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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정규직보다 임금 높은 스웨덴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지수 세계 ‘최고’ 스웨덴-‘최저’ 한국

이석원 스웨덴 통신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08(Tue) 18:30:00 | 14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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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스톡홀름에서 7개월째 워킹 홀리데이를 하고 있는 강연식씨는 최근 한국의 2018년 최저임금이 우여곡절 끝에 7530원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인터넷으로 접했다. 스웨덴에 오기 전, 군 제대 후 대학을 휴학하고 10여 가지의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던 강씨는 이번에도 최저임금이 1만원에 이르지 못한 것을 알고 한숨을 쉬었다. 정권이 바뀐 한국의 분위기가 좋아 보여 이번엔 정말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될 줄 알았던 것이다.

 

강씨가 최저임금 소식에 한숨을 쉰 것은, 5개월여 후 한국에 돌아갔을 때 당장 자신이 접해야 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아르바이트를 더 해서 학비를 좀 더 마련한 다음 복학을 해야 하는데,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복학이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강씨를 답답하게 하는 건 하나 더 있다. 아르바이트 등 임시직 또는 비정규직 노동 환경이 전보다 훨씬 더 암담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최근 정권이 바뀌고 공정거래위원회나 검찰이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업체의 ‘갑질’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한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강씨는 쉽게 잡힐 일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 스웨덴에 오기 전에도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인격 모독이나 크고 작은 폭행도 당해 봤던 게 새삼 기억난 것이다. 5개월여 후 다시 그 생활이 자신의 일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강씨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게 무척 힘들게만 느껴진다. 겨우 스웨덴에서 7개월 아르바이트를 해 본 것뿐인데.

 

6월13일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이 발표한 ‘2017년 세계권리지수(ITUC Global Rights Index)’ 보고서를 보면 강씨가 느끼는 힘겨움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ITUC는 2014년부터 세계 139개국을 대상으로 세계권리지수를 조사해 발표했다. ‘노동자의 폭력과 억압 증가(Violence and repression of workers on the rise)’라는 부제의 이 조사 보고서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97개 지표를 가지고 각 나라 노동자 권리에 대한 억압을 표시했다.

 

권리 침해가 ‘비정기적(Not regular violations of rights)’인 1등급, ‘반복적(Repeated violations of rights)’인 2등급, ‘정기적(Regular violations of rights)’인 3등급, ‘체계적(Systematic violations of rights)’인 4등급, 그리고 ‘권리의 보장이 없는(No guarantee of rights)’ 5등급으로 나뉜 이 조사는 각국의 노동자 권리에 대한 지표를 보여주는 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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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사업주, 오히려 비정규직 기피

 

2017년 보고서에는 각 등급에 대한 부연 설명이 있다. 그중 1등급에 대해선 ‘단체 노동권은 보장되고, 노동자들은 자유롭게 정부 또는 회사와 공동으로 권리를 연대하고 방어할 수 있고, 단체 교섭권을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여기에 속한 나라는 스웨덴을 비롯해 오스트리아·덴마크·핀란드·독일 등 12개국이다. 강씨는 바로 노동자 권리지수 1등급인 나라에서 7개월을 산 것이다.

 

이 보고서에선 최저 등급인 5등급을 ‘세계에서 가장 나쁜 국가’라고 전제한다. 그러면서 ‘법에 권리가 명시됐어도 실질적으로 노동자는 그 권리에 접근할 수 없고, 독재정권과 불공정한 관행에 노출돼 있다’고 규정한다. 방글라데시·캄보디아·중국·콜롬비아·짐바브웨 등 34개국을 거기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바로 그 한 자리를 한국이 차지하고 있다. 강씨가 5개월여 뒤에 돌아가야 하는 나라다.

 

스웨덴은 노동자의 80%(생산직 85%는 스웨덴 노조연맹(LO), 사무직 75%는 스웨덴 전문직노동자연맹(TCO)에 가입)가 노조원이다. 모든 기업은 이사회에 반드시 노조를 참여시켜야 하고, 새 법인을 설립하려면 LO나 TCO 등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이들 기업은 피고용자에 대한 최초 임금 계약도 노조연맹의 심의를 받지 않으면 안 된다.

 

스웨덴은 법정 최저임금제도를 시행하고 있지 않다. 최저임금을 법으로 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굳이 법이 보장해 주지 않아도 ‘일정한 수준’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스웨덴 사람들이 체감하는 최저임금은 시간당 180크로나, 우리 돈으로 2만4000원 수준이다. 현재까지 6470원인 한국과 비교하면 거의 4배다. 스웨덴의 1인당 국민소득(GNI)이 5만1000달러, 한국이 2만7000달러. 2배 차이가 안 나는 것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차이는 상대적으로 더 큰 셈이다.

 

 

기업과 정부, 해고 노동자 최소 2년 책임져야

 

스웨덴에도 비정규직은 있다. 하지만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대체 노동직’ 또는 ‘시간제 노동직’이다. 고용 형태상으로는 비정규직일 수 있는데 그리 많지 않다. 비정규직이 많지 않은 이유는 그들의 임금 때문이다. 스웨덴은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다. 정규직에 비해 고용 안정성이 적다는 이유로 더 많은 돈을 준다. 그래서 사업주들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기피한다.

 

스웨덴에서 휴일 근무나 야근 등 추가 근무를 꺼리는 건 노동자보다도 사업주다. 야근의 경우 실질 임금의 2배, 휴일 근무는 2.5배, 성탄절이나 부활절 연휴 등 명절 근무는 최고 3배까지 줘야 한다.

 

고용 유연성도 강하다. 해고가 자유롭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경직돼 있지도 않다. 물론 노동자를 해고하려면 노사 합의가 있어야 한다. 사업주의 주관적 이유만으론 정리해고든 그 어떤 자의적 해고를 할 수 없다. 노사 합의로 해고됐다 하더라도 해고 노동자를 최소 2년간 기업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고용 당시 임금에 준하는 실업급여는 물론 재취업을 위한 무상 취업교육과 알선까지, 모든 비용은 각 기업이 준조세 형태의 사회보장세(Social Security Contribution)를 내서 충당한다.

 

‘워홀러’ 강씨는 연장 불가의 워킹 홀리데이 거주허가가 내년 1월 끝난다. 그러다 보니 그는 세계 노동자 권리지수 1등급인 나라에서 산 7개월이 심리적으로 더 힘겨움을 주게 됐다. 4년 연속 1등급인 나라에서 4년 연속 5등급인 나라로의 이동은, 차라리 1등급을 겪지 않았으면 나을 뻔한 일이 돼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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