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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산업의 우리 강점은 결국 콘텐츠다”

시사저널·정보통신산업진흥원, ‘대한민국 VR산업의 미래’ 전문가 좌담회

임수택 편집위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7.30(Sun) 09:00:00 | 14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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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IoT(사물인터넷)·자율주행차·VR(가상현실)·AR(증강현실) 등 4차 산업혁명을 둘러싸고 미국·중국·유럽·일본 등의 국가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자 하는 중국은 정부의 지원과 기업들의 과감한 도전이 우리에게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시사저널은 7월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옛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운영하는 ‘VR성장지원센터’에서 전문가 좌담회를 열고, VR산업의 창업·성장·글로벌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 조성과 활성화 방안에 대해 진단했다.

 

이번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미디어의 궁극적인 플랫폼이 될 수 있는 VR산업의 육성이야말로 저성장에 빠진 우리 경제를 살리고 산업구조를 고도화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향후 VR산업이 우리 삶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예상했으며, 특히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CPND)’ 분야에서 핵심적인 기술을 확보하지 않으면 선진국에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고 우리는 콘텐츠 제작 하청업자로 전락하는 신세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신재식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디지털콘텐츠사업본부장, 이미연 KT 실감미디어사업TF 상무, 김영덕 팝스라인 대표, 김홍주 토마토 프로덕션 대표가 참여했다. 팝스라인은 VR·AR 분야 다수의 특허를 국내외에 보유하고 있는 국내의 대표적 VR·AR 플랫폼 기업이다. 토마토 프로덕션은 방송 프로그램 제작·공급 업체로, 최근 VR 영상 콘텐츠 제작에 적극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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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진흥원)에서 VR성장지원센터를 만들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한다면.

 

신재식 VR이 4차산업의 변수가 될 것이다. 콘텐츠의 저변을 넓힐 수 있는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크게 보면 결국 모든 사물의 지능화·커넥티드 월드화가 열리는 것이다. 실제로 눈으로 보여질 수 있는 게 VR이다. 모든 데이터가 VR을 통해 가시화될 것이다. CPND 관점에서 보면 10년 주기로 IT(정보기술)산업이 발전되어 왔다. 온라인 발전으로 PC게임이, 스마트폰 보급으로 모바일 콘텐츠가 보급되었다. 2017년에는 VR·MR(Mixed Reality)로 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란 게 현실 세계가 가상의 현실과 하나가 되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클라우드나 인공지능(AI)을 통해 디지털 맞춤형 콘텐츠 시대가 온다. 이를 미국에서는 하이퍼퍼스널 콘텐츠 서비스 시대라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 VR은 단순히 콘텐츠를 넘어 상당히 다양한 산업과 융합되면서 자동차·조선·금융·국방·교육·의료 등으로 넓어질 것이다. 이러한 인식하에 진흥원에서는 VR 기업들을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VR성장지원센터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타워에 설립했다.

 

 

최근 KT에서도 VR성장지원센터에 입주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미연 우리가 하는 실감미디어사업은 차세대 미디어의 한 축으로, 실감형 콘텐츠와 실감형 미디어 관련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일이다. 가상과 현실을 나누는 기준은 2000년에 시작해 머지않아 종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젠 혼합 현실이라고 하는 MR이 부상할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굳이 이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 엔지니어들이 그 연결 연결을 심리스(seamless) 하면 된다. 사용자들은 예리하다.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사용하지 않는다. 지금의 HMD(Head Mounted Display·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 기기) 기술은 사용하기에 불편하므로 곧 다른 형태로 진화해 갈 것이다.

 

 

어떤 기술을 말하는가.

 

이미연 HMD는 폐쇄형 디바이스인데, 이는 곧 렌즈나 안경으로 간편하게 대체될 것이다. 또 창문이나 버스의 유리창, 테이블 등과 같은 것들이 VR·AR·MR로 구현할 수 있는 미디어로 발전할 것이다. MS에서 홀로그래픽 영상 구현 방식을 채택한 홀로렌즈라는 HMD를 제작했다. 인간에 친화적인 기술로 적용하게 될 것이다.

 

 

VR 콘텐츠를 직접 제작·유통하는 기업의 입장은 어떤가.

