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쟁 전에 한국의 수십만 미국인 대피가 먼저"
  •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대응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14 08:58
  • 호수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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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한반도 전쟁' 가능성 낮아…"北, 미 영토에 미사일 쏘지 못할 듯"

‘화성-14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의 잇단 발사 성공에 북한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3대에 걸친 핵무장 노력이 드디어 열매를 맺기 시작했으니 그럴 만하다. 그러나 물론 이러한 성공에는 대가가 따른다. 사상 최대의 유엔 대북제재라는 2371호가 8월6일 발효되면서, 북한의 연간수출액 30억 달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0억 달러 분이 금수(禁輸) 대상이 됐다. 비록 원유 공급 금지까지는 끌어내지 못했지만, 미국 주도로 이뤄진 이러한 조치는 결국 북한 정권의 내구성을 취약하게 만드는 중요한 무기가 될 터이다.

 

미국은 북핵에 대한 대응에서 과거보다 확실히 조급해졌다. 화성-14형에 소형화된 핵탄두가 탑재될 수 있다는 DIA(미 국방정보국)의 분석이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알려졌다. 그런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것이 전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사실 DIA는 이미 수년 전부터 핵탄두 소형화 성공을 예견해 왔다. 다만 그 당시에는 북한이 미 본토를 때릴 ICBM을 갖지 못했다. 기껏해야 스커드나 노동 미사일에 실어 날릴 수 있는 핵탄두는 미국의 문제라기보단 동북아 문제에 불과했다.

 

그러나 소형화된 핵탄두를 탑재한 화성-14형으로 본토가 위협받자 이제 북핵은 명백히 미국 문제가 됐다. 이런 상황을 인식한 트럼프 대통령은 8월8일(현지 시각) 북한을 향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여태껏 어떠한 미국 지도자도 던지지 않았던 강경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제재 결의 2371호에 반발해 발표한 ‘정부성명’을 지지하는 평양시 군중집회가 지난 9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8월10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


 

하지만 말싸움에 질 북한이 아니었다. 유엔 대북제재와 8월8일 B-1B 폭격기의 훈련비행 등으로 잔뜩 신경이 곤두선 북한의 반응은 격렬했다. 트럼프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북한은 8월9일 새벽 2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진기지인 괌을 타격할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성명에서 북한은 “미제의 핵 전략폭격기들이 틀고 앉아 있는 앤더슨 공군기지를 포함한 괌도의 주요 군사기지들을 제압·견제하고 미국에 엄중한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해” 지난 5월14일 시험발사했던 화성-12형으로 ‘포위사격’을 하겠다고 밝혔다.

 

 

北·美, 强 대 强 ‘말 폭탄’ 

 

또한 북한은 대한민국에 대한 공격 의지도 밝혔다. 만약 미국이 선제타격을 하면 “서울을 포함한 괴뢰 1, 3 야전군 지역의 모든 대상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했다. 또한 “남반부(한국) 전 종심에 대한 동시 타격과 함께 태평양 작전지구의 미군 발진기지들을 제압하는 전면적인 타격”을 하겠다고 밝혔다. 1994년 이래 한국을 협박할 때면 반드시 나오는 서울 불바다 발언도 또다시 나왔다.

 

북한이 미국의 영토를 향해 미사일을 쏘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이 대부분이다. 누가 봐도 북한 전력은 미국과 비교할 수 없다. 재래식 전력은 물론이고, 북한이 기고만장한 핵전력에서는 격차가 더 크다. 북한이 기껏해야 10~20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다면, 미국은 도합 4400여 개의 핵탄두를 가지고 있으며, 그중 1740여 개가 실전배치돼 있다. 소형화에 성공한 북한 핵탄두가 겨우 10~20kt 정도의 파괴력으로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수준에 불과하다면, 미국은 400~500kt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는 탄두를 보통 3~10개까지 미사일 한 발에 탑재한다. 북한이 미국 수도인 워싱턴의 1개 동에 해당하는 지역을 10번 파괴할 수 있다면, 미국은 북한 전역을 4000번 이상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애초에 비교될 싸움이 아니다.

