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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오른 최형식 담양군수의 ‘뚝심 리더십’

대법원, 200만명 방문한 메타프로방스 사업 무효 판결…담양군 “내년 상반기 사업 마무리”

정성환 기자 ㅣ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7.07.27(Thu)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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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골 수장 최형식 담양군수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4선 도전을 앞두고 시험대에 올랐다. 그가 ‘제2의 죽녹원 신화를 이루겠다’며 추진한 메타프로방스(Meta Provence)사업이 발목을 잡았다. 최근 대법원의 무효 판결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리면서 최 군수가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최 군수의 별명은 ‘죽광’(竹狂·대나무에 미친 사람)이다. 최 군수는 전남도의원 3선 경력을 바탕으로 3선째(36․38․39대) 군정을 이끌고 있다. 그는 11년 재임기간 가장 보람 있었던 사업으로 ‘죽녹원 조성’을 꼽는다. 민선 3기 첫 담양군수 직에 오른 최 군수는 당시 죽제품 쇠퇴로 쓸모없이 버려지는 대나무 밭을 사들여 공원인 ‘죽녹원’을 만들었다. 

 

개인소유 대나무밭 17만2615㎡를 매입해 자연미를 살릴 수 있도록 철저히 친환경적으로 개발했다. 그는 “도의원 시절 즐겨 찾던 산책로를 걸으며 이곳을 대나무생태공원으로 조성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군수가 되자마자 죽녹원 조성에 힘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당시 군민들은 예산 낭비라고 비난했고, 정치적 경쟁자들은 흑색선전으로 일관했다. 이 때문에 그는 2006년 실시된 민선 4기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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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최 군수 메타프로방스에 발목 잡히나

 

그러나 67억원이 투자된 죽녹원은 현재 전국에서 연간 100만명 이상이 찾고 있다. 한 해 입장료 수입만 20억원이 넘는 지역 명물로 성장했다. 최 군수의 ‘뚝심 리더십’ 역시 군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때 붙여진 별명이 죽광이었다.  

 

메타프로방스는 담양군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일대 21만3000㎡에 유원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민자를 끌어들여 유원지를 조성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었다. 담양군은 민간사업자와 함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인근에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 분위기가 나도록 건물을 지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임시개장 1년여만에 200만여명의 관광객이 찾는 지역 명물이 됐다. 군청 안팎에선 담양의 미래를 책임질 사업이라는 자화자찬도 나왔다. 

 

호사다마(好事多魔)일까. 최 군수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메타프로방스 조성 사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최근 대법원이 ‘사업의 시행계획 인가 취소와 토지수용재결 집행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로써 담양 프로방스는 실시설계가 인가난 지 4년4개월, 토지수용 결정이 내려진지 3년 10개월 만에 원천 무효라는 법적 판단이 내려져 사업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민간자본을 유치해 이곳에 상가와 펜션, 호텔, 컨벤션센터 등 유원지를 짓겠다고 나선 담양군이 관련 규정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사업을 인가해준 것이 원인으로 꼽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 7월11일 강아무개씨 등 주민 2명이 담양군을 상대로 제기한 사업시행계획인가처분 취소 소송에서 2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또 강씨 등이 전남도지방토지수용위원회를 상대로 낸 토지수용재결 취소 소송에서도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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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지자체 ‘묻지마식’ 개발 관행에 제동

 

재판부는 “국토계획법령이 정한 도시계획시설사업의 대상 토지의 소유 요건(전체 3분의 2)과 동의 요건(50%)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사업시행자로 지정했다면 그 하자가 중대하다”고 밝혔다. 또 “사업시행 기간 중 사업 대상인 토지를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공공성을 현저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사업계획 인가 단계에서부터 잘못됐으니 원점으로 되돌아가라는 의미다. 특히 이번 판결은 지방자치단체가 개발을 명목으로 토지를 헐값에 수용한 뒤 수익형 관광단지로 개발하는 ‘묻지마식’ 투자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07년 3월 확정한 소도읍 육성 사업계획에 따라 도시·군 관리계획 변경(2010년), 사업시행자(디자인프로방스) 지정(2012년), 실시계획 인가·고시(2013년)를 거쳐 신속한 사업추진을 위해 담양군이 개인 토지수용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당시 3.3㎡에 10만∼40만원에 수용됐던 땅값은 현재 3.3㎡당 최소 100만원에서 700만원까지 치솟았다. 결국 2013년 이 사업으로 토지 일부를 강제 수용당한 강씨 등 주민 2명은 2013년 10월 광주지법에 실시계획 인가 효력 취소와 토지수용재결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2014년 8월 선고된 1심에서는 패소했으나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는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일련의 재판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사업시행자가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담양군이 무리하게 지정을 강행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업시행자가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는 수용토지를 매각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실시계획을 인가한 사실도 밝혀졌다. 유원지 조성사업도 도시·군관리계획에 없던 펜션과 콘도, 호텔 등 관광시설을 대거 건설하는 것으로 변질됐다.