 

김영덕 대기업과 유통회사에서 30여 년간 오프라인 마케팅을 해 오며 고민해 온 문제를, VR을 통해 산업과 산업,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알리바바의 마윈이 말한 것처럼 향후 전 세계 리테일(소매) 거래의 50%는 VR로 대체될 것이다. 지금 알리바바와 아마존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선도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알리바바의 입점 업체가 되고, 입점료나 수수료를 내야 하는 상황으로 전락할 수 있다. 국경 간 거래는 계속 커져 가고 있다. VR 커머스 분야가 이제 가장 핫한 먹거리가 된다고 보고 있다.

 

김홍주 기존의 방송 콘텐츠 제작 사업을 하면서 2년 전부터 VR로 업종을 전환하며 VR에 최적화할 수 있는 콘텐츠로 어떤 것이 있는가를 계속 R&D(연구개발) 해 보고 있다. 향후 VR 시장이 모든 시장을 대체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스토리텔링은 강한데 기술적 한계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여러 기술 회사들과 코워크(Co-work·협업)를 통해 시스템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이 센터에 입주했다. 요즘도 콘텐츠들을 만드는 과정에서 센터 내의 실감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들과 코워크 하면서 만들어가고 있다.

 

 

VR산업의 생태계 지원 및 산업 기반 조성을 위한 진흥원의 정책적 지원 계획은 어떤가.

 

신재식  미래부(새 명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정책적으로 관심을 갖고 육성하는 분야가 두 가지다. 하나는 VR 플래그십 선도사업 R&D, 상용화, 그리고 글로벌 서비스를 원스톱 하는 시스템 구축 지원이다. 또 다른 하나는 VR 플랫폼 선점이다. 우리가 올해 중점을 두는 것은 오프라인 테마파크에 VR 카페가 현재 40~50개 있는데, 금년에는 이를 60개 정도로 늘릴 계획이다. 유통에 대한 플랫폼, 디바이스에 대한 플랫폼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중요하다. 어느 특정 기업이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업들, 플랫폼을 하는 IT 서비스 기업들이 들어와야 하며, 또 네트워크도 알고 통신과 보안 능력도 있고, 디바이스까지 다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글로벌 경쟁을 할 수 있다. 지금 구글·페이스북·아마존·알리바바 등이 플랫폼 전쟁을 하고 있다. 또 CPND 중에서도 콘텐츠 분야가 중요하다. 지난해 미국의 경우, VR 펀드 금액이 18억 달러로 하드웨어 솔루션 네트워크 관련 분야에 주로 투자했는데, 올해는 콘텐츠 분야로 투자 방향이 바뀌고 있다.

 

 

디바이스 플랫폼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한다면.

 

이미연 선진국이 한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이나 중국이 플랫폼을 주도할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소비시장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시장도 크다. 원천기술을 선진국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단기간에 우리가 극복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전략은 결국 콘텐츠라고 본다. 콘텐츠 제작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VR의 디바이스 분야에 이제 투자해서 쫓아갈 수 있을까. 그보다는 우린 스토리텔링에 강하고 디테일에 뛰어나다. 영상뿐만 아니라 디자인·그래픽·CG·VFX 분야에서 세계 1등이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기술이 없다. 거의 다 수공업이다. 해외에서 우리 기업에 IPO를 지원해 주고, 투자를 유치해 주고자 해도 우리 기업들은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 다시 말해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 기술화하고 특허도 확보해야 한다.

 

김홍주 방송사를 비롯해 신문·잡지 등을 발행하는 주요 미디어사들은 콘텐츠를 많이 가지고 있고 오퍼레이션 능력도 있다. 하지만 VR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다. 이유는 지금 당장 수익을 낼 수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 같은 기업들은 R&D만 해야 된다. 기업 특성상 당장 수익이 나오지 않으니 투자를 하지 않는다.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그저 재미있으니 하고 있다. 돈이 1년에 몇 억씩 들어가고 있지만 비전을 가지고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데, 정부 정책지원은 큰 규모에만 집중되고 있다.

 

 

조금 전 KT 이미연 상무가 국내 플랫폼의 한계에 대해 말하면서 우리의 강점인 콘텐츠 제작 능력과 기술 개발을 강조했다. 현장에서 느끼는 콘텐츠산업의 생태계 형성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김영덕  지금 돈을 버는 VR 업체는 없다고 본다. 정책 부서에 한 가지 건의하고자 한다. VR은 큰돈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정부의 펀드 운영이나 벤처캐피털의 투자는 10억·20억·30억 단위로 투자를 하고 있다. VR처럼 기술 트렌드가 빠르게 발전하는 분야는 중국식 투자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아이디어가 좋은데 시제품이 아직 안 나왔다 하면 5000만원 정도, 3개월 지속하는 회사에는 1억원 정도, 기술이 어느 정도 가시화되면 2억원 정도로 해서 1년에 4~5번 지원하며 생태계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즉 초기에 여러 기업들에 투자해서 그중 제대로 된 기업을 키우는 방식이 좋다고 생각한다.

