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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 쫓는 대학의 비극적 결말

‘자료 조작’으로 QS순위 제외된 중앙대…‘평가’에 목매는 국내 대학의 자화상

홍주환 인턴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28(Fri) 14:3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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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입시 때가 되면 대학은 입시생을 줄 세운다. 하지만 대학도 줄을 설 때가 있다. 대학평가의 대상이 될 때 그들 역시 평가 받아야 하고, 그 성적표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때문에 평가 때마다 모든 자원을 쏟아붓는 게 국내 대학의 현실이다. 그리고 때로는 과한 노력이 대학을 비극의 주인공으로 내몬다.

 

2017년 4월, 영국의 대학평가 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는 ‘2018 QS세계대학순위’에 참여하는 900여 개 대학의 자료를 검토하고 있었다. 점수를 산정하기 위해서였다. QS세계대학순위의 점수는 크게  △학계 평판(40%) △교원당 학생 수(20%) △교수당 논문 피인용수(20%) △기업계 평판(10%) ▲외국인 교수 비율(5%) ▲외국인 학생 비율(5%) 등으로 매긴다. 자료를 검토하던 QS는 중앙대의 기업계 평판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중앙대에 우호적인 평판이 담긴 다량의 설문이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분포해 있었다. 

 

QS는 중앙대에 이 사실을 통보했고 조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중앙대에 우호적인 응답 중 다량의 설문이 중앙대 캠퍼스에서 작성된 점을 밝혀냈다. ‘기업계 평판도’는 각 기업이 해당 대학에 갖는 인식 정도를 알아보는 조사다. 당연히 기업 관계자가 인터넷을 통해 설문에 응답하는 게 원칙이다. 설문지가 작성된 곳의 IP도 곳곳에 흩어져 있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중앙대에 우호적인 응답은 중앙대 캠퍼스 IP에서 나왔다. 바꿔 말하면 학교 내에서 기업관계자인 것처럼 속여 허위로 설문을 작성했다고 볼 정황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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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를 2018년 순위에서 제외하겠다”

 

QS는 조사 결과를 중앙대에 알렸다. 날벼락 같은 소식에 중앙대는 바빠졌다. QS 조사에 협조하면서 사태를 수습하려고 노력했다. 김태성 중앙대 홍보팀장은 “QS 조사에 협조하면서 나중에 부정행위 사실이 밝혀지자 순위에서 스스로 빠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중앙대의 한 관계자는 “대학본부에서 순위 배제 가능성을 인지한 뒤 QS측 설득 작업을 벌여온 것으로 안다”며 “수습만 잘하면 문제없다고 생각한 것 아니겠냐”고 전했다. 교수협의회 관계자 역시 “대학본부에서 QS에 중앙대의 기업계 평판도는 0점 처리하고 순위에는 올려주는 것이 어떠냐는 등의 제안을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최종적으로 QS는 중앙대가 기업계 평판도 자료를 허위 입력하는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5월 초 QS는 중앙대에 ‘2018 QS세계대학순위’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QS세계대학순위의 발표일은 올해 6월8일이었다. 중앙대 측은 약 한 달 전부터 학교가 순위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이 학교 측은 학내 구성원들에게 그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중앙대의 한 교직원은 “5월은 여름방학이 한 달 정도 남은 시점이었다. 방학이 되면 학생들의 반발도 적을 테니 이를 고려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6월8일 QS는 홈페이지를 통해 중앙대의 순위 배제 결과와 이유를 밝혔다. 중앙대 측의 입장 역시 같은 날 나왔다. 중앙대 기획처장의 이름으로 순위에서 배제된 이유에 대한 설명문이 발표되자 학내 구성원들이 크게 반발했다. 다음 날인 6월9일, 김창수 중앙대 총장을 포함한 총장단의 사과문이 학내 커뮤니티에 게재됐다. 하지만 국제적 망신을 불러온 부정행위에 대한 학생과 교수들의 반발은 가라앉지 않았다. 대안으로 학교 측은 6월26일 ‘QS진상조사위원회’를 발족해 조작 사태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공표했다.  

 

대학 본부에서 저지른 부정행위를 대학본부가 스스로 조사하는 ‘셀프 조사’는 반감을 키웠다. 학내 구성원들의 반대가 계속됐다. 6월28일 중앙대 교수협의회는 QS진상조사위의 활동을 중지하라는 의견서를 학교 측에 보냈다. 그리곤 별도로 교수협의회 주도의 자체 진상조사위를 발족했다. 

