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식약처의 수상한 ‘인공 유방’ 승인
  • 노진섭 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7.07.25 16:55
  • 호수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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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 확보 못한 제품이 명품으로 둔갑한 배경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가슴 성형보형물(인공 유방)이 ‘명품’으로 둔감해 비싼 가격에 수술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 보건 당국은 지난해 이 제품을 승인해 줬다. 보건 당국과 업체 사이에 모종의 유착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모티바(motiva)사가 2010년부터 코스타리카에 공장을 두고 생산한 인공 유방이 국내로 수입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6년 6월 ‘모티바 인공 유방’의 국내 사용을 승인했다. 성형외과 의사들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제품에 당황했다.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모티바 인공 유방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지 못해 미국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제품이다. 의학저널이나 의학 교과서 등 어디에도 그 제품의 안전성을 확인할 근거가 없었다”며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인공 유방이 국내에서는 식약처 승인을 받았고 일부 병원을 통해 사람 몸에 이식되고 있다. 인공 유방은 평생 사용하는 이식형 의료기기인데, 장기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질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모티바의 가슴 성형보형물(왼쪽) © 사진=연합뉴스

 

국민에게 공개 못하는 식약처 승인 내용

 

까다롭기로 유명한 FDA의 승인은 안전성을 담보하는 보증수표와 같다. 따라서 식약처는 의료품 사용을 검토할 때 FDA 승인을 확인한다. 물론 FDA 승인이 식약처 승인의 절대조건은 아니지만, 안전성을 증명할 만큼 임상시험 연구 결과가 충분해야 국내에서 특정 의료품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모티바 인공 유방은 FDA 승인과 임상시험 연구 결과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한 제품이라는 게 현역 의사들의 주장이다. 모티바 인공 유방 수입업체인 모티바코리아 관계자는 “식약처 승인을 받을 때 FDA 승인은 절대조건이 아니라 참고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과거부터 식약처가 FDA의 전례를 따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말의 설득력은 떨어진다. 생리 식염수 인공 유방만 있던 시절 실리콘 제품은 촉감이 뛰어나고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아 소비자 사이에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각종 부작용이 발생했고 실리콘이 외피 밖으로 흘러나와 특정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왔다. FDA는 1993년 미용 목적의 실리콘 보형물 사용을 금지했다. 즉시 식약처도 사용을 금지했다. 2006년 FDA가 실리콘 보형물의 사용을 허가하자 식약처도 2007년 이를 허가했다.

 

그런 식약처가 지난해 FDA 승인이 없는 모티바 인공 유방을 허가한 근거는 무엇일까? 식약처 의료기기관리과 담당자는 “모티바 보형물에 대한 승인 근거를 찾아서 알려주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일주일 후 다시 문의하자 “대변인실을 통해 자료를 보내겠다”고 했다. 며칠 후 대변인실에 연락해 보니 “언론에 공개할 어떤 자료도 의료기기관리과에서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후 식약처는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교묘한 표현으로 소비자 현혹

 

FDA 승인이 없다는 점은 모티바의 핸디캡이다. 그러다 보니 모티바코리아가 교묘한 방법으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홈페이지에 ‘FDA 승인을 받은 실리콘 업체의 원자재로 제작한다’며 인공 유방을 소개한다. FDA 승인을 받은 원료로 만든 인공 유방이므로 안전하다는 논리다. 소비자는 마치 모티바 인공 유방이 FDA 승인을 받은 제품으로 오인할 수 있다. 이 제품을 사용하는 일부 성형외과는 아예 ‘미국 FDA와 유럽 인증을 받은 모티바’라고 소개한다. 한 성형외과 원장은 “근거 없는 허위 광고는 의료법 위반이다. 가슴 성형보형물은 물렁물렁한 젤과 이를 둘러싼 피막으로 구성된다. 모티바는 FDA 승인을 받은 다른 회사의 젤을 납품받아 피막을 씌워 파는 회사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또 부작용이 ‘0%’ 또는 ‘1% 미만’이라고 홍보한다. 모티바코리아는 지난해 8월 ‘부작용률 1% 미만’이라는 홍보 글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의료기관이 아닌 업체의 이런 광고는 의료법 위반이다. 모티바 인공 유방을 사용하는 일부 병원 홈페이지에도 ‘부작용 0%’라고 표기돼 있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부작용이 1% 미만이라는 근거는 업체의 자체 실험 결과임이 드러났다. 객관적인 연구 논문이 없는 의료 광고는 의료법 위반이다. 상황이 이토록 엄중하지만,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녹취 파일에는 식약처가 오히려 업체를 두둔하는 발언이 담겨 있다.

 

 

의사: 환자가 모티바 인공 유방에 대해 물으면, 식약처에서 ‘1% 미만 부작용’을 인정받은 제품이라고 대답해도 되나? 실제 부작용이 10% 정도 나오면 식약처가 책임질 것인가?  

식약처 담당자: 그렇게 허가가 날 리가 없다. 이 수입업체가 신생업체인데 파격적이어서 그런지….

의사: 의료법에는 광고를 의료인만 할 수 있다. 

식약처 담당자: 애매하다. 지켜보겠다. 


모티바 인공 유방은 몇몇 병원에서만 취급한다. 모티바코리아는 지난해 8월 홈페이지에 ‘성형외과 전문의 또는 가슴성형에 풍부한 수술 경험이 있는 의료진’이라며 공식 지정병원 12곳을 게재했다. 현재는 약 40곳으로 늘었다. 이들 병원에서만 모티바 인공 유방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당시 ‘공식 지정병원 광고가 괜찮다’는 식의 말을 했다. 그런 식약처가 그해 12월 갑자기 모티바코리아의 공식 지정병원 광고가 의료기기법 위반이라며 판매 정지 15일 행정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모티바코리아는 ‘공식 지정병원’이라는 표현 대신 ‘취급 가능병원’으로 표현만 바꿨다.

