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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계열사 악재로 주가 하락한 ‘유통 혁명가’ 정용진

올해 KT·한진·두산 제치고 재계 서열 급상승…최근 계속된 식품 관련 사고로 이미지 타격 예상

이석 기자 ㅣ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08.12(Sat) 10:40:01 | 14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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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은 최근 10년간 가장 가파르게 성장한 그룹 중 하나다. 자산은 10조7070억원에서 32조2940억원으로 세 배 넘게 증가했다. 자산 규모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의 평균 증가율을 두 배 이상 상회하는 수치였다. 재계 순위(공기업 제외) 역시 16위에서 11위로 5계단이나 상승했다. 올해는 KT와 두산, 한진그룹까지 제쳤다. 지난해 ‘공기업’에서 올해 ‘일반기업’으로 새로 진입한 농협을 제외할 경우 신세계는 사실상 재계 10위에 이름을 올린 셈이 된다.

 

신세계의 최근 성장을 주도한 인사가 정용진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2006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 취임하며 경영에 참여했다. 당시만 해도 신세계그룹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오너 대신 구학서 전 신세계 회장(현 신세계 고문)과 허인철 전 이마트 사장(현 오리온 부회장)이 사실상 그룹을 이끌었다. 기자들과 만날 때도 구 전 회장이나 허 전 사장이 그림자처럼 정 부회장을 따라다녔다.

 

정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본격 나선 것은 2014년부터다. 경영 스승으로 알려진 구학서 전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며 정 부회장이 총대를 멨다. 그는 기존 마트나 백화점식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복합 쇼핑테마파크인 ‘스타필드 하남’이나 창고형 할인마트인 ‘이마트 트레이더스’, 간편 가정식 브랜드 ‘피코크’ 등은 이런 고민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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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유통 트렌드 제시한 정 부회장 주목

 

반응도 좋았다. 미국 쇼핑몰 업체인 터브먼센터스의 로버트 터브먼 회장은 지난해 9월 스타필드 하남 그랜드오픈 기념식에서 “스타필드 하남은 오로지 정용진 부회장의 발상 및 비전에 의해 만들어졌다”며 “정 부회장은 콘텐츠를 고민하는 황제”라고 극찬했다.

 

특히 피코크는 정 부회장이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했다. 외식 관련 컨설팅 사업을 하는 지인에게 조언을 받아 제품 디자인뿐 아니라 내용물까지도 정 부회장이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피코크는 2013년 340억원에서 지난해 1900억원으로 최근 4년간 다섯 배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200개로 시작한 제품은 현재 1500개에 이르는 종합 식품 브랜드로 성장했다.

 

유통업계에서 정 부회장을 두고 ‘혁명가’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최근 과감한 도전과 투자를 통해 국내 유통업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해 왔다. 결과 역시 나쁘지 않았다. 손대는 것마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유통업계의 새로운 ‘혁신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 잊을 만하면 사고를 쳐서 언론에 오르내리는 재벌가 후계자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런 정 부회장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정 부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업이 잡음에 휩싸이며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제주도가 첫 번째 진원지였다. 서귀포칼(KAL)호텔에서는 최근 장티푸스 감염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제주도 내 장티푸스 감염자는 2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5월부터 6월까지 불과 두 달여 만에 7명이 장티푸스에 집단 감염되면서 칼호텔은 물론이고, 제주도 방역당국이 발칵 뒤집혔다. 칼호텔은 지난 두 달간 영업을 중단했다가 최근 부분적으로 영업을 재개한 상태다.

 

보건당국은 현재 ‘후진국형’ 질병인 장티푸스의 집단 발병 원인을 추적 중이다. 아직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유력한 감염 원인으로 신세계푸드가 운영을 대행하는 직원식당이 거론되고 있다. 보건당국이 이 호텔 직원 148명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구내식당 조리사 두 명이 장티푸스 보균자(양성반응)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칼호텔은 최근 이 호텔 구내식당을 폐쇄한 상태다.

 

신세계푸드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조리사 두 명이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발병 초기 보건증을 갱신하기 위해 이 직원이 검사를 받을 때는 이상이 없었다. 내부에서는 발병 원인을 구내식당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보균 직원 역시 피해자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칼호텔 측도 “아직 확인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8월9일로 예정된 역학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은 보건당국의 손에 돌아간 상태다. 역학조사 결과 신세계푸드 측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조용히 사건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이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구내식당을 집단 감염의 원인으로 지목할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칼호텔의 한 관계자는 “지난 몇 개월간 영업을 못하면서 수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며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급식업체 교체와 함께 손해배상 등 법적 대응까지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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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단계서 정 부회장 관여한 ‘피코크’ 말썽

 

특히 신세계푸드는 정 부회장이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계열사 중 하나다. 신세계푸드는 1995년 신세계백화점에서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다. 현재 식자재 유통에서 식품 제조, 단체급식, 베이커리, 외식 사업까지 식품 관련 전 분야를 취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정 부회장은 2023년까지 신세계푸드를 매출 규모 5조원의 글로벌 종합식품회사로 키울 예정임을 최근 밝혔다. 이 때문에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기업 신뢰도뿐 아니라 정 부회장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정 부회장을 둘러싼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마트의 자체 식품브랜드(PB)인 ‘피코크’ 제품에서 최근 잇달아 벌레가 검출됐다. 지난해 5월 피코크 ‘냉동 핫앤스파이시 치킨스트립’에서 벌레가 발견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새우완탕스프 위드 누들’에서 진딧물이 검출돼 보건 당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피코크 제품 역시 정 부회장이 개발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정 부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피코크 제품을 홍보하기도 했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때 업계에서는 피코크의 홍보팀장이 정용진 부회장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며 “신세계는 2015년 품질 관리를 위해 상품안전센터까지 새로 설치했음에도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 부회장 역시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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