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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옥살이’로 잃어버린 수십 년

약촌오거리사건∙삼례3인조 등 무죄…무고하게 사형돼도 보상금은 3000만원 그쳐

조유빈 기자 ㅣ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7.07.25(Tue)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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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8월 전북 익산시에서 발생한 이른바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렸다가 16년 만에 누명을 벗은 최아무개씨가 8억4000여만원의 형사보상금을 받게 됐다. 2000년 당시 16세였던 최씨는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택시 운전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10년 출소했다. 

 

그러나 최씨는 사건의 최초 목격자였다. 경찰의 강압에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한 것이다. 경찰은 최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택시 앞을 지나가다 시비가 붙었고, 오토바이 공구함에 있던 흉기로 운전기사를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최씨의 옷에서 혈흔조차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는 범인으로 전락해 10년의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 

 

심지어 수감 생활 도중 진범 김아무개씨가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가 진술을 번복하면서 무혐의 처분을 받는 일도 있었다. 최씨는 출소 이후인 2013년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2016년 11월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진범 김씨는 최씨의 재심 재판이 끝나고 나서야 검찰에 구속돼 지난 5월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재심’의 모티브가 돼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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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보상금은 무고하게 형사 처분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보상금을 지급하게 만든 제도다.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죄 판결이 확정된 해의 최저임금을 적용해 구금일수만큼 보상금을 지급한다. 보상의 한도는 최저임금액의 5배다. 그러나 사형을 받았을 경우에는 3000만원 이내에서만 보상하게 규정하고 있다. 

 

눈에 띄는 사실은 국가가 무죄를 받은 사람들에게 지급하는 형사보상금의 규모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1년 221억원(1만4252건)이었던 형사보상금의 액수는 2014년 851억원(3만38건)으로 폭증했다. 2016년에는 317억6900만원으로 지급 액수는 줄어들었지만 10년 전인 2006년(21억원)의 15배에 이르고 있다. 최근 5년간 형사보상금 지급액은 총 3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를 다시 말하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하는 사법 피해자들이 여전히 많다는 얘기가 된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법원은 최근 10년간 형사보상을 청구한 10명 중 8~9명이 보상을 받을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형사보상금 청구 권리에 대한 재판부의 고지 의무가 없어 법원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하더라도 형사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권리 자체를 모르고 지나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또한 보상금이 지급되기까지 걸리는 기한을 명시한 법률 규정이 없어 보상을 받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릴 수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기춘이 수사 기획한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 

 

실제로 긴 시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한 뒤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들이 그 동안 적지 않았다. 불법 수사나 수사 과정 중 가혹행위로 인해 거짓자백을 한 뒤 복역한 사건들이 대부분이다. 2016년에는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 받고 13년간 복역한 강종헌씨가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은 뒤 10억대의 형사보상금을 받았다. 

 

강씨는 일본에서 서울대학교로 유학을 왔다가 1975년 보안사 수사관에게 체포돼 조사를 받고 간첩 혐의로 기소돼 사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학원 침투 북괴 간첩단 사건’으로도 알려진 이 사건의 수사 기획자는 중앙정보부 대공 수사국장이었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한국말이 서툰 재일동포 유학생들이 당시 간첩 조작 사건의 범인이 됐다. 이후 강씨는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13년 복역한 뒤 일본으로 돌아갔다. 

 

강씨는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재심 권고 판정을 받아 2010년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2015년 8월 무죄가 확정됐다. 피고인의 자백 진술이 불법 수사에 의한 것이고, 법정 자백 역시 수사과정의 가혹행위나 불법 구금을 고려했을 때 증거능력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강씨는 사건 수사에 대해 “​절대 그런 일 없다고 이야기해도 통하지 않았다. 부인하면 더 맞고 고문당했다.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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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3인조’ 무죄로 받은 형사보상금 피해자 등에 기부

 

전북 삼례에서 일어난 ‘나라슈퍼 강도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던 ‘삼례 3인조’도 있었다. 이들은 1999년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 침입해 유모 할머니의 입을 테이프로 막아 숨지게 한 혐의로 각각 3~6년의 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후 인근에 살고 있는 최아무개씨 등 3명을 용의자로 체포했다. 이 중 2명은 지적장애가 있었다. 당시 경찰은 이들이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밝혔다. 재판을 받고 있던 당시 이들이 진범이 아니라는 신고와 ‘부산 출신 3명이 진범’이라는 신고가 들어왔지만 더 이상의 재수사는 없었다. 부산지검이 진범으로 추정되는 3명을 체포해 사건을 전주지검으로 이첩했지만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 결국 ‘삼례 3인조’로 불렸던 이들이 옥살이를 하게 됐고, 출소 이후에는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이들은 2015년 “경찰의 강압수사 때문에 허위자백을 했다”며 전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2016년 1월에는 진범으로 지목된 ‘부산 3인조’ 중 한명이 자신이 진범이라는 양심선언을 했고, 피해자의 유족들도 최씨 등은 범인이 아니라며 진실을 밝혀줄 것을 촉구했다. 결국 법원은 최씨 등 ‘삼례 3인조’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진범인 ‘부산 3인조’는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을 받지 않게 됐다. 지난 6월 억울한 옥살이로 인해 11억4000만원의 형사보상금을 받은 이들은 이 가운데 10%인 1억4000만원을 공익단체와 피해자 유족에게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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