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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의 여자'에 촉각 곤두세우는 SK그룹

최태원 회장 부부 이혼 결정되면 지배구조 재편 불가피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8.07(Mon) 13:20:14 | 14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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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재벌그룹 회장으로는 이례적으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여기서 ‘길’은 기업 경영을 뜻하는 게 아니다. 부부 관계를 비롯해 자신의 인생이자, SK그룹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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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기업인인 최 회장은 재벌 오너치곤 보기 드물게 학구적인 스타일이다. 고려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최 회장은 1989년까지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만난 것은 그 무렵이다. 두 사람은 1988년 약혼에 이어 결혼에 ‘골인’했다. 당시 노 관장은 현직 대통령의 딸 신분이었다.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돌아온 최 회장은 1991년 선경(현 SK) 경영기획실 부장으로 입사, 부친인 최종현 회장이 타계한 1998년 9월 회장 자리에 올랐다. 최 회장은 사석에서 “기업 총수가 안 됐으면, 아마 경제학과 교수가 됐을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옥중에 있었던 2014년에는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라는 책도 썼다. 재벌 총수가 특정분야에 대한 전문 서적을 낸 것도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최 회장이 최근 개인사와 관련해 언론에 이름을 오르내리는 것도 이러한 자신의 성격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SK그룹에서 고문을 지낸 한 인사는 최 회장에 대해 “재벌 총수답지 않게 너무 이상적인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 최 회장이 지난 7월19일 아내 노소영 관장을 상대로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조정 신청을 낸 것이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최 회장과 노 관장이 오랫동안 별거를 해와 언젠가는 이혼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해왔다. 하지만 이날 이혼조정 신청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혼조정이 신청된 이날은 최 회장과 내연녀 김아무개씨 등을 비난했다는 혐의로 최 회장으로부터 고소당한 네티즌들(변호인 강용석 변호사)의 반박 기자회견이 열린 날이었다. 최 회장의 이혼조정 신청 사실은 그로부터 5일 뒤인 7월24일 언론에 알려졌다.

 

대기업 총수가 내연녀가 있다고 밝힌 상태에서 당당하게 본처와의 이혼을 요구하는 것은 우리 재벌사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이번 이혼조정 신청의 발단은 2015년 12월 최 회장이 한 일간지를 통해 자신에게 내연녀가 있으며 그녀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고 밝힌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혼조정 신청이 알려진 후 노 관장은 공식적으로 “이혼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상태다. 이로써 두 사람이 한 차례 이상 진행될 법원의 이혼조정에서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남은 것은 본격적인 이혼 소송뿐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의 쟁점을 두 사람 간 이혼이 과연 성립될 수 있느냐로 본다. 민법에서 규정하는 이혼의 일반적인 사유는 부부 중 한쪽이 가정을 깰 만한 행위를 했느냐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양상이 좀 다르다. 한쪽에서는 오랜 기간 별거 상태로 지내오는 등 사실상 부부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혼을 해도 별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펴는 반면, 상대방은 ‘어떠한 이유에서든 가정을 깰 수 없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보통 남편에게 내연녀가 생겨 부부가 이혼할 경우 이혼을 신청하는 쪽은 부인이고, 남편은 한사코 반대하는 것과 달리 이번 사건은 상황이 뒤바뀌어 있다. 한 중견 로펌 변호사는 “별거 기간은 물론 별거 후 두 사람이 부부관계 유지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또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떤 이유 때문에 깨졌는지가 재판부가 이혼을 결정하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 측은 “10년 가까이 별거 상태로 지냈기 때문에 정상적인 부부 관계로 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 관장은 한 방송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별거 기간이 10년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정확하게 남편은 2011년 9월 집을 나갔다”며 “옥중 기간을 포함하면 별거 기간이 3년을 넘지 않는다”고 말해 별거 기간을 놓고도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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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관장, 내연녀가 가정파탄 원인 논리 펼 듯

또 다른 쟁점은 부부 관계를 깬 원인이 누구에게 있느냐다. 이미숙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는 “이혼 사유가 되더라도 법원은 이혼 사유를 만든 장본인, 다시 말해 유책배우자가 청구한 이혼 소송은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노 관장 측은 이혼 기각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시에 노 관장 측은 가정파탄의 원인이 최 회장과 내연녀의 관계 때문이라는 논리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최 회장 쪽 설명은 다르다. SK그룹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의 말이다. “최 회장을 구속되게 만든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경우, 원래 손길승 전 회장의 추천을 받은 사람이다. 처음부터 노 관장은 김 전 고문을 좋지 않게 봤다. 하지만 최 회장은 경영권 때문에 지분을 자신에게 몰아 준 동생 최재원 부회장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어 비자금을 만들어서라도 무언가 주려했다. 남편 최 회장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자, 노 관장은 당시 이명박 정부에 ‘김원홍을 조사해 달라’고 탄원서를 보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 사건으로 인해 최 회장과 시동생이 모두 구속된 거다. 사실상 그때부터 부부 관계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노 관장이 지난 2015년 최 회장의 광복절 특사를 앞두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남편의 사면을 반대하는 편지를 보낸 것도 보기에 따라서는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 현재 최 회장은 이혼과 관련한 법률대리를 ‘법무법인 원’에 일임한 상태다. 법무법인 원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고문변호사로 있는 중견 로펌이다.

