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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땐 ‘딴짓’ 안 하고 쉴 땐 ‘푸욱~’ 쉬는 스웨덴

‘법정 공휴일+징검다리 연휴+유급 무자료 병가+ 연차 휴가’ 집중 활용

이석원 스웨덴 통신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29(Sat) 19:00:00 | 14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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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한 중소기업에 8년째 근무하고 있는 34살 구스타브 구스타브손은 여름휴가를 맞아 아내와 두 딸과 함께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을 여행 중이다. 막내아들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스페인 말라가에 갔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는 동행하지 않았다.

 

구스타브손은 7월4일 한국에 들어가 7월14일까지 서울을 비롯해 경남 통영과 남해를 거쳐 전남 순천과 여수를 들른 후 서울로 다시 왔다가 중국 베이징으로 넘어갔다. 그와 그의 가족은 열흘 동안 베이징과 다롄을 들른 후 백두산까지 올라갈 계획이다. 그런 후 베이징으로 돌아와 일본으로 간다. 7월25일 도쿄에 도착해 그곳에 있는 친구 집에서 닷새 정도 머문 후 다시 삿포로에서 닷새를 더 머문다. 그런 다음 도쿄에서 비행기를 타고 8월4일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돌아올 계획이다. 주말을 마저 쉰 후 8월7일 회사 업무에 복귀한다.

 

7월3일부터 8월4일까지, 구스타브손의 여름휴가 기간은 총 5주다. 날짜로는 25일, 주말까지 합쳐 무려 37일간 그는 휴가를 보내는 것이다. 구스타브손은 이번 겨울에 2~3주간 가족 모두와 함께 부모님이 사는 스페인으로 겨울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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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허가제’가 아닌 ‘휴가 신청제’

 

한국의 법정 공휴일은 스웨덴의 법정 공휴일보다 더 길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합쳐 ‘빨간날’이 스웨덴보다 더 많다. 2017년의 경우 스웨덴의 ‘빨간날’이 113일인 데 비해 한국은 117일이다. 4일이나 더 많다.

 

그런데 스웨덴은 휴일의 ‘질’이 사뭇 다르다. 법으로 정해진 공휴일 말고도 보장된 또 다른 휴일들이 숨어 있고, 휴가의 집중 활용도가 스웨덴 휴일의 내용을 풍성하게 한다. 가장 일반적이고 대표적인 것이 ‘징검다리 연휴’와 ‘유급 무자료 병가’, 그리고 법정 연차 휴가의 활용이다.

 

스웨덴에선 징검다리 연휴를 쉬지 않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지난겨울 스웨덴 굴지의 기업 볼보에 입사한 한국인 이아무개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화요일인 6월6일이 스웨덴 국경절 공휴일이라 월요일인 6월5일이 징검다리였다. 하지만 이씨는 출근하기로 했다. 그런데 자신의 상관인 매니저가 “넌 왜 5일에 쉬지 않는 거냐”고 물었단다. 그날은 휴일이 아니니 근무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이씨에게 매니저는 그날 회사에 아무도 없을 테니, 급한 일이 없으면 휴가를 내고 연휴를 즐기라는 것이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처지에 회사에 좋은 인상을 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그는 결국 휴가를 신청하지 않고 근무를 했다. 물론 그날 회사에는 필수 경비 인력 외 극소수를 제외하곤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수요일에 다시 출근했을 때 직장 동료들은 그를 마치 ‘이상한 놈’ 쳐다보듯 했다.

 

대부분의 스웨덴 회사들은 몸이 아플 경우 병원 진단서 등 입증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도 최장 일주일까지 쉴 수 있다. 물론 전화 한 통은 해야 한다. 감기에 걸려서 회사에 출근한다는 것은 오히려 회사 분위기를 망치거나, 타인에게 피해가 되는 행동으로 간주된다. 몸이 아파 쉴 경우 7일까지의 급여는 회사가 들어놓은 사회보험에서 지급된다. 그러니 회사 입장에서는 사실상 무급 휴가나 마찬가지인 셈이고, 노동자 입장에선 유급 병가를 번잡한 절차나 증빙 없이 쉴 수 있는 것이다.

 

스웨덴의 휴일이나 휴가의 질을 높이는 가장 큰 요인은 연차 휴가의 집중 활용이다. 스웨덴은 법정 연차 휴가가 35일이다. 한국이 근로기준법상 15일에서 시작해 최고 25일까지, 2년에 하루씩 늘어나는 것에 비해 최고 20일 더 길다. 그런데 단순히 날짜 수의 문제가 아니다. 스웨덴에선 직장 내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35일의 휴가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휴가를 신청할 때도 부서 책임자의 허락을 받지 않는다. 인사 담당 부서로 신청서만 보내면 된다. 즉 ‘휴가 허가제’가 아닌 ‘휴가 신청제’인 것이다.

 

그렇다 보니 법에 보장된 35일의 휴가를 어떤 식으로 사용할지는 순전히 본인의 의사에 달렸다. 앞서 언급한 구스타브 구스타브손은 25일의 연차 휴가를 여름에 집중했다. 그리고 7일에서 10일 정도의 휴가를 겨울에 다시 집중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7월과 8월이면 스웨덴의 거의 모든 도시들에서 스웨덴 사람들이 자취를 감추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웨덴은 자영업 비율이 9%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경제활동 인구의 대부분이 직장인인 걸 감안하면 당연한 일이다.

 

 

‘잘’ 쉬기 위해 일하는 스웨덴 사람들

 

이런 휴일과 휴가의 내용과 질은 일의 집중력과도 상관관계를 갖는다. 충분한 휴가가 보장돼 있다는 것은 자칫 스웨덴 직장인들이 나태하거나 지나치게 여유롭다는 오해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스웨덴의 직장인들은 일하는 동안은 조금도 ‘딴짓’을 하지 않는 게 보편적이다.

 

보통 아침 8시쯤 출근해 업무를 시작하면 점심시간까지 화장실을 간다거나 담배를 피우는 일도 없다. 점심시간에 밖에 나가 동료들과 오순도순 식사를 같이 하며 환담을 나눈다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대개 도시락을 싸오거나 10분 정도의 시간 동안 구내식당 등에서 중식을 하고는 다시 업무에 집중한다. 어쩌면 점심시간이 없다고 하는 게 맞을 수도 있다. 그렇게 다시 일에 집중한 이들은 오후 3시면 퇴근한다.

 

이들이 일하는 동안 쉬지도 않고 일에 집중하는 것은 다시 말해 일찍 퇴근해 집에서 쉬기 위함이고, 징검다리 연휴를 만끽하기 위함이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한 달 이상의 휴가를 쓰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즉,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잘 놀고 잘 쉬기’ 위해 일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생산성도 올라가고, 스스로의 업무 성취도도 높게 나온다.

 

2014년 통계를 보면, 스웨덴은 6.6%인 노르웨이와 8.3%인 덴마크에 이어 OECD 국가 중 자영업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다. 자영업 비율이 낮다는 것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최상의 휴일과 휴가 시스템도 큰 이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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