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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로에서] 방산비리 척결이 어려운 까닭은

박영철 편집국장 ㅣ everwin@sisajournal.com | 승인 2017.07.28(Fri) 08:00:00 | 14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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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겨냥한 검찰수사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7월14일 원가 조작을 통해 제품 가격을 부풀려 부당한 이익을 취한 혐의(사기)와 관련, KAI 사천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했습니다. 

 

7월18일에는 일감몰아주기와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천 소재 4개 업체와 경기도 성남 소재 1개 업체 등 모두 5개 협력업체를 압수수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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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방산비리의 장본인은 물론 하성용 전 사장입니다. 그러나 하 전 사장의 배후에 정권 차원의 비호가 있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법한 사실입니다. KAI의 방산비리에 대한 언론의 의혹 제기가 잇따랐지만 박근혜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정권이 바뀌니 전 정권의 일이지만 정권 차원의 비리에 드디어 메스가 가해지는군요. 아직 수사 초기지만 KAI 수사가 본격 진행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권 교체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됩니다.

 

방산비리 척결은 문재인 정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방산비리는 전혀 척결되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제가 생각하는 이유는 근인(近因)과 원인(遠因)이 있습니다.

 

전자는 방산비리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부실수사가 많았고 혐의가 인정돼도 법원이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외국 같으면 사형 내지 무기징역에 처해 마땅한 케이스가 한국에서는 무죄도 되고 유죄 선고를 받아도 고작 몇 년입니다. 이 정도면 천문학적인 떡고물이 떨어지는 방산비리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후자는 한국인의 의식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방을 별것 아닌 걸로 여기는 몹쓸 전통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어 방산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 역사를 살펴보면 삼국시대까지만 해도 국방을 중시했습니다. 삼국이 합종연횡하면서 피 튀기는 전쟁을 일삼았기 때문에 국방을 소홀히 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고려시대는 문관이 무관을 지배하는 식으로 문약에 빠진 적도 있었으나 그래도 조선시대에 비하면 무(武)를 중시했습니다.

 

문제는 조선입니다. 성리학을 국교로 채택한 조선은 초기에는 잠깐 그래도 문무의 균형이 좀 있었으나 대부분 문(文) 일변도로 국가를 경영했습니다. 그 부작용이 가장 심하게 나타난 대표적 사례가 임진왜란입니다.

 

임진왜란 후에도 국방에 무관심한 한국인의 ‘변형DNA’는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망한 명나라를 은인으로 받드는 사대주의와 공리공론만 심화됐습니다. 그 결과, 조선은 형식상 1910년에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조선통감부가 설치된 1905년에 이미 나라가 망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조선 멸망으로부터 100여 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고 국제적 위상도 올라갔지만 한국인의 국방DNA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자주국방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도 그렇고, 평화를 입으로 확보하려고 하는 어리석음은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남한을 둘러싼 안보환경은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핵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북한, 한반도 분단 고착화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중국, 북한의 위협을 핑계로 재무장으로 치닫고 있는 일본, 날이 갈수록 힘이 약해지는 미국, 냉전시대의 영광 부활을 꿈꾸는 러시아.

 

이제 남한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국방의 중요성에 대한 집단적 각성을 하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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