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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가 시장 이길 수 있을까

[이민우 기자의 If] ‘투기와의 전쟁’ 선포한 文…‘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우려도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7.08.09(Wed) 16: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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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출범 100일도 채 되지 않아 벌써 두 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8월2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6월19일 내놓은 대책보다 훨씬 강도가 세졌습니다. 할 수 있는 대책은 거의 모두 쏟아 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집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사방에서 포위한 뒤 백기투항을 요구하고 있는 셈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동산은 원죄와도 같습니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부동산 수요를 잡으려다가 실패한 경험이 여전히 아픈 상처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집값 안정’을 추구했지만, 오히려 관련 수치는 모두 폭등했습니다. 규제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말도 이때부터 나왔습니다. 문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부동산 가격을 잡으면 피자를 쏘겠다”고 말한 직후 정부에서 초강력 정책들을 쏟아내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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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 보급로 막고 다주택자에 양도세 폭탄

 

8·2 부동산 대책의 주요 내용은 투기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 각종 제한 장치를 둔 겁니다.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 세종 지역인데, 재건축 투기를 막기 위해 조합원 지위를 양도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분양권 전매를 막도록 했습니다. 또 정비사업 일반 분양이든, 조합원 분양이든 한 번 받았다면 5년 내 또 다시 당첨되지 않도록 했습니다. 한 번 분양권에 당첨되면 수천만원씩 차익을 남기고 되파는 모습들을 사전에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러 주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 카드도 쓸 수 있는 건 대부분 다 꺼내들었습니다. 우선 다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강화했습니다. 흔히 사고 팔 때 차익에 기본 세율 6~40% 정도가 부과되는데, 2주택자는 기본 세율에 10%를, 3주택 이상 보유자는 기본 세율에 20%를 더 부과하도록 했습니다. 대신 2018년 4월부터 적용하도록 유예기간을 둬 ‘다주택자들은 지금 집을 내 놓으라’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물론 세법 개정 사항이기에 연말 국회 상황에 따라 바뀔 가능성도 있긴 합니다.

 

소위 집을 살 자금줄도 차단하도록 각종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부동산 투자자들은 자신이 보유한 일부 자금에 은행 빚을 더해 집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습니다. 주택 가격의 30% 정도만 투자하고 은행 이자만 내다가 집값이 오르면 내다 파는 식이었습니다. 요즘에는 전세를 껴서 극소수 부분만 투자하는 갭 투자 방식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LTV(주택담보대출비율)나 DTI(총부채상환비율)를 강화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에는 집값의 70%를 대출로 받을 수 있었다면, 6·19 대책으로 60%까지 낮아졌습니다. 이번엔 위에서 언급한 투기과열지구 등은 40%로 낮췄습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1건 이상 보유한 경우 30%밖에 못 빌리도록 규정을 뒀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이상 주택 거래엔 자금조달계획이나 입주계획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분양권이나 입주권을 사고 팔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통해 증여세 탈루 여부나 위장전입 여부 등을 따지겠다는 계획입니다. 다주택자나 미성년자 등에 대해선 국세청에서 탈루 혐의를 적극 검증할 예정입니다. 유치원생 자녀 명의로 아파트를 사서 시세차익을 노리는 행위를 막겠다는 겁니다.

 

투기꾼들이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지 못하도록 오피스텔 분양 등에 대한 규제도 강화됐습니다. 그동안 주택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법률상 주택에 포함되지 않는 오피스텔로 투기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발생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전매 제한기간이나 거주자 우선분양 의무 규제 등을 전국으로 확대했습니다.

 

 

‘집값은 떨어지지 않는다’ 부동산 불패 신화 깨질까

 

하지만 정부의 정책 약발은 쉽게 먹히질 않습니다. 정책 의도와 상관없이 사람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정책 발표 이후 ‘급매물을 내놨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주 특수한 사례에 불과합니다. 통계적으론 ‘아직’입니다. 부동산114의 8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을 보면, 서울 집값은 여전히 상승 추세입니다. 상승폭이 떨어지고 거래가 급격히 줄었지만 정책의 세기만큼 시장 충격은 크지 않은 모양새입니다.

 

일단 정책의 약발이 가장 잘 먹힐 집단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입니다. 투기를 범죄라 표현한다면 경범죄자들에 속합니다. 이들은 일부 종자돈을 모아 한두 군데 분양권을 노리거나 주택 시세차익을 노리는 세력입니다. 이들에겐 당장 은행 대출액이 줄어든다면 잔금을 치를 여력도 거의 없습니다. 더군다나 전매 제한 등으로 돈이 장기간 묶여 있는 것 또한 부담이 됩니다. 당연히 투기를 주저하게 됩니다.

 

문제는 오랜 기간 부동산을 통해 먹고 산 사람들입니다. 시장에선 대략 20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2015년 통계청 다주택자 통계에 따르면, 주택 3건 이상을 보유한 사람은 30만5000명에 달합니다. 2012년 21만1000명에 비해 절반 가까이 늘어난 셈입니다. 물론 다주택자라고 다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로 볼 수는 없습니다. 저금리 시대에 맞춰 월세 소득을 올리려는 임대사업자 또한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한 가지 신념이 있습니다. ‘집값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부동산 불패 신화입니다. 실제로 한국 사회는 그랬습니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공급을 늘려도, 수요를 억제해도 집값은 늘 올랐습니다. 나중에는 가계대출이 너무 많아져서 떨어뜨리지도 못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들은 단기 수요자들과 달리 장기 투자를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무슨 정책을 내놔도, 정권은 5년 뒤면 바뀐다는 사실이 깔려 있습니다. 언젠가는 이전 정부처럼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며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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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일관된 목표는 집값 안정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부동산 시장이 계속 불안하면 추가 안정화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또한 참여정부 정책에 대해 “대책을 17번이나 발표했음에도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점에서 명백한 실패”라며 “어떤 경우든 이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간과해선 안 될 지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집값이 갑자기 떨어질 경우 집을 소유하고 있는 절반의 국민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는 점입니다. 자칫 하락폭이 커지면 집값보다 주택담보대출이 더 큰 ‘깡통주택’이 속출할 수 있습니다.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과거에 만기 일시상환 방식으로 대출을 얻은 사람은 대출 연장이 어려워 다시 월세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정부의 목표가 ‘집값 하락’이 아니라 ‘집값 안정화’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부작용에 대한 세심한 배려 정책도 필요합니다. 금융규제 방식은 집을 담보로 장사 밑천을 만들거나 생활비를 조달하던 소상공인과 서민들의 피해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긴급자금 마련을 위한 주담대는 예외적으로 허용했지만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자칫 금리가 낮은 주택담보대출 대신 금리가 높은 약관대출이나 신용대출로 이동될 경우 금리 부담만 커질 공산도 큽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정책의 예측가능성입니다. 불과 1~2년 전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부추기던 정부가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집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정부의 말은 도통 먹혀들지 않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임기 내내 일관된 자세를 유지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정부 정책은 일정한 방향을 유지할 것이란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5년을 마치고 청와대에서 나올 때 집값만큼은 확실히 잡은 대통령이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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