 

나중에는 2단계 사업 중 공익성 시설로 당초 건립할 예정이었던 컨벤션센터 등이 중간에 계획변경을 통해 ‘없던 일’이 되기도 했다. 지역에서는 광주와 담양지역 조직폭력배 개입설도 제기되고 있다. 담양군 안팎에서는 광주 G파 조폭 출신 K씨, 담양 조폭 출신 P씨 등의 이름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도 최 군수의 민원개입설과 도시기반시설 특혜, 전남도의 허술한 토지수용 심의 등도 메타프로방스 사태와 맞물려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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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는 광주와 담양지역 조폭 개입설도 파다

 

일각에서는 사업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최 군수는 메타프로방스 조성 사업의 완료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지목했다. 대법원에서 내려진 ‘인가 무효 판결’의 후폭풍 수습 차원이었다.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는 피해가 적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메타프로방스 조성사업 자체가 무산된 것은 아니라는 게 최 군수의 설명이다. 최 군수와 담양군은 ‘3개월 안으로 재인가 절차를 마치고, 내년 상반기 중으로 조성사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업자를 새로 지정하고 실시설계 재인가를 받은 후, 새 사업자가 강 씨 등과 협상을 하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프로방스의 정상화가 쉽지 않을 거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행정신뢰도 추락은 둘째 치고라도 소송 당사자, 사유지를 수용당했던 지주(地主)들, 공사 중단에 따른 유무형의 손실, 공익성 훼손에 대한 책임론 등 풀어야 할 실타래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원고 측인 강씨와 박씨가 메타프로방스 사업지구 내에 3300∼5600㎡의 사유지를 수용당한 상태여서 토지 반환을 요구할 경우 일부 시설의 철거가 불가피하다. 이들 이외에도 4명의 지주들이 노른자위 땅을 강제 수용 당해, 반환 요구시 또 다른 갈등의 요인이 될 공산이 크다. 해당 토지들은 수용 당시에는 3.3㎡당 10만원대, 도로변 등 소위 ‘목 좋은’ 자리는 30∼40만원에 수용됐으나, 현재는 3.3㎡당 싸게는 100만원대, 비싼 곳은 300만∼700만원을 호가하고 있어 보상에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공사 중단도 불가피하다. 문제가 된 2단계 메타프로방스 마을 조성사업(13만4000㎡, 총사업비 587억원)의 경우 펜션과 상가 등 104개동 가운데 56개동(53.8%)만 준공됐고, 나머지는 공사 중이어서 미완공 상태로 장기 방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추된 행정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작업도 필요하다. 특히 ‘공공유원지를 만들겠다’며 토지수용까지 했음에도 정작 수익사업에만 몰입하고 공공투자는 포기하는가 하면 대법원의 가처분 결정 뒤에도 공사를 강행한 데 대해서는 법적, 행정적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군수 “법원 판결 후폭풍 예상보다 크지 않다”

 

특히 소송을 냈던 원고 측의 반발이 거세다. 원고 강 씨는 “군은 공익성이 있는 유원지를 개발한다고 했지만 현재 이곳은 상가와 펜션만 들어섰다”면서 “수사를 통해 잘못된 행정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성토했다. ‘유원지 개발’로 포장해 농지를 헐값에 사들인 뒤 실제로는 공익시설이나 자연환경 보전, 도시환경 미화보다는 사익에 치중해 식당, 커피숍, 패스트푸드점 등 수익형 사업을 펼쳐 개발사업자에게 막대한 이득을 안겼다는 것이다. 그는 “제왕적 단체장과 불도저식 행정이 이번 사태의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최 군수의 행보가 꼬인 실타래를 풀 나름대로의 ‘한 수’가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분란을 자초할 단초가 될지 해석이 분분하다.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고 이를 발판으로 사업을 추진시키겠다는 이른바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결과가 어떻든지 체류형 관광지를 만들겠다며 ‘뚝심’으로 밀어 붙인 이 사업이 최 군수를 압박하는 부랑이 돼 돌아오고 있는 모양새다. 메타프로방스 사업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최 군수는 1년 남짓 남은 기간 사업 정상화는 물론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해소해야 하는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그가 시험대에 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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