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대신 ‘기술’이 졸음운전과 맞선다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7.2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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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박수, 얼굴 이미지 등 졸음운전 방지의 대안으로 떠오른 기술

 

이 정도면 개인의 책임을 벗어난 문제가 됐다. 졸음운전 얘기다. 최근 잇달아 발생한 버스 졸음운전 사고를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섰고 법을 개정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일단은 버스 운전자의 과로를 막기 위해 근로여건 개선에 나섰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광역버스의 연속 휴게시간을 기존 8시간에서 10시간으로 확대하는 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7월9일, 경부고속도로에서 광역버스 운전사가 졸면서 생긴 7중 추돌사고는 2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16명이 다치는 비극이 됐다. 졸음운전이 보통의 교통사고보다 사망확률이 1.5배 이상 높다는 점을 알게 됐고 높은 위험도에 사람들은 놀랐다.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졸음운전 사고는 2241건이었다. 도로 위 폭탄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자연스레 졸음운전 방지 경고음이 사회 전반에 울렸다. ‘운전자 스스로 졸지 않아야 한다’ 대신 ‘운전자를 졸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해 졌다. 제도적인 정비와 더불어 기술적인 조치도 시작됐다. 정부는 올해 안에 운행 중인 수도권 광역버스 3000여대에 전방 충돌경고 기능(FCWS)을 포함한 차로이탈경고장치(LDWS) 장착하기로 했다. 이런 시스템은 차간 거리와 속도를 감지해 충돌 위험이 생기면 운전자에게 경고를 주거나 자동으로 멈추는 운전보조시스템이다.  

 

경기도 화성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열린 '버스 운전자 졸음ㆍ부주의 운전 경고장치 시범테스트 시연회'에서 관계자가 졸음운전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운전대 앞 느려지는 심박수를 체크하라

 

졸음운전은 비단 국내에서만 심각한 일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졸음운전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지고 있고 운전보조시스템을 넘어서는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인공지능은 이 분야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졸음운전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팔찌가 있다면 편리하지 않을까. ‘스티어(Steer)’라는 제품이 있다. 아직 시판되진 않았지만 현재 크라우드펀딩 서비스인 ‘킥스타터(Kickstarter)’에서 8월1일까지 자금을 모으고 있는데, 인기가 좋다. 이미 목표 금액의 2배를 초과 달성했다.

 

이 팔찌는 졸음 방지용 웨어러블 장치다. 심박수와 피부의 전기 전도도를 측정하는 센서가 몸의 상태를 체크한다. 졸음이 올 지도 모를 상태가 되면 진동이나 약한 전기 자극을 줘 경고하는 물건이다. 30초 이하의 짧은 졸음(마이크로 수면)만으로 도로 위에서는 엄청난 사고가 생길 수 있다. 만약 운전자가 이런 마이크로 수면 상태가 된다면? 소리나 빛 등의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둔해지고 신호를 무시하거나 앞차의 브레이크 램프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스티어는 2초마다 몸의 상태를 확인하고 마이크로 수면에 들어가는 것을 방지한다. 

 

심박수를 이용하는 기술은 적지 않다. NTT 도코모와 교토대 등이 협력해 만든 ‘히토에’(hitoe)도 심박수를 이용한다. 심장 가까이에 위치한 작은 송신기를 이용해 얻은 심박 데이터를 스마트폰 앱이 분석해 운전자의 졸음을 막는다. 졸음 감지 알고리즘은 심박 간격의 평균과 부교감 활성도에 따른 심박 변화 등을 종합해 8종류의 지표로 분류한 뒤 그에 따라 졸음을 판단한다. 만약 졸음을 감지하면 운전자에게 경고하고 관리자(장거리 운전자의 상급자)에게 메일로 경고하는 시스템이다. 

 

© 사진= 파나소닉 홈페이지 제공

 

카메라와 적외선 센서, AI도 졸음운전과의 전쟁에 투입돼

 

자동차 메이커 포드도 심박수를 이용하지만 조금 다른 방법을 채택했다. 독일 아헨공대와 협력해 개발한 졸음방지 기술은 운전자가 졸 때 나타나는 신체 특성을 심전도 센서로 감지한다. 앞선 기술들은 졸음에 빠지면 느려지는 심박수를 체크하는데 손목에 차거나 가슴에 부착한 디바이스를 이용했다. 반면 포드는 운전석에 심전도 센서를 설치해 운전자 옷에 발생하는 미세한 전기신호를 측정한다.

 

앞서 소개한 방법들은 센서를 인체에 장착하는 방법을 쓴다. 졸음을 예측하거나 졸음운전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감지한 뒤 경보를 울리거나 진동을 주는 형식이다. 하지만 지금 소개하는 기술은 운전자와 접촉하지 않는, ‘카메라’를 이용한 방법이다. 운전자에게 부담주지 않고, 표정이나 차내 환경에서 초기 졸음을 예측할 수 있다. 

 

파나소닉은 운전자의 졸음을 감지하고 예측한 뒤 졸음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7월27일 발표했다. 기본적으로는 운전자 얼굴인증 및 상태감지시스템(Driver Status Monitoring)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졸린 표정에 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카메라가 촬영한 운전자의 졸린 표정을 AI를 통해 판독하는 시스템이다. 이미지 비교로 초기 단계의 얕은 졸음을 감지하거나 사람의 발열량이나 자동차 내 조도 등 차량 내 환경 데이터를 바탕으로 졸음의 정도를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다. 

 

표정을 알아낼 수 있는 센싱 카메라뿐만 아니라 적외선 센서도 이용한다. 사람의 피부 표면 온도를 체크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 예측을 바탕으로 차내 온도 등을 조절해 졸음을 방지할 수 있는 쾌적한 상태를 유지한다. 차량 내부를 차갑게 하거나 조명을 밝게 해 잠을 깨우는 환경을 AI가 스스로 만든다. 커피와 담배 대신 기술이 졸음운전과의 전쟁을 대신하는 세상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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