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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청와대 문건, 여름 정국 ‘블랙홀’

‘靑 문건 공개’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논란 법정다툼 비화

김현 뉴스1 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23(Sun) 18:07:56 | 14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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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청와대가 때아닌 ‘문건 수색작전’에 돌입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작성된 문건들이 7월3일 민정수석실에서 대량으로 발견되면서 청와대가 경내 사무실에 대한 대대적인 전수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특히 이들 문건에선 삼성 경영권 승계 및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국정농단 사태 관련 내용과 세월호특별조사위 무력화, 관제데모 지원 등 박근혜 정부 당시 추진했던 민감한 현안에 대한 내용들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져 정국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로 인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두 달간 조각을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벌여왔던 여야는 이른바 ‘문건 정국’으로 급속히 휘말려 들어갔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7월14일 춘추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민정수석실 내에 있는 캐비닛에서 이전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생산한 300여 종의 문건을 발견했다며 전격 공개했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출범 초기 민정수석실에 채용된 인력들이 그리 많지 않아 민정비서관실 공간만을 사용해 왔다. 그러다 인력이 점차 충원되면서 쓰지 않던 사정비서관실을 사용하기 위해 공간을 재배치하던 지난 3일 캐비닛 중 하나가 무거워 잘 들리지 않아 열어보니 이들 문건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청와대는 발견된 문건에 △수석·비서관 회의자료(2014년 6월11일〜2015년 6월24일) △장관 후보자 등 인사자료 △국민연금 의결권 등 각종 현안 검토자료 △지방선거 판세 전망 등 기타 자료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민연금 의결권 관련 조사’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자필 메모로 ‘삼성 경영권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모색’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등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해당 문건의 작성 시기를 가늠할 수 있는 수석·비서관 회의 자료 기간을 보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재임하던 시기와 상당히 겹치는 만큼 문건 작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이 커 향후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5월부터 2015년 1월까지 민정비서관을 지냈고, 2015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민정수석으로 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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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공간 재배치 과정서 문건 발견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에서 문건이 발견된 이후 총무비서관실과 민정수석실 주도로 경내 각 수석실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7월14일 오후 4시30분쯤 정무수석실에서도 행정요원 책상 하단에 있는 잠긴 캐비닛에서 1361건의 문건을 발견했다고 17일 밝혔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7월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존 정무수석실에서 근무하던 행정인턴이 5월10일쯤 그만뒀고, 다른 행정인턴이 해당 책상을 쓰고 있다가 자체조사 당시 발견한 것”이라고 전했다. 1361건 가운데 254건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실 기획비서관이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비서실장 지시 사항을 정책조정수석에게 보고하기 위해 정리한 것으로, 작성기간은 2015년 3월2일부터 2016년 11월1일까지다.

 

당시는 이병기 전 비서실장(2015년 2월~2016년 5월), 이원종 전 비서실장(2016년 5~10월)이 재직한 시기다. 당시 기획비서관(2015년 2월~2016년 1월)으로 근무했던 홍남기 현 국무조정실장은 현재 자신이 작성한 사실에 대해 인정하고 있는 상태다. 254건의 문건 중에는 삼성 및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 현안 관련 언론 활용 방안, 한·일 위안부 합의, 세월호 참사, 국정역사교과서 추진, 선거 등과 관련한 적법하지 않은 지시사항 등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7월20일에도 민정수석실과 정무수석실에 이어 현재 국가안보실과 국정상황실로 사용하고 있는 사무실에서 박근혜 정부가 작성한 다량의 문건을 발견했다. 안보실 발견 문건을 제외하고 국정상황실에서 발견된 문건은 2014년 3월~2016년 10월 작성한 것으로, 현재까지 504건의 문건이 분류됐다. 현 국정상황실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당시엔 정책조정수석실 산하 기획비서관실로 사용됐던 곳이란 게 청와대 설명이다. 이 역시 홍 실장의 재임기간과 겹쳐 청와대는 관련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엔 △보수논객 육성 프로그램 활성화 및 보수단체 재정 확충 지원 대책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 △카카오톡 샵(#) 검색기능의 좌편향적인 자동 연관검색어 논란 개선 △서울시와의 갈등 대응 방안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국가안보실에서 발견된 다량의 박근혜 정부 문건에 대해 대통령기록관 직원과 함께 분류 및 분석 작업을 한 후 정무수석실에서 발견된 나머지 문건과 함께 브리핑을 가질 계획이다.

 

 

靑 “적법하지 않은 지시사항 포함돼 있다”

 

그러나 청와대가 발견한 문건 내용을 일부 공개한 것을 놓고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7월19일 청와대의 문건 공개가 공무상 비밀누설 및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며 관련 브리핑을 진행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과 특검에 해당 자료를 넘겨준 성명 불상의 청와대 직원들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캐비닛 문건이 대통령지정기록물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전임 청와대 관계자에게 문의하거나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와 사전 협의를 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개한 것은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7월14일 공개한 자필 메모 등은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지 않으며, 20일 504건을 공개한 데 대해서도 “(공개한 문건은) 대통령 지정기록물이나 비밀문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관이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생산한 기록물을 의미하며 지정기록물과 일반기록물로 분류된다. 특히 지정기록물은 특별히 보호가 필요한 기록물에 한해 보호기간을 정하고 대통령 임기가 종료되기 전에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한 기록물이어야 하는데, “이번에 공개된 문건은 지정기록물이 아니다”는 게 청와대 논리다.

 

청와대와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이번 문건 공개에 대한 정치적 의도를 두고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야당은 청와대가 이번 ‘문건 정국’으로 인사청문 정국으로 수세에 몰렸던 데서 벗어나 일자리 추경 및 정부조직개편안 처리를 위한 주도권을 잡는 동시에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재판 개입 의도 등을 갖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국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청와대의 이번 조치는 여러 가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건을 발견한 저희도 사실은 대체 왜 이런 문건들이 여기 있는지도 난감하고 어이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저희는 문건이 있는 대로 발견해서 발견했다고 말하는데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현재 있는 청와대 직원들도 굉장히 의아해하고 어이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에서도 이번 문건 공개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지만,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발견된 문건은 있는 그대로 정치적 고려 없이 발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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