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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5만의 소도시에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몰린 이유

백인 우월주의와 온라인 조직이 결합해 터진 샬러츠빌 사태

김회권 기자 ㅣ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8.14(Mon) 16: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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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2일,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반(反)인종주의 시위대를 향해 한 대의 차량이 돌진했다. 자동차가 들이받은 사람들은 여기저기로 튕겨져 날아갔다. 운전자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폭력 시위에 맞대응하던 반대 시위 집회자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자동차 테러나 다름없는 돌진으로 1명이 숨졌고 19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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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시위와 물리적 충돌. 지금 버지니아 샬러츠빌은 혼란에 빠졌다. 차량 돌진을 포함해 이번 유혈 사태로 3명이 숨졌고 35명이 다쳤다. 인구 5만 명이 채 안 되는 조용한 도시는 순식간에 인종 충돌이 격화된 장소로 세계적 유명세를 타고 있다. 버지니아가 보수색이 짙은 곳일까. 그렇진 않다. 정치적으로 민주당이 강한 지역이다. 테리 매컬리피 버지니아 주지사도 민주당 소속이고, 2016년 대선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승리를 거뒀다. 이런 버지니아에서 무력시위가 생기고 유혈 충돌이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

 

‘KKK+대안우파’의 결합이 낳은 대규모 시위

 

인종주의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버지니아주는 옛부터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했던 곳이다. 1967년 6월12일 미연방 대법원에서는 역사적 판결이 내려졌다. ‘러빙 대 버지니아 주(Loving v. Virginia)’ 소송에서 연방대법원은 만장일치로 원고인 러빙 부부의 승소를 선언했다. 연방대법원은 “타 인종 간 연애와 결혼을 금지한 버지니아 주법은 연방헌법에 어긋나고, 백인우월주의에 기반한 인종차별이다”고 밝혔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버지니아주에서 백인과 흑인은 결혼할 수 없었다.

 

버지니아주의 한 마을에서 함께 자란 리차드와 밀드레드 러빙은 어른이 돼 사랑에 빠졌고 1958년 결혼했다. 하지만 이건 불법이었다. 당시 버지니아주는 타 인종간 결혼을 ‘인종순결법’으로 금지한 몇 안 되는 곳이었다. 실제로 이들은 새벽에 급습한 경찰에 체포됐고 재판에 회부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지만 버지니아에서 추방되는 조건으로 집행유예를 받았다. 그래서 부부는 버지니아주와 싸웠고 결국 승리했다.

 

역사적으로 인종차별의 폐해와 접점이 있다고 해도, 지금은 다르다. 과거와 달리 버지니아주는 진보적인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샬러츠빌이 대규모 시위의 무대가 된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일단 방아쇠는 있었다. 도시 공원에 있는 ‘남부연합의 영웅’인 로버트 E. 리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기로 지난 4월 샬러츠빌 시의회가 결정했다. 미국에서 남북전쟁 시대의 ‘남부연합’을 상징하는 무언가를 지지한다는 것을 곧바로 ‘인종주의’라고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남부연합의 국기가 백인 우월주의자들 행렬에서 사용된 것을 보면 관계는 있다. 이런 배경 탓에 요즘 남부연합군의 상징을 없애는 작업은 미국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동상을 없앤다는 샬러츠빌 시의회의 결정도 그런 흐름에 따른 것이었다. 

 

반면 이런 흐름은 백인 우월주의 집단의 반감을 샀다. 그들은 “자신들의 상징을 없애려고 한다”라고 해석했다. 샬러츠빌에서는 이미 7월부터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KKK(쿠 클럭스 클랜)의 항의 시위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고작 30명이 모였을 뿐이었다. 반면 이번 8월 시위는 지난 수십년의 집회 중 최대 규모로 열렸다. 겉으로는 지역의 백인 우월주의자인 제이슨 케슬러가 주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케슬러는 스스로 “백인의 권리를 위한 활동가일 뿐 백인 우월주의자가 아니다”고 주장한다. 그는 ‘대안우파(alt-right)’의 회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KKK 멤버들과도 매우 친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역의 활동가가 이렇게 큰 규모의 시위대를 조직할 수 있을까? 의문은 리처드 스펜서가 이번 시위에 참가한 사실로 해소할 수 있다. 스펜서는 ‘대안우파’의 대표이며 이들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샬러츠빌 시위 참가자 중 대다수는 ‘대안우파’의 회원들이라고 한다. 정리해보면 7월의 KKK 시위는 백인 우월주의 단체가 갖고 있는 동원력은 미미하다는 걸 보여줬다. 반면 8월에는 ‘대안우파’가 합류하면서 대규모 시위가 됐다. 백인 우월주의 단체의 주장과 대안우파의 확산력이 결합돼 대규모 폭력 시위가 탄생했다.

 

스티브 배넌 임명에 기뻐하던 대안우파의 대표

 

“미국은 근본적으로 백인의 나라라는 것을 실현해냈고 극우는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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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권법률단체 ‘남부빈곤법률센터’(SPLC)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뒤 미국의 백인 민족주의가 대두할 것을 우려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번 샬러츠빌의 사태를 일으킨 중심 세력인 ‘대안우파’를 이렇게 해석했다. 

 

“정치적 올바름과 사회 정의를 이용한 다문화 세력으로부터 백인들이 공격 받고 있다고 믿는 극우주의자다.”

 

1970년 해외 태생 미국인은 단지 4.7%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13.7%까지 증가했다. 이정도 비율은 미국으로 오는 이민자가 급증했던 1910년(14.7%), 1920년(13.2%)과 비슷한 수준이다. 백인의 비율은 계속 줄어들면서 “백인 정체성이 붕괴되고 있다”는 공포가 확산됐고 결국 백인 우월주의도 강고해졌다는 얘기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프레임이 이런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은 줄곧 제기돼 왔다. 대선 캠페인 때부터 이민자를 공격하고 배척하려던 정치적 시도가 이런 사태를 키웠다는 얘기다. 게다가 ‘대안우파’는 트럼프 정부와 인연이 있다. 백악관 수석 전략가를 맡고 있으며 정권 실세인 스티브 배넌과 밀접하다. 

 

배넌이 백악관 입성 전 편집장을 맡고 있던 ‘브라이트바트 뉴스’는 진보적 대안 언론에 맞서기 위해 탄생한 보수 언론인데 ‘대안우파’ 운동에 큰 영향력을 끼쳤다. 브레이트바트는 인종주의적인 음모론으로 유저들을 끌어모았는데 '대안우파' 등 백인 우월주의자들에게는 필수적인 웹사이트가 됐다. 배넌이 백악관 수석 전략가로 임명된 날, 스펜서는 “트럼프는 당신의 아버지 때 공화당과 다를 거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이데올로기 공간이 열릴 것이다”며 기뻐했다. 그 공간이 샬러츠빌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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