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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난치병 아이들과 함께 걸어요” 합정역에 선 서울미고 학생들

[2017 셀위워크] ‘2017 쉘위워크’ 거리 홍보 나선 서울미고 선생님과 학생들을 만나다

김예린 인턴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17(Thu)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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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에 힘이 빠져 걸을 수 없다. 손에 힘이 풀려 물건을 쥐지 못하고, 음식도 삼킬 수 없다. 이렇게 온몸의 근육이 서서히 경직되고 호흡기관까지 마비되면서 수년 내 목숨을 잃는다. 루게릭병의 증상이다. 루게릭병은 우리나라에서 10만 명당 약 1~2명에게서 발병하는 희귀난치병이다. 원인도 알 수 없다. 국내 희귀난치병은 약 1000여종에 달한다. 국민들 중 50만여 명이 이런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 

 

시사저널은 매년 희귀난치병 아동들을 응원하고 후원하기 위해 ‘쉘위워크’를 개최하고 있다. <2017 쉘위워크(Shall We Walk)>은 9월23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쉘위워크는 시사저널이 복지단체와 함께 주관하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걷기 대회를 통해 얻은 행사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는 프로그램이다. 2013년에는 장애아동에게 의족과 전동휠체어를 지원했고 2014년에는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들에게 분유와 생활비를 후원했다. 2015~2016년 행사 수익금은 루게릭 요양병원 건립 기금으로 쓰였다. 올해는 희귀난치병 아동 후원단체인 사단법인 ‘여울돌’과 행사를 함께한다. 수익금 전액을 여울돌이 후원하는 아동 의료지원비로 기부할 예정이다. 희귀난치병은 치료제가 없거나 있다고 해도 가격이 비싸다. 기부와 후원이 절실한 아동들이 많다.

 

쉘위워크에 참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표를 구입한 뒤 상암 월드컵경기장 평화잔디광장에서 희귀질환 아동들과 함께 걸으면 된다. 9월23일 오후 3시부터 오후8시까지 벌어지는 행사에는 페이스페인팅 등의 체험행사와 재능기부 공연, 배우 김정화가 진행하는 토크콘서트도 있다. 

 

이번 행사는 서울미술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한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미술고 학생 100여명이 봉사를 자원하면서 거리홍보, UCC 제작 등 쉘위워크 행사를 알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미술고 봉사활동을 총괄하는 교사 이원경씨는 학생들의 열정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자랑했다. “버스킹으로 홍보하겠다거나 길거리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며 번 돈으로 알리겠다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많았다. 학생보호 차원에서 지하철역에서 홍보하는 걸로 타협했다.” 그렇게 3명의 선생님과 66명의 학생들은 8월12일 토요일 합정역에서 ‘2017 쉘위워크’를 홍보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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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돌’과 맺은 인연, ‘쉘위워크’로 이어져

 

서울미고 학생들이 쉘위워크를 알게 된 건 여울돌 박봉진 대표를 통해서다. 이씨는 “박 대표가 ‘학생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성숙한 사회구성원으로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는 게 어떻겠느냐’면서 쉘위워크를 제안했다.”

 

서울미고와 여울돌은 지난해 8월부터 공익사업 협약을 체결해 ‘리보닝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리보닝 프로젝트는 서울미고 학생들과 여울돌이 후원하는 희귀난치병 아동 가족들을 리본으로 묶는다는 의미다. 매년 학생들이 아동들에게 편지와 선물을 건네고 아동들의 초상화를 그려 전시회를 연다. 이렇게 맺은 여울돌과의 인연이 쉘위워크로 이어진 것이다. 

 

학교 교육철학도 한 몫 했다. 이씨는 “학교장이 추구하는 교육 방향이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이 없는 사회다. 그 사회를 교육으로 실현하려면 학생들이 소외받는 아이들을 직접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했다. 학생들의 참여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리보닝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성숙해지도록 도왔다. 자신만 알던 아이들은 참여를 통해 힘들고 어려운 친구를 도와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한다. 실제로 자난해 리보닝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신입생 30여명은 올해 UCC를 만들고 있다. 올해 신입생 60여명은 희귀난치병에 대한 자료를 만들어 인터넷에 배포했다. 또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합정역에서 거리홍보에 나섰다. 학생들은 쉘위워크 행사 때 환우가족들을 직접 에스코트할 예정이다. 

 

거리홍보를 하기까지 그 과정이 그렇게 순탄하진 않았다. 2호선 모든 지하철역에 거리홍보 공간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고민하던 찰나에 합정역 역장이 요청을 받아들였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학생 여민영양(17)은 “지하철이 시민들의 편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사회적 무관심을 느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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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힘든 건 사회 무관심 탓…캠페인 통해 인식 바꿔야”

 

학생들이 이렇게까지 적극적인 데는 저마다 이유가 있었다.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는 친누나를 둔 최유강군(17)은 “누나가 약을 안 먹으면 뼈가 휘고 몸살을 앓는다. 가족이 희귀병으로 고통 받고 있으니까 환우들의 아픔에 더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중학생 때부터 봉사활동을 해왔다는 최유라양(17)은 “계단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돼있는지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 제보하는 봉사를 하는 등 평소 장애인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이번에 희귀난치병 아이들을 돕는다기에 지원했다”고 얘기했다. 

 

희귀난치병에 대해 배워가면서 의욕이 생긴 학생도 있다. 최승민양(17)은 “희귀난치병에 대해 잘 몰랐는데 찾아보니 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 많았고 치료제도 없이 일찍 죽는다는 말에 안타까웠다. 제 동생이 이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면 너무 슬플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의욕은 넘쳤지만 일이란 게 대로 흘러가진 않는 법이다. 그룹으로 활동하다보니 팀원들과 의견충돌도 잦았다. 최유강군은 “피켓을 만들고 꾸미는 과정에서 의견충돌이 일어나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그래도 모두의 의견을 조금씩 반영해 끝까지 완성시켜내니 뿌듯했다”고 털어놨다. 귀가시간이 늦어지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김규현군(17)은 “늦게까지 학교에 있다 보니 생활패턴이 바뀌고 힘들었다. 그래도 하다 보니 적응이 됐고 협동심도 생기더라”고 했다.

 

봉사활동은 학생들의 인식을 변하게 했다. 또래 친구들이 장애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도 이전에는 지나쳤지만 이제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최유라양은 “친구들이 장애인 비하발언을 하면 ‘또 저러는 구나’하고 말았다. 지금은 기분이 나빠 ‘왜 그렇게 말하느냐’고 지적한다”고 말했다. 주변의 무관심도 안타깝다. 김규현군은 “아프신 분들이 먼 이웃인줄 알았는데 봉사를 하면서 의외로 가까이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치료가 잘 안 되는 이유는 무관심 때문이 아닐까. 캠페인을 통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 세상에 더 알려지고 인식이 바뀌면 희귀난치병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는 게 규현군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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