게임 산업 복귀는 공식화됐다. 1993년 아타리 재규어를 마지막으로 내놓은 뒤 24년만의 일이다. (당시 이 재규어는 ‘최악의 컨트롤러 TOP10’에서 1위를 차지했던 문제작이었다)

 

 

“아타리 신작 게임기는 크라우딩 펀딩 프로젝트”

 

공개된 사진에는 상자 모양의 게임기가 등장한다. 전체적인 느낌은 과거 ‘아타리 2600’의 느낌을 살렸다. 우드와 블랙&레드 2종류로 전면 패널은 나무 혹은 유리로 구성된다. 후면에는 HDMI와 USB 단자가 자리 잡았다. 다만 궁금한 점은 ‘자금’이다. 현대 콘솔게임기 개발에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콘솔 게임 사업에서 오랫동안 물러서 있던 아타리가 갑자기 게임기를 들고 나올 수 있는 배경은 아직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 다만 해외 게임 전문매체인 유로게이머는 “아타리박스가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아타리는 이에 대해 함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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