 

잠잠하던 학교 측 진상조사위는 7월4일부터 활동을 시작했고 7월19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업계 평판도와 관련한 실무자의 단독 행위이며 대학본부의 조직적인 개입은 없었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당장 교수협의회는 ‘꼬리 자르기’라고 반발했고, 총장단 등 윗선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교수협의회는 7월20일 성명서를 통해 “본부 측 진상조사위는 총장단과 대학본부에 면죄부를 주는 데 그쳤다”고 비판하며 7월31일까지 총장단의 구체적인 해명을 요구했다. QS를 둘러싼 중앙대의 진통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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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한 평판 대리 입력? “관행이었다”

 

대학평가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한국 대학만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대학평가와 글로벌 차원에서 평가받는 대학평가로 나눈다. QS는 THE(Times Higher Education)에서 내놓는 대학평가로 전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최근 국내 대학은 글로벌 평가를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유학생 유치, 국제적 연구 역량 확보 등에 몰두하면서 ‘국내 OO위’보다 ‘세계 OO위’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대학 간 세계적 경쟁은 날로 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중앙대에서 벌어진 사건은 순위를 둘러싼 그들만의 경쟁이 가져온 부작용이다. 

 

비단 중앙대만의 일로 잘라버릴 수 있을까. 이번 QS를 둘러싼 촌극이 터지자 평판도를 조작한 곳이 중앙대뿐이겠냐는 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QS가 평가대상으로 하는 대학이 1000개 정도라 눈에 띄지 않는 조작은 적발되기 어렵다”며 “대학의 QS 평판도 허위 입력은 어느 정도 관행화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7월19일 진상조사위가 내놓은 발표에도 이런 대목이 있다. 조사위는 기업계 평판도를 일정 부분 담당 교직원이 입력하는 일이 과거에도 있었던 ‘실무적 관행’이라고 밝혔다. 허위 입력은 있었지만 적발되지 않았다는 자기고백이었다. 올해 적발된 이유는 과거와 달리 수기가 아닌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이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후한 평가를 입력하도록 했기에 QS 측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시간 간격을 불규칙하게 입력했다면 적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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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순위? 대학들만 신경 쓰는 ‘그들만의 리그’”

 

그렇다면 주요 대학들은 왜 평가에 목을 매며 순위를 위해 허위 입력까지 마다하지 않는 것일까. 대학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인지도’의 상승이 대표적인 수혜다.

 

“대학평가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한다고 해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 자체의 인지도가 오르는 효과를 기대할 순 있다.”(김은미 서울대 행정관) 

인지도 효과는 교육 공급자인 대학의 논리다. 반면 수요자들은 공급자의 논리 대신 수요자의 판단을 따른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대학평가기관의 순위보다 관습적인 대학 서열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는 게 교육 현장의 얘기다. 윤의정 학습·입시컨설팅업체 공부혁명대 대표는 “학생·학부모들은 QS세계대학순위의 존재도 모르고 국내 대학평가도 잘 고려하지 않는다. 평가 순위는 대학들만 신경 쓰는 ‘그들만의 리그’ 같은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평가가 힘을 가지는 건 그걸 믿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QS세계대학순위의 신뢰성은 의문 부호가 붙는다. 총점의 50%를 차지하는 평판도(학계평판도40%+기업계평판도10%) 때문이다. 평판도는 응답 패널의 성향에 따라 자의적으로 측정될 수 있다. 윤 대표는 “QS세계대학순위를 포함해 대학평가 결과가 그 대학의 수준을 나타낸다고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지적은 나온다. 미국의 고등교육 전문지 ‘The Chronicle of Higher Education’에 실린 7월12일자 칼럼이 대표적이다. 브라이언 라이터 시카고대 로스쿨 교수는 글에서 “QS는 평판도 조사에 응답하는 학자·기업관계자의 지리적 분포를 공개하지 않아 왜곡 효과의 범위를 가늠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QS 측은 조사 패널로 참여하는 학자·기업관계자들의 신원도 밝히지 않고 있다. QS는 홈페이지를 통해 7만명 이상 학자와 약 3만명 이상의 기업관계자를 대상으로 학계·기업계 평판도를 측정한다고 밝혔지만 이들의 국적과 소속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는다.

 

‘평가’라는 권력화된 시스템에 휘둘리는 건 국내 대학 대부분이 겪는 일이다. 강내희 전 중앙대 교수는 “QS세계대학순위 결과를 홍보하는 대학 중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럽·미국 대학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시아권 후발주자들만 순위경쟁에 열을 올리고 여기에 언론까지 가세하면서 민간 대학평가기관에 의해 휘둘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이 평가에 목을 맬수록 스스로 정글에 편입되는 모습을 우린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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