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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률 3대1…전직 대통령 재판에 몰린 사람들

68장의 방청권 두고 200여명 경쟁…노인들이 대다수

김예린 인턴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17(Thu) 11: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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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6일 오전 10시 서울회생법원 2층.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의 방청권을 얻기 위해서였다. 제1호 법정 앞에서 줄을 선 노인들의 손에는 8월21일부터 5일 동안 있을 제56~59회 공판 응모권 4장이 쥐어졌다. 저마다 응모권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은 뒤 법정 앞 책상에 놓인 투명한 플라스틱 응모함 4개에 집어넣었다. 자리로 돌아오는 길에 서로 아는 얼굴이 보이는지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도 간간이 보였다. 태극기문양이 박힌 중절모를 쓴 한 노인은 휠체어를 탄 노인에게 “자네, 이번에도 왔어?”라며 인사를 건넸다. 노인의 휠체어 한 모퉁이에는 손수건만한 크기의 태극기가 꽂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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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첨장에 모인 50~70대 사람들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 이후 86일이 지났다. 전직 대통령의 재판을 보려는 사람들은 여전히 방청권을 얻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했다. 이날 제56~58회 공판을 볼 수 있는 방청자는 68명이었다. 응모한 사람은 약 200여명. 3대1의 경쟁률이었다. 다만 59회 공판은 작은 법정에서 열리기 때문에 20명만 방청이 가능했다. 이곳의 경쟁률은 10대1로 치솟았다. 법원 관계자는 “평소 300명에서 많게는 400명까지 온다. 오늘은 이전보다는 적다”고 설명했다. 네번째 응모하러 왔다는 60대 여성 박아무개씨는 “평소에는 줄이 길었는데 15일 육영수 여사 추모행사를 하고 비를 맞아서 지쳤는지 덜 왔다. 근데 마감 시간이 임박해지면 또 많이들 온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응모 마감 시간이 가까워지자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젊은 사람들도 드물게 보였지만 상당수는 50~70대 노인들이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무리 중에는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이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결과에 대해 얘기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방청권을 응모한 이유를 물었다. 강남구에서 온 60대 여성 이아무개씨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에 왔다. 직접 얼굴 뵙고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박 전 대통령의 무죄를 거듭 주장하며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이씨는 “증언하시는 분들 가운데 거짓말을 하는 분도 있었다. 헛웃음밖에 안 난다. 박 전 대통령께서 너무 억울하게 당하셔서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고 울먹였다. 

 

박 전 대통령을 구하기 위해 왔다는 사람도 있었다. 덕소에 사는 이상신씨(48)는 “박 전 대통령을 구하려고 왔다. 죄 없는 여자가 모함으로 인해 법정에 섰는데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론재판’을 받게 됐으니, 판사가 여론에 휩쓸리지 않도록 직접 나섰다는 것이다. 바로 앞에 앉아있던 최순남씨(65‧여)도 이씨의 말에 크게 공감하며 “언론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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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또 됐어? 밥 사”

 

15살 중학생도 있었다. 양대림군은 개학식을 가는 대신 홀로 법정을 찾았지만 자기 또래가 아무도 없어 당황했다고 했다. “TV에서만 본 장면을 직접 보고 싶어서 이번에 처음 응모해봤다. 정치에 관심이 많아 촛불집회에도 나갔다.” 대학생 정주은씨(23)도 “전 국민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재판이기에 나도 관심이 많았다. 법원에서 인턴십을 했는데 그때 바로 옆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며 응모한 이유를 설명했다. 

 

시계바늘이 11시를 가리켰다. 법원 관계자가 마이크를 잡고 응모함을 아래위로 흔들어 응모권을 섞었다. 그리고 곧 방청권 추첨이 시작됐다. 추첨자가 응모함에서 종이를 하나씩 꺼내들었다. 하나 둘 호명되는 번호에 당첨된 사람들은 이따금씩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당첨되지 못한 사람의 입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법정 뒤편에 지인과 나란히 앉은 50대 여성은 옆 사람이 당첨되자 “언니 또 됐어? 밥 사”라고 부러워했고 이내 자신의 번호가 호명되자 기뻐하며 손뼉을 쳤다. 11시30분께, 4번의 추첨이 모두 끝났다. 전직 대통령의 재판을 보기 위해 저마다의 이유를 갖고 모였던 사람들은 우르르 법정 밖으로 쏟아져 나갔다. 15살 양군에게 “당첨됐느냐”고 물었다. “하나도 안 됐다”며 아쉬움이 묻은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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