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크림 과용하면 피부염 유발할 수 있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08.0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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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크림 차단지수는 다다익선?…전문가들 “상황에 맞게 조절해야”

 

선크림의 겉면을 보면 ‘PA’라고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피부노화를 일으키는 자외선인 UVA의 차단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다. PA 옆의 플러스(+) 개수가 많을수록 차단효과가 크다. PA+는 선크림을 바르지 않았을 때에 비해 차단효과가 2배, PA++는 4배, PA+++는 8배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9월에는 PA++++ 등급까지 등장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기능성화장품 심사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다. 이 등급의 선크림은 UVA 차단 효과가 맨얼굴일 때의 16배 이상이라고 한다. 

 

© 사진=Pixabay


 

점점 강력해지는 선크림, 이젠 ‘포뿔’까지 등장

 

그렇다면 PA 지수가 높으면 무조건 좋은 것일까.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안지영 교수는 9일 시사저널에 “선크림의 자외선 차단지수가 높아지면 구성 성분의 농도가 높아져 오히려 피부 트러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외선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성분 중에 징크(zinc․아연)랑 티타늄(titanium)이라는 금속성 물질이 있다”면서 “이 물질들은 민감한 사람들에게 알레르기나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선크림에서 자외선을 화학적으로 차단하는 성분 중에 옥시벤존(oxybenzone)이라는 물질도 있다. 이 물질에 대해 미국 환경 연구단체 EWG는 홈페이지(관련 링크 참조)를 통해 “가장 우려되는 성분”이라며 “알레르기성 피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고, 실험실 연구 결과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을 감소시키며, 잠재적으로는 안드로겐(남성호르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2012년 5월 독성학 전문가들을 인용해 “옥시벤존은 호르몬 교란을 유발할 수 있고, 피부암을 일으킬 수 있는 세포 손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적정량을 사용하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임유리 책임연구원은 9일 “옥시벤존은 이미 국내에서 유해평가를 통과한 물질”이라며 “선크림을 만들 때 (총 함량의) 5% 이내에서 사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자외선 차단지수 높으면 피부 트러블 유발할 수 있어”

 

서양에서는 PA 지수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단지 UVA 차단 여부만 표시한다. 세계에서 선크림을 가장 먼저 상용화한 호주는 ‘Broad Spectrum(광범위한 약효)’이란 표현을 써서 UVA 차단 효능을 알린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이 표현을 쓰도록 권고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EU 권고안에 따르면 원 안에 ‘UVA’라고 적힌 마크를 사용해 UVA 차단 여부를 나타낸다. 

 

유럽의 일부 선크림은 ‘PPD 지수’를 활용하기도 한다. 미국 피부암재단(Skin Cancer Foundation) 홈페이지에 따르면 PPD 지수는 UVA가 피부 색소에 미치는 영향을 테스트해 측정된다. 수치가 구체적이기 때문에 PA 지수보다 더 세부적으로 선크림의 효능을 나타낼 수 있다. PA+는 PPD 2~4, PA++는 PPD 4~8, PA+++는 PPD 8~16, PA++++는 PPD 16 이상에 각각 해당된다.  

 

UVA 차단 정도를 PA 지수로 표기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 대개 아시아권 국가들이다. 이 가운데 일본이 2013년에 PA++++ 등급을 가장 먼저 도입했다. 뒤이어 우리나라와 중국도 지난해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 사진=Pixabay


 

자외선에 오래 노출돼도 PA+++까지 사용하면 충분

 

PA++++ 등급의 사용을 허가한 식약처도 자외선 차단지수가 높다고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고 당부했다. 식약처 대변인실 강주혜 연구관은 9일 “차단지수가 높을수록 피부에 강한 자극을 줄 수 있다”면서 “개인의 생활환경에 맞게 적절한 차단지수의 선크림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크림의 자외선 차단효과를 나타내는 지수에는 PA와 함께 SPF란 것이 있다. 이는 화상을 유발하는 자외선인 UVB의 차단효과를 표시한다. SPF가 15인 선크림은 바르지 않았을 때보다 15배 더 오랫동안 햇볕을 막아준다. 식약처에 따르면 여름철 실내에서는 SPF 10 전후, PA+ 제품을 사용하면 된다고 한다. 해수욕 등 강한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되는 경우에는 SPF 50 이상, PA+++의 제품을 쓰면 바람직하다. 안지영 교수는 “햇볕이 강하다고 느껴져도 빛의 세기는 일정하기 때문에 PA++++ 제품까지는 쓸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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