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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뜨거워질수록 음식 간은 점점 세진다

[김유진의 시사미식] 지구온난화가 바꿔놓는 우리의 음식문화와 라이프 사이클

김유진 푸드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02(Wed) 14:30:00 | 14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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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삼복더위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만 더운 게 아니다. 지구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가수 비가 굳이 외치지 않더라도 ‘태양을 피하는 법’을 익히기 위해 모두가 열심이다. 이 지독한 녀석과 싸우느라 진이 빠지고 맥이 풀린다. 자연스레 에너지 소모가 커진다. 성인 남자 기준, 하루 평균 권장 섭취량이 약 2700kcal인데, 에너지 소모가 커지면 더 많은 연료가 필요해진다. 소위 보양식이라 불리는 고단백 고칼로리 음식이 당기기 마련이다. 자연과 인간이 만든 조화다. 아니 인간이 자연에 굴복해 온 역사다. 지구온난화는 한 차원 더 나간다.

 

 

식물 북방한계선, 점점 북상 중

 

지구온난화란 단어는 19세기 후반에 처음 등장했다. 그 후 꽤 오랜 기간 동안 원인 규명을 하지 못하고 학자들은 서로의 주장을 다퉈왔다. 1970년대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지구온난화가 우리 각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스프레이·자동차 그리고 온갖 이산화탄소와 관련된 제품과 서비스가 지탄의 대상이 됐다. 그 후 40년 가까이 또 다른 온난화의 주범을 찾느라 혈안이었지만, 명확한 답은 찾지 못했다. 그래도 잊지 않고 환기시켜주는 이들이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빙하가 녹고 있다. 인류 모두가 직면한 위험이므로 우리 인류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략) 우리 인류 모두와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한다.”

5전6기 만에 올해 아카데미상 트로피를 거머쥔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수상소감이다. 지구가 뜨거워지면 많은 것이 변한다. 그중에서도 먹거리는 이야기의 중심일 수밖에 없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깟 온난화 때문에?’라고 가벼이 넘길 이가 있다면 생각을 빨리 고쳐먹는 게 유일한 해답일 게다.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에 아래와 같은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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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때문에 멸종위기에 놓인 재료가 있다. 기후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제일 먼저 과일과 견과류가 영향을 받는다. 적당히 춥고 적당히 더워야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오는데, 이러한 시스템이 파괴되면 생산량과 질에 심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그중 대표적인 것이 옥수수다. 지구가 1도 더워지면 생산량이 7% 줄어들고, 이는 축산농가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커피 생산량이 줄고, 초콜릿 가격이 오르고, 해산물은 더욱 희귀해지고, 캐나다의 상징인 메이플 시럽은 스트레스를 받고, 콩은 25%나 생산력을 잃고, 체리는 코딱지만 해지고, 와인을 만드는 포도는 당도가 높아져 도수가 올라간다고 한다.

 

온난화는 한두 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시나브로 우리의 라이프 사이클을 바꿔놓는다. 한반도는 그 한복판에 있다. 식물이 버틸 수 있는 북방한계선이 점점 더 북상하고 있다. 사과도 감귤도 무화과도, 매년 3~5km씩 더위와 정비례해 북진 중이다. 토산 과일의 북진만큼이나 눈에 띄는 건 아열대 과일의 등장이다. 동남아가 원산지인 아열대 과일들이 제주에 정착한 지 오래다. 감귤투성이였던 제주 땅에 망고가 세력을 넓히고 있다. 제주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전남·전북·경남에서도 망고 재배 농가가 늘고 있다. 망고는 예고편에 불과하다. 아열대의 상징인 구아바도 세몰이를 시작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아보카도·파파야·패션프루트 등 동남아시아 패키지 투어에서나 맛봤던 과일·채소들이 이 땅에서 길러지고 있다. 그 사이 제주가 출신지였던 감귤은 강원도 해안지역까지 깊이 파고들었다. 배·복숭아·포도 같은 과일의 재배 가능 지역도 매일 한 뼘씩 쉬지 않고 위로 위로 북상 중이다.

 

 

쌀국수의 인기, 배달 외식업자들의 미소

 

식재료의 생장은 그렇다 치고 더 무서운 건 ‘간’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요리의 완성은 간이라고. 인간의 신체는 매우 합리적이다. 부족하면 뇌에 부탁해 그 공급을 늘리고, 넘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뱉어낸다. 나트륨 소비량이 늘고 있다는 소식은 이제 그리 새롭지 않다. 그저 패스트푸드의 소비 증가나 스트레스 지수에 의한 연쇄 반응 정도로 치부한다면 커다란 착오다. 이 또한 온난화가 만든 결과물이다.

 

간이 세지고, 단맛을 더 필요로 하고,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재료들이 등장하는 건 지구와 나, 그리고 여러분의 몸이 바뀌고 있는 까닭이다. 더위와 부딪쳐 이기려면 어쩔 수 없다. 대한민국 외식업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말하기 쉬운 트렌드가 아니라 이 핵심을 읽어야 한다. 2017년은 그 어느 해보다 동남아시아 음식의 약진이 돋보인다. 이걸 홍보나 마케팅 차원에서 설명한다면 턱도 없는 소리다. 인간은, 그리고 고객은 환경에, 그리고 무의식에 영향을 받는다. 고기국물을 베이스로 한 쌀국수는 칼로리와 향채를 보듬고 있다. 즉 왜 뜨거워진 한반도에서 상당수의 고객이 열광하는지 떼어놓고 볼 필요가 있다. 기후가 변하고, 아열대 음식이 당기고, 그 핵심인 향채의 유통량을 본다면 그 정도는 이해가 될 것이다.

 

더위와 함께 웃는 사람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배달에 집중하고 있는 외식업 오너들이다. 더우면 옴짝달싹하기 싫어진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저자인 신영복 선생에 의하면 ‘옆에 누워 있는 동지도 꼴 보기 싫어지게 만드는 게 더위’라고 했다. 아무튼 에너지 소모를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인간은 이 더위에 식당에 가는 걸 즐겨 하지 않는다. 그래서 배가 고프면 망설이지 않고 스마트폰 터치를 시작한다.

 

더위는 많은 것을 바꿔놓는다. 에어컨의 설정을 냉방에서 제습으로 바꾸고, 경제적 소통을 위해 말을 줄이고, 또 음식문화를 바꾼다. 왜 간이 센 음식이 시장점유율을 넓혀가는 걸까? 왜 동남아시아 쌀국수의 인기는 사라지지 않는 걸까? 왜 배달업이 이 불경기에도 누그러들지 않는 걸까? 이유는 하나. 뜨거워지는 지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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