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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도시환경 직면한 인도네시아, 수도 옮기나

조코위 대통령, 자카르타에서 수도 이전 공식화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8.08(Tue)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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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정부가 수도(首都) 이전을 검토한다고 합니다. 한 나라의 수도를 옮기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도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큰 사회적 혼란을 치루지 않았습니까?


잘 아시는 것처럼 현 수도는 자카르타입니다. 인도네시아 역사에서 자카르타가 등장한 것은 16세기 경 자바섬 서부에 있던 파자자란 왕국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자카르타는 바다를 낀 해안 도시입니다. 과거에는 무역항으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때문에 자카르타를 차지하기 위한 내부의 경쟁도 치열했습니다. 자바섬의 강력한 이슬람 왕국 반탐이 점령한 이후 이 도시의 이름을 ‘자야카르타’로 바꿨습니다. 인도네시아어로 자야(Jaya)는 승리, 카르타(Karta)는 도시라는 뜻인데요. 직역하면 ‘승리의 도시’란 뜻입니다. 이게 오늘날 자카르타(Jakarta)가 된 겁니다.  

 

물론 인도네시아를 점령한 뒤 동인도회사를 세운 네덜란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수도는 반둥(Bandung)이었지만, 바타비아(Batavia)라고 불린 자카르타의 역할이 더 중요했습니다. 오늘날에도도 자카르타 북쪽 바타비아 광장에 가보면 옛 식민지 시절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총독부가 있던 바타비아 광장 주변은 마치 유럽의 어느 도시에 온 느낌이 들게 합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자카르타는 여느 국가 대도시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게 됐습니다. 인구밀집으로 인해 주거난, 교통난이 가중되고 있죠. 공중보건 상태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나날이 증가하는 자동차, 오토바이로 자카르타는 동남아에서도 가장 교통 정체가 심한 곳이 됐습니다. 비공식적으로 태국 방콕과 1, 2위를 다툰다고 합니다. 일자리를 찾아 사람들이 몰리면서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집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시 외곽의 판자촌에 거처할 곳을 마련하고 도심으로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자카르타 시 당국이 새로운 도로나 주거지를 개발하려고 하지만 무허가 난민촌이 곳곳에 있어 이를 쉽게 추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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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주거난공중위생 직면한 자카르타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도 이전을 공식 검토하고 있는 것은 이런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현지 언론에 따르면,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우리로 치면 국토연구원에 해당하는 국책연구기관 국가개발기획원(바페나스)에 수도이전 타당성 조사를 지시했다고 합니다.   

 

자카르타의 교통 사정은 상상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평소 1시간이면 갈 거리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5~6시간 걸리는 게 다반사입니다. 그래서인지 자카르타에서 사람을 만날 때 차가 막혀 약속 장소에 늦게 오는 것은 그렇게 큰 실례가 아닙니다. 만약 너무 차가 막히다면, 언제든지 전화를 걸어 바로 약속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도 상대방에게 큰 실례가 되지 않습니다.  

 

부랴부랴 인도네시아 정부가 광역교통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하고 있지만, 사정이 만만치 않습니다. 자카르타는 항구도시여서 지반이 진흙으로 돼 있습니다. 지하철 공사를 하려고 해도 지반을 다지는 기초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여러 차례 지하철 공사를 검토했지만, 번번이 사업성이 없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급기야, 도로위에 철도를 올리는 모노레일 식 공사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언제 완공될지 기약하기 힘듭니다. 물론 철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단선(單線)이고 구간도 짧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카르타에서는 오토바이 택시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가격이 저렴할뿐만 아니라 편리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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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도 이전을 검토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는군요. 바로 자연재해 때문입니다.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과 부동산 경기 거품으로 고층건물들이 마구 들어서면서 매년 지반이 조금씩 주저앉고 있다고 합니다. 도시 면적의 40%가 해수면보다 낮다고 하니, 심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자카르타는 배수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우기 때는 도시 곳곳이 침수됩니다. 우기 때 도로가 잠겨, 근로자들이 회사 출근을 포기하는 것은 자카르타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이죠.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카르타 북부 해안에 33㎞ 길이의 거대 방조제를 지으려 하지만 이 또한 환경단체와 어민들의 반발로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은 ‘​불의 고리’​로 불리는 지진대 위에 있습니다. 수마트라섬 맨 위에 있는 ‘​아체’​는 강력한 쓰나미(바다 지진)로 도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은 바 있습니다. 중부 자바에 가보면 주기적으로 화산 활동이 활발한 활화산들을 적잖게 볼 수 있습니다. 일부 화산은 관광객을 위한 관광 상품이 됐을 정도입니다.   

 

결국 인도네시아에게 수도 이전은 누군가는 꼭 해야 할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와 같은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부인 수카르노 대통령도 수도 이전을 추진하려고 했던 것은 잘 알려진 일입니다. 당장 내년 인도네시아는 아시안게임을 치루는 데 벌써부터 교통 문제가 걱정거리입니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수마트라 섬 팔렘방에 주요 시설을 짓고 자카르타에는 상징적인 종목만 여는 절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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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지하수 개발로 지반 침하 심각

 

어디가 될지는 나중 문제입니다. 수카르노 정권 당시 이전 후보지로 칼리만탄(보루네오)섬의 소도시인 팔랑카라야(Palangkaraya)가 거론됐는데, 이번에도 거기가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칼리만탄섬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과 인도네시아 중심부에 있다는 점이 잇점이지만, 경제의 핵심권인 자바섬에서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중부 지역 도시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데 일각에서는 수도이전이 과연 될까라는 식의 회의론도 분명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정경 분리가 완벽하게 되지 않은 나라입니다. 현 부통령인 유숩 깔라도 정치인이기 전에 기업인입니다. 여야 정치 지도자 상당수가 재벌 기업인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자카르타 곳곳에 대규모 건물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이 과연 조코위 정부 뜻대로 수도를 이전하는 데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줄까요? 저는 ‘쉽지 않다’는 데 한 표를 던집니다. 다만 정치 수도와 경제 수도를 분리하는 방식은 가능하겠죠. 대통령궁, 의회 등 주요 정치기구는 이전하는 수도로 가되, 자카르타는 경제적 수도로만 남는 방법 말이죠. 그렇지만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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