 

모티바 인공 유방을 사용하는 병원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모티바코리아 관계자는 “제품 브랜드를 관리하는 마케팅 차원”이라고 설명했다가 “그것은 영업부 소관이어서 잘 모르겠다”며 말을 바꿨다. 업체 영업사원은 “지정병원은 선주문을 받고 제품을 공급하는 병원을 말한다. 물량이 부족해서 다른 병원엔 제품을 공급 못한다”고 답했다.

 

한마디로 소비자에게는 ‘희귀한 명품’이라는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의료인에게는 물량이 부족해서 모든 병원에 공급하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식약처가 업체의 독점 공급을 뒤에서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만한 녹취 내용이 있다.

 

 

의사: 모티바 제품을 수입하는 결정 당시에 몇몇 의사가 돈을 투자해서 돈을 벌자는 얘기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모티바코리아는 다른 병원에는 주지 않고 돈을 투자한 병원에만 제품을 공급한다. 

식약처 담당자: 다른 병원에는 (제품을)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

의사: (2017년) 1월 현재 공식 지정병원이라는 표현은 취급 가능병원이라는 말로 바뀌었다.  

식약처 담당자: 그건 허용해 줬다. 자기들 교육제도를 이수한 의사들에게만 납품한다고 하더라. 다른 병원에 납품되면 문제가 된다. 

의사: (제품을) 공급받는 병원을 게재하는 것은 식약처가 허가한 것이므로 (제품이) 다른 병원이 들어가면 문제인가? 

식약처: 그렇다. 20개 병원이 공급받은 병원이고 다른 병원이 모티바 제품을 사용하면 문제다. 

 

모티바 인공 유방을 수입하는 업체(모티바코리아), 그 인공 유방을 사용하는 일부 지정병원, 그리고 식약처는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업계에 따르면, 휴먼웰니스라는 컴퓨터 부품 업체가 인공 유방 수입을 위해 무역상 모티바코리아를 만들었다. 이 업체는 서울 강남 등지의 성형외과를 돌며 투자를 제의했다. 모티바코리아는 몇몇 성형외과가 투자한 돈으로 모티바 인공 유방을 수입했다. 한 성형외과 원장은 “통상적으로 수입상이 수입한 의료기기를 병원에 보여주고 병원이 선택하는 게 정석이다. 그런데 모티바 인공 유방은 거꾸로 돈을 먼저 모아 제품을 수입해서 그들 병원에만 납품된다. 결국 일부 병원과 수입상이 작정하고 검증도 안 된 인공 유방을 들여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모티바코리아에 투자한 한 성형외과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모티바의 한국 도입을 위해 2014년부터 본사(미국 모티바) 방문과 의료진들과의 회의를 진행했으며 2016년 성공적인 한국 출시를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명품 이미지 앞세워 가격 카르텔까지 형성

 

모티바코리아와 거래하는 병원은 약 40곳으로 늘었다. 이들 병원은 모티바 인공 유방을 명품인 양 광고하면서 기존 제품의 2배가 넘는 ‘가격 카르텔’을 형성했다. 기존 인공 유방이 500만원이라면 모티바 제품은 1000만원이 넘는다. 모티바 인공 유방의 납품가는 약 200만원으로 알려졌다. 모티바코리아 관계자는 “외피 재질 등에서 기술력의 차이가 있다. 그러다 보니 수입가격이 다른 제품보다 비싸다”고 해명했다. 식약처도 가격 카르텔을 알고 있다.

 

 

의사: 지정 병원이 가격 카르텔을 형성했다. 기존 유방 성형 수술비가 500만원인데, 처음에는 1000만원 받다가 지금은 700만~800만원으로 떨어졌다. 모티바의 마케팅 본질은 가격 카르텔이라는 것을 모든 의사가 알고 있다. 

식약처 담당자: 가격을 우리가 얘기할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PIP 사건을 상기시켰다. 프랑스의 실리콘젤 인공 유방 제조업체인 PIP는 65개국에 수출하면서 세계 3위의 시장점유율을 갖춘 업체였다. 그러나 제작단가를 낮추려고 가격이 의료용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 공업용 실리콘 젤을 사용했다. 2012년 이 제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그 인공 유방을 이식받은 여성은 30만 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수십 명이 유방암에 걸렸고 이를 이식받은 수십만 명은 불안에 떨었으며, 수만 명은 제거 수술을 받았다. 피해자 5600명이 이 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냈고 결국 사장은 징역 4년 선고를 받아 복역했다. 이 업체는 2000년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FDA 승인을 신청했으나, FDA는 실사한 후 인공 유방이 불량이라며 승인을 거절한 바 있다.

 

한 성형외과 원장은 “식약처는 비리의 온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시술한 의사의 아내가 만든 리프팅 실에 대해 식약처는 다른 업체보다 절반이나 빠른 26일 만에 승인을 내줬다”며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모티바 인공 유방에 대해 식약처가 왜 그렇게 신속하게 승인을 내줬는지 모르겠다. 업체의 로비가 없고서는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없다고 많은 의료인이 의혹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의료기기 부작용은 1296건이다. 이 가운데 실리콘젤 인공 유방이 657건으로, 전체의 50%가 넘는다. 콘택트렌즈, 필러, 틀니 등의 부작용을 다 합한 것보다 많다. 6월 현재 식약처 승인을 받은 실리콘젤 인공 유방은 8개 업체의 12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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