 

그러나 역시 모두의 예상을 깨고 북한은 한 발자국 더 나갔다. 8월10일에는 전략군 사령관인 김락겸 대장이 직접 나와서 괌 포위사격에 대한 상세한 입장을 밝혔다. 괌을 향해 발사되는 화성-12형은 일본의 시마네현, 히로시마현, 고치현 상공을 통과하게 되며, 사거리 3356.7km를 1065초간 비행한 후 괌 주변 30∼40km 해상 수역에 탄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시험발사에 성공한 미사일이므로 정확한 발사 제원이 나온다는 것을 은근히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김락겸은 8월 중순까지 괌 포위사격 계획을 완성해 김정은에게 보고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왜 굳이 8월 중순인가를 생각해 보면 북한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역시 북한의 이러한 위협은 단순히 B-1B 폭격기의 위협비행뿐만 아니라, 8월21일부터 시작될 을지프리덤가디언(Ulchi-Freedom Guardian) 훈련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2015년 8월4일에도 북한은 우리의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목함지뢰 도발로 긴장을 고조시킨 후에 포격 도발을 통해 전쟁 직전 상황까지 조성한 바 있다. 당시에도 결국 북한이 노린 것은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시키는 것이었다.

 

 

美 핵 능력, 북한 4000번 이상 파괴

 

북한의 협박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특히 미국에 대한 협박도 언제든 있어왔다. 지난 3차 핵실험 이후 미국이 B-2 스텔스폭격기를 파견하면서 압박하자, 북한은 미국 본토 타격계획을 슬쩍 과시한 바있다. 당시 북한은 미국 본토까지 발사할 수 있는 ICBM도, 미사일에 탑재할 핵탄두도 없었다. 그러나 괌 타격을 공언하는 지금 북한은 핵탄두와 ICBM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는 의지와 능력이 겹쳐졌다.

 

그러나 손뼉이 마주쳐야 소리도 나는 법이다. 전쟁은 결코 혼자 벌일 수 없다. 미국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충돌 여부가 달려 있다. 우선 괌으로 미사일이 날아온다면 당연히 미국은 요격에 나설 것이다. 고도 150km까지 요격이 가능한 사드 포대가 괌에는 이미 배치돼 있으며, 이지스함이 파견돼 SM-3 미사일로 고도 250km까지 요격할 것이다. 미국은 이런 순간을 위해 냉전 이후에도 수백조원을 투입해 가면서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했다.

 

문제는 미국의 대응이 요격 수준에서만 끝날 것이냐 하는 점이다. 미국 영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공격원점에 대한 파괴에 나설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이참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아예 제거하기 위한 군사작전에 나설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서울 불바다’를 언급하면서 미국의 선제타격 시 대한민국에 보복을 가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전통적인 인질 전략이다. 결국 미국이 북한을 때리려면 대한민국을 보호하면서 주요 표적을 모두 제거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즉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뿐만 아니라 방사포와 장사정포 등 수도권을 노리는 적 포병전력까지 모두 전쟁의 표적이 돼야 한다.

 

하지만 미군이 지금 당장 그러한 준비가 돼 있느냐 하면 반드시 그렇진 않다. 수천발의 정밀유도폭탄과 순항미사일을 동시에 날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주한·주일 미군은 물론이고, 괌의 폭격기 전력, 오하이오급 순항미사일 잠수함 등 아태지역 내의 미군 자산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 또한 전쟁을 수행하기에 앞서 한국에 있는 수십만 명의 미국인들을 대피시키는 게 먼저다. 도저히 1~2주 이내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물론 더욱 손쉬운 방법도 있다. 북한 정권을 향한 핵 선제공격이야말로 군사적으로는 제일 쉽고 피해가 적은 선택지다.

 

하지만 핵무기의 선제적 사용은 국제질서를 무너뜨리고 미국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그래서 선제타격이나 8월 위기설이 실현되기가 쉽지 않지만, 북한의 계속된 도발에 미국은 점점 자제력을 잃어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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