 

김홍주 지금 콘텐츠를 사용자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VR 생태계가 과연 한국에 있는지, 그것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콘텐츠가 아주 저가에 팔리고 있다. 유료 플랫폼에 올려놓고 있지만, 판매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 생태계 플랫폼에서는 그나마 중국 시장이 가까이 있기에, 여기서 만들어 소비하는 것보다는 중국 파트너와 코워크 해서 디테일하고 세련된 제작 능력을 보여주는 게 지금 국내 VR 스타트업들이 살아가야 하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현장에서 생각하는 투자에 대해 정책 관계자가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신재식  방금 자금 펀드 운영 시스템을 지적하셨는데, 투자 입장에서 기술과 시장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있기에 좀 어려움이 있다. 모든 투자 지원을 가능한 한 정부 정책과 연계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VR성장지원센터 내의 입주기업들에 코리아 VR 페스티벌 행사를 비롯해 함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많이 마련해서 기업들에 VR 시장의 트렌드를 읽도록 지원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우리나라 콘텐츠 시장이 성장하려면 한국 시장만 봐서는 절대 클 수 없다. 전체적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전제로 해서 가야 한다. 눈을 무조건 밖으로 돌려야 한다.

 

이미연 전적으로 동감한다. 참고로 글로벌 진출을 하는 데 있어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OS(운영체제)나 IP(인터넷 프로토콜)와 같은 것에 대한 보호막을 철저히 해 놓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스템의 목업(mockup)까지도 특허로 보호 받을 수 있는 장치를 해 놓아야 한다. 특히 중국 시장은 만만치 않다.

 

 

VR 기술은 인공지능·사물인터넷·뇌의학·웨어러블 디바이스·로봇 분야와 융합하고 있는데.

 

이미연 제공자 방식이 아니라 사용자 입장에서의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돈을 소비할 사람이 어떤 가치에 돈을 지불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빅데이터나 인공지능은 기본 인프라다. 즉 마땅히 가야 할 방향이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되어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상품 단위나 서비스 단위로 나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업 간, 기술 간 경계를 넘어 융합을 통해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영역을 창출해야 한다.

 

김영덕 지금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미국은 IP·API(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 솔루션에서 돈을 받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R&D도 해야 하고 콘텐츠 개발도 해야 하지만,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R&D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술 종속에 빠질 수밖에 없다. VR 기술의 경우, 아직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 것 같다. 아직 기회가 있다. 미국이나 대만 회사들은 전 세계적으로 우수한 VR 기술을 사들이고 있는데 우리의 현실은 좀 다른 것 같다.

 

 

산업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데 VR이 바로 그런 분야가 아닐까.

 

김홍주 K팝·영화·뷰티의 한류 콘텐츠가 글로벌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데는 미디어 시스템이나 영화 시스템이 영향을 끼쳤다. 이유는 진입장벽이 수월하고 거기서 수익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VR 시장은 수익을 내기가 너무 어렵다. 근로환경도 열악하다. 인큐베이팅이 되지 않고 있다. 콘텐츠 시장은 꾸준하게 투자를 해 왔기 때문에 한류 콘텐츠 시장이 형성되어 왔다고 보는데, VR 시장은 그런 환경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업체들에 마중물을 지원해 주기를 바란다. 자칫 잘못하면 초기에 시장 자체가 궤멸될 수 있다. 콘텐츠 분야가 젊은이들에게 매력을 느끼게 하는 분야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인재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초기 지원을 정부 측에서 많이 해 주기를 바란다. VR 시장은 시작한 지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기회가 있다. 대기업에서도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만들어 지원해 주는 일을 해 주었으면 한다.

 

김영덕 VR 관련 정책은 주로 미래부나 콘텐츠진흥원이 중심인데, VR이 이미 융합으로 가고 있으니 산자부·코트라 등 다른 부처의 지원도 바란다. 또 정부 입찰에 VR산업 정책 개발의 기회를 더 많이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

 

이미연 국가가 문화진흥공사를 만들어 책임을 지고 관리했으면 한다. 디지털 기술의 툴이 외국 제품이 많아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는데, 국가 지원하에 플랫폼을 선점하는 게 필요하다. 또 VR 분야에서는 시장의 지배자가 되기 위해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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