 

이혼이 성립될 경우 세간의 관심은 재산분할 방법과 위자료 규모다. 물론 최 회장 쪽은 “아직 공식적인 이혼조정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그 부분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한다. 보통 재산분할은 혼인기간 및 자녀유무, 분가 기간, 재산 규모, 재산형성 기여도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재 최 회장 재산은 3조원 중반대로 상당수가 유가증권인데, 통상 유가증권은 재산분할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를 굳이 재산분할 목적으로 사용하려면 유가증권을 현금화한 다음, 배우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재산분할 시 액수가 워낙 크기 때문에 재판부로서는 이 역시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이혼 시 남편이 결혼 당시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은 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 혼인 이후 불린 재산만 해당된다. 이때 중요한 것이 재산 형성 기여도다. 최근 판례를 보면, 아내의 가사노동으로 남편이 밖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아내가 집안 일만 해도 혼인 중 형성된 재산의 30%를 재산분할 기준으로 본다. 결혼 기간이 5년 미만이면 30% 이상, 25년 이상이면 재산 기여도가 50% 정도 된다.

 

최 회장, 재산 형성 과정서 처가 도움 받았나?

쟁점은 지금까지 최태원 회장이 재산을 모으는 과정에서 처가나 노소영 관장 쪽 도움을 실질적으로 받았느냐다. 물론 최 회장 측은 “회장 취임 이후 사세가 커진 것은 최 회장의 경영 성과이자 SK 구성원 모두의 노력 덕분”이라는 입장이다. 노 관장 쪽의 어떠한 도움도 없었다는 것이다. 조정대상에 재산분할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만으로 이러한 판단은 쉽게 읽힌다. 노 관장이 결혼생활 동안 그룹의 어떠한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최 회장 쪽이 내세우는 중요한 근거다. 최근 법원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의 이혼 소송에서 이 사장이 보유 중인 1조7000억원어치 주식에 대해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특유재산’이므로 분할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도 참고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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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송 과정에서 노 관장 측이 수면 아래 감춰져 있던 노태우 정권 차원의 다양한 지원 사실을 공개할 경우 큰 후폭풍이 일 수 있다. 오늘날 SK그룹의 성장에는 1980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과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재계에서는 그중에서도 한국이동통신 인수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SK그룹은 “한국이동통신 인수는 김영삼 정부 출범 후인 1994년 결정된 일이기 때문에 노 관장 쪽 도움을 받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1990년 당시 선경그룹은 제2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됐으나 사돈인 노태우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 사업권을 반납한 바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자녀들과의 관계다. 최 회장은 노 관장과의 사이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큰딸 윤정씨는 2015년 다국적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에서 근무한 뒤 최근 SK바이오팜에 입사했다. 해군 장교로 임관한 둘째 딸 민정씨는 오는 9월 전역을 앞두고 있다. 민정씨 역시 경영 참여가 유력하다. 아들 인근씨는 현재 미국 브라운대에 재학 중이다. 이와 달리 최 회장은 내연녀 김씨와의 사이에서 딸 하나를 두고 있다. 2015년 12월 공개된 편지에서 최 회장은 “수년 전 여름에 그 사람과의 사이에 아이(딸)가 태어났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또 다른 전직 SK그룹 고위직 인사는 “노 관장과 사이에 있는 자녀들이 가정을 깬 아버지를 상당히 원망하고 있어 이 또한 최 회장의 이혼 소송에 불리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오랜 소송 끝에 최 회장이 이혼에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본다. 또 설령 성공한다고 해도 재산분할까지 매끄럽게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소송 과정에서 그동안 베일에 감춰왔던 내용들이 공개될 경우 되레 그룹 이미지만 실추될 수 있다. 이러한 악조건에도 최 회장이 이혼을 서두르는 이유는 왜일까? SK그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내연녀 김씨가 평소 자신을 비난하는 글이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어가 자신과 관련된 댓글을 자주 확인하는데, 그중에서도 ‘첩’이라는 단어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김씨가 강력하게 이혼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씨는 검색포털 네이버에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쓴 인터넷 매체 ‘피치원미디어’의 기사를 내려줄 것을 공식 요구했다. 법조계에서는 최 회장이 대형로펌이 아닌 법무법인 원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한 배경에도 내연녀 김씨가 있다고 본다. 현재 법무법인 원은 이외에도 내연녀 김씨와 관련된 다양한 사건을 변호하고 있다.

 

내연녀, 최 회장과 정식 결혼하면 상속 우선 내연녀 김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가 최태원 회장의 가족관계증명서에 올라가면, 상속자로 공식 인정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노소영 관장과 사이에 있는 자녀들은 상속 지분이 줄어든다. 법적 배우자가 노 관장에서 내연녀 김씨로 바뀌는 것도 변수다. 현행 민법은 배우자가 재산을 상속받을 경우, 직계자녀보다 0.5%씩 더 많이 받도록 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추후 내연녀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 자신의 재산 분할이 공정하지 않다며 유류분(遺留分) 청구소송을 낼 수 있다. 이에 대해 SK그룹 측은 “자녀 간 갈등은 최 회장이 은퇴한 후에나 생길지 모르는 이야기며, 회장께서 평소 ‘앞으로 대주주가 모든 경영을 책임지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시는 걸 볼 때, 벌써부터 이혼과 지배구조를 연결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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