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속 환경호르몬 어떤 게 있나
  • 손구민 인턴기자 (koominsohn@gmail.com)
  • 승인 2017.08.02 13:19
  • 호수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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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랩부터 햄버거 포장지까지…‘친환경 소재’도 안심 못해

 

비닐랩

 

플라스틱 재질 중 하나인 PVC로 만들어진 비닐랩은 ‘DEHP’라는 환경호르몬이 들어간다. DEHP는 딱딱한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해 주는 가소제다. 비닐이 열에 가열되면 DEHP가 방출돼 음식에 들어가 해롭다. DEHP는 암, 생식기능 장애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원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전임연구원은 “DEHP와 같은 가소제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의 플라스틱을 2020년까지 개발한 후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달음식점이나 식당은 비닐랩 사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 소비자는 비닐랩 구매 시 재질을 꼭 확인해 PVC는 피하는 게 좋다. PE와 PP 재질의 비닐랩이 비교적 안전하다. 이경미 녹색소비자연대 부장은 “PE나 PP 재질의 비닐은 비스페놀A, DEHP와 같은 환경호르몬이 함유돼 있지 않지만 가급적 열에 노출시키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전자레인지에 돌리려면 전자레인지용 PE나 PP 비닐은 사용해도 좋다”고 밝혔다.


종이컵

여성환경연대가 2013년 국내 커피전문점 7곳의 종이컵에서 환경호르몬 ‘PFOA’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PFOA는 프라이팬 코팅이나 종이컵 방수용으로 사용하는 물질이다. 이 물질은 암을 유발하고, 눈에 자극을 주는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졌다. PFOA는 첨가물로 제품에 함유되거나 제품에서 비의도적 불순물로 나오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선 더 이상 PFOA를 첨가물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불순물로 나오는 제품들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부터 진행한 PFOA에 대한 위해성 평가를 올 8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종이컵에 105도 이하의 물 또는 커피 등을 담는 것은 비교적 안전하다. 그러나 전자레인지에 사용하거나 헹군 후 다시 사용하면 안 된다. 종이컵 내부의 코팅 물질이 흘러나올 수 있다. 뜨거운 음료는 머그컵이나 스테인리스 텀블러를 이용하는 게 안전하다.


텀블러

비스페놀A의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비스페놀F나 비스페놀S를 대체물질로 사용한다.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가 플라스틱 텀블러다. 최근 생산되는 텀블러들에서 ‘BPA-Free’ 또는 ‘Bis-Free’라는 표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UCLA)이 2016년 미국 한 과학잡지에 기고한 내용에 따르면, 대체물질 비스페놀F나 비스페놀S가 비스페놀A보다 안전한 것은 아니다. 김승원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전임연구원은 “이런 대체물질들은 결국 기존의 화학구조를 약간 바꾸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독성이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며 “큰 기업들이 개발하고 있는 최근의 이른바 ‘친환경 소재’들도 완벽하게 안전하다고 보기엔 이르다”고 주장했다.

텀블러는 입에 대고 음료를 마시기 때문에 플라스틱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스테인리스 텀블러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환경호르몬이 아예 없는 대체물질이 개발되기 전까진 플라스틱 텀블러는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햄버거 포장지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햄버거병’ 말고 걱정해야 할 문제가 또 있다. 햄버거 재료뿐만 아니라 이제는 햄버거 포장지까지 우리 몸에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17년 포브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센터는 햄버거 포장지에 들어가는 합성물질 ‘PFAS’는 PFOA와 마찬가지로 종이를 코팅하는 데 사용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환경호르몬 PFAS는 비만, 면역체계 약화, 암, 불임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여성환경연대는 국내에서는 아직 햄버거 포장지 환경호르몬 검출실험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해외에서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햄버거·피자 등 뜨겁고 기름진 음식은 포장지를 벗기고 먹는 것이 좋다.


소파

소파·커튼 등 대부분의 가구에는 브로민, 클로린과 같은 난연재(難燃材)가 들어간다. 난연재는 플라스틱의 내연소성을 개량하기 위해 첨가하는 화학물질이다. 난연재가 사람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에 따르면, 난연재는 환경호르몬 PCB와 비슷한 위해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뇨, IQ 저하, 불임, 암 등의 원인이 되며 임신부의 태아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난연재의 위해성에 대한 검출실험은 국내에서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환경부 측은 브로민 등 난연재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난연재는 브로민 외에도 종류가 많아 일일이 규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카펫

주로 저렴한 카펫은 플라스틱 기반인 합성섬유 나일론으로 만든다. 나일론 재질 카펫을 만들 때 역시 가소제가 들어가 환경호르몬 노출의 위험이 있다. 특히 카펫은 크게 롤 카펫과 타일 카펫으로 나뉘는데, 이 중 일부 타일 카펫의 뒷면에는 PVC가 들어간다. 가소제 DEHP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비닐 재질인 것이다. 카펫 제조에 필요한 원료의 정확한 성분은 알 수 없다. 카펫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기업들이 성분분석표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공개하기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

플라스틱 재질 기반의 카펫보다는 모직 기반 카펫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타일 카펫을 구매할 때 PVC 대신 부직포 재질을 선택하는 게 안전하다. 주기적으로 카펫을 청소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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