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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은 있는데, 최고임금은 왜 없을까(下)

[이민우 기자의 If] 프랑스도, 미국도…최저임금 연동제 논의 필요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7.07.27(Thu)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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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됐습니다. 시간당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역대 최대 인상폭을 기록했습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목표치에 한 걸음 다가섰습니다. 하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생과 자영업자들은 소위 ‘을과 을의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에겐 동네 상권까지 침범하는 대기업들, 불합리한 계약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가맹사업본부의 문제는 너무나 먼 이야기입니다. 재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부 언론에선 기본급을 적게 책정하고 성과급을 많이 주는 대기업의 특수한 사례를 들어 반대 여론을 부추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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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연봉을 제한하라” 각국의 움직임

 

최저임금만큼이나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 최고임금제입니다. 세계적으로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금을 제한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3년 스위스에선 대형 제약회사인 노바티스의 다니엘 바젤라 회장이 7800만 달러(약 800억원)나 되는 고액의 퇴직금을 챙겨갔습니다. 이 문제가 논란으로 번지면서 CEO의 임금을 해당 기업 노동자 평균 임금의 12배로 제한하자는 법안이 발의돼 국민투표까지 부쳐졌습니다. 비록 이 법안은 투표자의 65.3%가 반대해 통과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CEO의 기본급 및 상여금 지급 계획을 주주들이 제한하는 법안은 67.9%의 찬성으로 통과됐습니다. 12배로 제한하는 것은 심하지만 임금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동의를 확인한 셈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공기업을 중심으로 CEO 임금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2012년 6월 공기업 CEO의 모든 임금을 해당 기업 최저 임금의 20배 이하로 제한하는 규정을 발표했습니다. 정부 보유지분이 많은 공기업과 주요 자회사들 11곳이 대상이었습니다. 중국도 2009년부터 금융공기업 및 국유기업의 CEO 연봉을 280만 위안(약 5억6000만원)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아일랜드는 공공 금융기관 CEO의 임금을 50만 유로(약 7억2000만원)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시장 경제의 상징국가로 여겨지는 미국도 기업 임원 보수를 일부 제한하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는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2008년 긴급경제안정법, 2009년 미국 경제회복 및 재투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임원보수규제 조항을 마련했습니다. 구제금융 지원 대상 기업 임원의 성과급과 퇴직금 지급을 제한하는 내용입니다. 또 소득세 공제조항 적용을 하향 조정하고 보너스나 스톡옵션에 주어지던 예외 조항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도 포함됐습니다.

 

 

“CEO, 많이 받으려면 직원 연봉도 올려야”…임금 연동제 

 

그렇다면 어떻게 임금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을까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공기업부터 적용하는 단계적 방식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이미 공기업 CEO 연봉 논란이 수차례 불거져 상당부분 억제됐습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확인한 결과, 공공기관 CEO 평균 연봉은 2억118만원으로 나타났습니다. 공기업과 공공기관 CEO 가운데 KAIST 총장이 가장 많은 연봉(4억108만원)을 받았습니다.

 

그 다음이 민간의 CEO 연봉을 낮추도록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이 또한 상당부분 진행된 상황입니다. 고액 연봉을 받는 임원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각 기업은 지난 2013년 통과된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5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등기임원의 개별 연봉과 산정 방법을 공개해야 합니다. 하지만 비등기 임원은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한 오너들이 줄줄이 비등기 임원으로 전환했습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강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CEO나 임원의 연봉을 해당 기업의 평균 임금이나 최저 임금과 연동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일반직원 평균급여의 30배 이내’ 혹은 ‘일반직원 최저급여의 100배 이내’ 등으로 규정하면 됩니다. 이렇게 되면 CEO 연봉 인상을 억제하는 동시에 일반 직원의 임금을 인상하는 효과도 가져오게 됩니다. 30배인지, 100배인지는 임의로 매긴 수치입니다. 앞으로 사회적 논의를 통해 그 범위를 구체화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저 정도를 적용하면 약 5~10개 기업 CEO만 해당되니 극히 일부만 적용되는 수준입니다. 수십억~수백억원의 연봉을 받아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가져오는 일부 극소수 사례만 제한하는 셈입니다. 도입 이후 국민적 공감대에 따라 배율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최고임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이후 독자 몇몇 분이 의견을 주셨습니다. 최고임금을 제한하는 것은 ‘공산주의 아니냐’는 것입니다. 비슷한 논리대로라면 시장의 원리에 반하는 경제민주화, 공정거래 등도 모두 공산주의 요소를 내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냐, 공산주의냐 이분법을 넘어 어떤 제도가 국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느냐의 문제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모든 제도는 결국 사회 구성원들의 선택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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